31) 열심히 사는데도 자꾸 버거운 이유

by 조수란

며칠 전, 같은 회사에 다니던 동료에게서 예전 직장 이야기를 들었다.

신입사원이 입사한 지 이틀, 사흘만 지나도 관리자가 어느새 뒤에 서서 제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초 단위로 재곤 했다고 한다. 일이 없을 때는 퇴근 전까지 회사 밖의 풀을 뽑게 하거나 화장실 청소를 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얼마나 빨리 하느냐를 재기보다, 그 시간에 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순간, 나는 ‘좋은 회사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월급이 잘 나오는 곳일까, 칼퇴근이 가능한 곳일까, 복지가 좋은 곳일까.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내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지, 나의 기준과 가치에 맞는지였다.

진정한 부자들은 직원들을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대한다. 가족처럼 존중하고, 동기부여를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내부가 단단해야 외부의 성과도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가족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릴 적 기억 속의 엄마는, 본인이 덥다고 느끼면 우리도 더울 거라 생각해 한겨울에도 문을 활짝 열어놓곤 했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추우면 우리가 추울까 봐 옷을 꺼내 입히기도 했다.

엄마는 몸살로 추울 수도 있었고, 우리는 열이 많아 더울 수도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어른이 되어 아이들이 열이 나면 이불을 꽁꽁 덮어주고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놓았다. 혹시라도 추울까 봐서였다.


하지만 아이에게 열이 날 때는 오히려 몸 안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기준만 강요하고 있었음을.


또 한 번은 친구들과 밥을 먹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퇴근 후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털어놓았는데, 남편이 자신의 편이 아닌 다른 시각을 이야기하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집안 문제를 해결할 때도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면 얼굴조차 보기 싫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쌓인 불화는 가족을 멀어지게 했고, 가족이 불편해지니 회사에서도 하루하루가 더 버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서로 다른 상황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부의 문제처럼 보이는 갈등과 어려움의 시작이 내면의 기준과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부와 부자라고 하면 돈, 자산, 투자처럼 눈에 보이는 것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진정한 부는 외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 안에는 생각, 감정, 태도, 관계라는 수많은 내면의 자산이 자리하고 있다.

내면의 정신적 부와 외면의 물질적 부가 조화를 이룰 때, 그 풍요는 비로소 삶 전반으로 흘러넘친다.


하지만 힘든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쉽게 네 탓, 남 탓, 환경 탓을 하며 불만을 키운다. 그럴수록 마음은 늘 결핍 상태에 머물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외부를 바꾸려는 애씀보다, 내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를 위한 작은 선택을 하는 일이다.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은 없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내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가족이라는 책임, 꿈과 목표라는 울타리, 그리고 아직 놓지 않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는다. 그렇게 한 달을 버텨낸 뒤 월급통장을 들여다보며 문득 이런 질문을 한다.

‘나는 왜 돈이 모이지 않을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부는 밖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매일 함께하는 가족도, 매일 출근하는 회사도 모두 내 삶의 자산이다. 이 관계 속에서 내면의 생각과 감정, 습관을 조금만 바꾸어도 외부의 현실은 서서히 달라진다.

긍정적이고 단단한 내면은 톱니바퀴처럼 현실과 맞물려 삶을 앞으로 굴러가게 만든다.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고, 명품 시계를 차고, 비싼 차를 몰아도 마음이 가난하다면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생각이 명품이고 마음이 풍요로울 때, 내면의 부와 외면의 부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지속된다.


돈은 얼마나 더 많이 버느냐보다, 얼마나 더 많이 담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내면의 부의 그릇을 키우는 일이 먼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마음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면은 운전대와 같다.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삶은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 생각만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매일의 작은 선택과 습관을 실천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부의 여정이자, 나다운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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