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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내 생각이 나를 만든다

by 조수란

요즘 들어, 영상통화를 하나, 길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마주치면 왜 이렇게 살쪘 냐고들 한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내 몸이 자고 싶다면 푹 자고 먹고 싶다면 실컷 먹으면서 몸의 노예로 살아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덧 덩치가 큰 작은 딸이 갑자기 달려와 내 품속에 덜컥 안기는 탓에 그 동작 그대로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무거운 딸의 무게에 짓눌려 발버둥질 치며, 지나가는 큰애한테 애절한 눈빛으로 살려달라고 구원을 요청 했더니 젠장, 말이나 하지 말걸. 엎친 데 덮친데 격으로 큰아이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위에 덜렁 엎어지는 바람에 제일 밑에 깔린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갑자기 납작해진 마른 오징어가 떠올랐다.

이제부터라도 다이어트를 해야지 나 원, 참 이러다 뚱뚱한 모습으로 그 동안 게을러 살아갔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한 말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은 아이한테 결심한 듯 말했다.


“오늘부터 엄마가 살 빼야겠어. 사람들이 뚱뚱해졌다고 말할 때,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엄마, 뚱뚱하다고 자책하지 마. 건강한 게 제일 좋은 거야. 지금 이대로의 엄마 모습이 보기 좋은 거야. 내 눈에는 엄마가 하나도 뚱뚱해 보이지 않아. 오히려 날씬해 보이는데?”


작은 아이의 따뜻한 말에 마음이 사르르 녹으면서 위로 아닌 위로가 되었다.

갑자기 내 마음 속에서 불심이라는 아이가 고개를 내밀면서 한마디 하였다.


“다윤아, 지금은 엄마가 너와 오빠를 입혀주고 먹여주고 잘 챙겨주는 것처럼, 너도 이다음 엄마와 아빠가 늙어서 아무 것도 못하면 지금처럼 똑같이 해줄 수 있겠어?”


“당연하지, 엄마, 다윤이가 커서 엄마를 키워줄게. 걱정하지 마.”


“진짜? 그때 가서 이 늙은이들이 저리 가지 못해? 라고 하면서 내 쫓는 건 아니지?”


“아니야,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있겠어? 엄마는 맨 날 다윤이가 착하다고 하시면서 그것도 못 믿어? 다윤이가 엄마를 키워준다니까.”


“그래도, 나중에 혹시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지금부터 각서라도 써놓아야겠다.”


“각서? 그게 뭔데?”


“나중에 커서 다윤이가 마음이 바뀔 가봐 종이위에 약속 같은 거 하는 거야 그 위에 사인도 하고.”


“엄마, 자꾸 부정적인 생각으로 우주 끌어 들이지마. 그리고 다윤이 꼭 믿어 두 된다고요.”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라 나는 옛날에 자신의 부모를 산에 갔다 버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 가난한 시골에 엄마와 아들이 살고 있었는데, 엄마가 연세가 많아지면서 아무 일도 못하고 그저 먹기만 하고 살만 쪘단다. 보다 못한 아들이 엄마가 더는 쓸모가 없어지자 어느 겨울, 추운 엄동설한에 자신의 노모를 광주리에 담아, 깊은 산골짜기에 갖다버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때 작은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가엾은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맨 처음 나는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가장 먼저 화가 나는 것은 양심 없는 아들에 대한 분노였는데, 이와 달리 작은 딸아이는, 추운 겨울 산골짜기에서 홀로 배고프고 외롭고 불쌍하게 여기는 할머니의 모습에 가슴아파하는 여린 마음이 먼저 보였음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매번 긍정적인 생각이나 착한 마음으로 상황을 분석하는데, 부정적인 생각부터 했다는 내가 항상 조그맣게 작아진다. 이처럼 같은 이야기에서도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는 우리는 오늘도 배울 것이 차고 넘치는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서 배우고 서로의 세계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어쩌다보니 나는 매번 아이한테서 깨달음을 얻는다.


유튜브 귓전명상 채환TV에서 본,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불행하고 괴롭고 고민하고 어렵고 불평불만의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데 어찌 내가 행복할 수 있으랴. 매번 불만과 비교와 질투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으니 내 인생이 항상 노엽고 슬픔과 미움과 불평불만의 주파수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가 행복을 바란다면 지금 내안의 비교와 불만, 불평대신 감사한 생각을 마음속에 채워야 한다.’ 고 하였다.


욕심 때문에 자신을 평생 키워준 엄마를 버리는 아들이, 엄마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저렇게 패륜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생각은 내면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며 그 생각들이 오늘의 나를, 내 현실을, 지금의 삶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오늘부터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대신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한 육체에 주파수를 맞추어 항상 감사하게 살아가고, 오지도 않은 먼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오늘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지금 이 순간도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할 것이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불행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주에 주파수를 맞춰 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그것을 이루어낼 방법과 방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나침반이 생기면서 자석처럼 모든 것을 끌어당길 수도 있다는 힘이 생긴다. 그렇게 꼭 해내고 말 것이라는 자신감도 함께 따라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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