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무언가가 떠올라 두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얘들아, 물과 불이 있다면 어떤 것이 더 좋아?”
큰애가 어이없는 질문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좋아? 아빠 좋아? 라는 질문과 똑같잖아.”
이번엔 둘째가 대답했다.
“엄마, 제 생각에는 둘 다 좋아요. 물은 우리 몸의 필요한 수분을 채워주고 설거지 할 때나 양치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불은 그냥 먹으면 식중독이 될 생 음식을 익혀서 소화가 잘 되게 해주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줘요. 엄마는. 어떤 것이 더 좋아요?”
“음, 나는 불보다 물이 더 좋아.”
“왜요?”
“물이라는 글자 위의 양쪽에 뿌리가 달리면 불이 된다. 어떻게 보면 물은 어머니를 연상케 하고 불은 아버지를 연상케 하지. 물은 모든 생명을 안에 품어주고 불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지. 갓난아기들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는 양수라는 물 안에서 아기를 보호하고 아기는 양수 속에 떠서 자라게 된단다.”
“와 신기하다.”
호기심 많은 둘째가 감탄하였다. 지구위에도 70%가 물로 이루어지듯이 우리의 몸도 70%가 물이다. 사실 누가 더 좋은 걸 떠나서 요즘 나는 물에서 깨달음을 많이 얻는다.
노자의 상선약수에서 나오는 말이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해 흐르고 마른 곳이 있으면 적시고 다른 줄기와 다르면 함께 흐른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물은 다투지 않는다. 막히면 돌아가고 웅덩이가 있으면 채우고 흘러간다. 물은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도 머문다. 그래서 물은 도와 같은 것이라고도 한다. 물은 거스르지 않고 소통하는 순행의 행보이다.
물은 색깔도 모양도 없으면서 자기 할 일을 다 한다. 물을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로 변신하고 동그란 모양에 담으면 동그래진다. 물은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되어 가문 땅을 촉촉이 적셔주기도 한다. 물론 이 외에도 많고 많다. 이처럼 물은 약한 것을 거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 자기를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살아간다.
이처럼 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고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또한 물을 생명수라고도 부른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물 한 방울의 소중함에 대해 배워오고 한 방울의 물도 아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아왔지만 실천이 부족했다. 물을 펑펑 쓰는 시대가 지났는데도 우리는 그 심각함과 중요성을 아직도 깨닫고 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오늘부터 우리 집 식구들은 물 한 방울이라도 절약하는 활동에 나섰다.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다 같이. 인터넷에서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니 지금부터라도 물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의 조그마한 습관과 노력과 작은 실천이 세상을 살리는 아름다운 선택의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