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씨앗의 힘

by 조수란

세상의 모든 생명은 작은 씨앗에서부터 태어나고 자라나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어느 책에서 씨앗이 흙속에 파묻히면 질식할 가봐 걱정하고 충분한 햇빛과 영양과 수분을 공급받지 못 할 가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씨앗은 자연의 조화로움과 어둠속에서 혼자서 완강함으로 용기 내어 조금씩 자라 마침내 자신을 이겨낸다. 그렇게 아름다운 가지로 자라나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도 하면서. 이처럼 씨앗은 외부가 아닌 깊은 땅속에서도 꿋꿋이 잘 자라나 세상 밖으로 가지를 뻗어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울창한 숲속의 한 그루의 나무도 작은 씨앗으로부터 자라났음을. 하물며 인간인 우리도 저 나무처럼 가슴에 꿈이라는 작은 씨앗을 품고 고통이라는 어둠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갖고, 노력과 꾸준함이라는 거름을 준다면 이 세상 이루어내지 못할 그 무엇이 있겠는가.


내가 어릴 때 할머니는 항상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를 보고 내 껍데기라고 하셨다. 내가 엄마뱃속에서 품어 낳은 씨앗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엄마의 사랑과 눈물과 피땀을 먹고 마시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 건강하게 자랐다. 이처럼 씨앗은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가슴속에도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저마다 품고 살아간다.


어릴 때, 행복과 거리가 먼 가정에서 자라난 나는 오늘까지도 지울 수없는 아픈 기억들이 가끔 현실과 꿈나라로 마구 드나들며 이따금 나를 일깨워준다. 그때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술과 함께하는 날만 되면 집안의 그릇들이 비명을 지르며 짤그랑 탕탕 깨지는 날이 다 반사이고 매일 아침 어머니와 아버지가 싸우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릴 때부터 맞으며 자라는 것이 일상이 된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성격이 괴팍하기만 한 아이었다. 아플 때 알약을 넘기지 못해 맞았고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맞았고 울어서 맞았고 서투르고 실수해서 맞았다.


그로부터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나는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하였고 마음 속 한 구석엔 어두운 그늘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책과 함께 친해지면서 책 속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나보다 더 불행했고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하여 내가 어릴 때 겪은 경험들이 오히려 내 삶의 발판이 되어 긍정적인 생각들로 지금의 오늘을 소중한 순간들로 하나 둘씩 깨우쳐주었다.


그로부터 내 마음 속에 작은 씨앗을 심어놓았다. 그게 뭐냐면, 이다음 커서 꼭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살아갈 것이고 돈 많은 남자보다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겠다고 다짐하였다. 무엇보다 내 가족을 1순위로 사랑할 것이고 내 아이들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작은 씨앗을 품고 있다. 꿈의 씨앗이라든가, 희망의 씨앗이라든가? 믿음의 씨앗 같은 것 말이다. 각자 품고 있는 씨앗들이 희망이 되던 독이 되던 그것은 바깥의 외부가 아닌 내면세계로부터 각자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자라나는 꿈의 속도나 크기가 달라진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누구나 아픈 경험이나 기억은 하나씩 달고 산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오늘의 삶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그것을 한으로 안고 살아가면 인생에 풀지 못할 삶의 밧줄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고 우리가 그것을 인생의 경험으로 생각하고 유유히 흐르는 깊은 강물처럼 소리 없이 흘러 보내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지금의 삶이 아름답고 소중해진다.

법륜스님은 그 동안 살아온 모든 한은 쓰레기와 같다고 하였다. 그 쓰레기가 발효 되어 거름이 되면 기적으로 되면서 자신이 인생을 가장 잘 사는 사람이 된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법륜스님께서 말씀하시는 매 한마디가 깨달음을 주는 명품말씀이다. 명품은 물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도 생각에도 언어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경험을 배움으로 생각하고 빚을 안고 살아가는 한을 쓰레기에 발효시켜 거름을 만드는 기적을 이루어 내 삶의 아픈 가시를 더 이상 자라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어느 날, 도서관 옆을 지나가다 이런 문구를 본적 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

두 눈이 있어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두 귀가 있어 감미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두 손이 있어 부드러움을 만질 수 있으며,

두 발이 있어 자유스럽게 가고픈 곳 어디든 갈 수 있고,

가슴이 있어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으며,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내가 갈 곳이 있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하루하루의 삶의 여정에서 돌아오면 내 한 몸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을

날 반겨주는 소중한 이들이 기다린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내가 누리는 것을 생각합니다.

아침에 보는 햇살에 기분 맑게 하며 사랑의 인사로 하루를 시작하며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에서 마음이 밝아질 수 있으니 길을 걷다가도

향기로운 꽃들에 내 눈 반짝이며 한 줄의 글귀에 감명 받으며

우연히 듣는 음악에 지난 추억을 회상할 수 있으며

위로의 한 마디에 우울한 기분 가벼이 할 수 있으며

보여주는 마음에 내 마음도 설게 일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누리는 행복을 생각합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건강한 모습으로 뜨거운 가슴으로 이 아름다운 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오늘도 감사하다는 것을.


우리는 마음이라는 밭에 감사함이라는 씨앗을 심는 순간 행복도 함께 스며든다. 우리가 그 행복이 건강하고 든든하게 자라나게 하려면 긍정적인 생각이라는 거름을 주면 된다. 그렇게 행복의 꽃이 활짝 피고 도처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도 한다.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씨앗이 저마다 다른 것만큼 우리는 그것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한다. 혹시나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루하루 내버려두면 그게 쌓여서 독소가 되고, 이름 모를 잡초가 되어 마음속에 있는 희망의 씨앗을 더는 자라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렇다면 내가 마음 밭을 잘 가꾸기 위해 오늘부터 무엇을, 어떤 씨앗을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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