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게 체포되는 과정은 TV에서나 영화에서만 보아 왔던 한 장면이다. 처음에 이 상황에 어리둥절해진 나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없었다. 나는 엄숙한 표정을 한 경찰에게 무슨 일인지 사람을 잘못본 거 아닌지 다시 잘 확인해달라고 연속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부탁했다. 나중에 원인을 알게 된 거였지만 지금까지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사실은 이랬다. 언니가 맨 처음 일본을 가려고 수속을 넣었는데 내가 그 이름을 위조해 간 것으로 되었던 거였다.
엎친데 덮친데 격이라더니 언니는 그 동안 마음이 바뀌어 일본에 가려고 다시 원래의 이름으로 수속을 밟게 되자 내가 중간에서 완전한 위조 인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다행인 건 언니는 임신한 상태여서 약간의 벌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앞길이 캄캄한 나는 유치장을 향했다. 여자 교도소까지 끌려가는 동안 무너진 마음을 치켜세울 수가 없다.
학교라는 틀과 구속에서 벗어나 이번에 철창으로 된 또 다른 틀을 향해 구속되었다. 몸과 자유가 갇히면서 희망과 절망이 마음에서 교체되는 순간이다. 나는 비록 교도소안의 다른 죄수들보다 있는 기간이 비록 짧기는 하지만 나에겐 하루가, 기나긴 1년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영화나 TV에서 나오는 교도소처럼 깨끗하거나 조용하지가 않다. 매일 들어오는 신입들은 살인자나 폭행혐의 아니면 탈북자들이나 사이비 종교인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머물렀다가 다시 나간다. 여기에서 머무는 동안 재판이 내려지면 다른 감옥으로 이송하거나 풀려나고 탈북자들은 고향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밤이 되면 벼룩이나 바퀴벌레, 모기나 각종벌레들의 세상이다. 바퀴벌레들은 줄을 서서 행진하여 그들의 위협을 보여주었고 벼룩은 사람들한테 매달려 전투를 벌인다. 모기와 날벌레들은 공중을 날아다니며 기회를 노린다. 마치 우리가 있는 곳에 그들이 기어들어오거나 날아 들어온 것이 아닌 그들의 은신처를 우리가 침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살인 죄수들은 나에게 이곳에 들어오게 된 형벌이나 이유를 물어보았다. 나는 그저 사기죄 아니면 위조일거라고 둘러댔다. 그 말을 듣더니 자신들보다 죄질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였는지 의외로 편하게 대해주었다. 나는 그 속에서 두려움을 삼키고 자신을 지켜야 했다. 아니 견뎌내야 했다. 나는 살고 싶다. 하루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간절하게 기도도 해본다.
그 와중에도 살인죄나 절도죄 아니면 흉악범들은 안에서 패거리를 나누기도 하였다.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작은 시비로부터 무서운 불꽃이 튕기면서 패거리들끼리 피터지게 싸우기도 하였다. 밤 12시가 되면 사이비 종교인들은 거미자세나 개구리자세로 수련이나 명상을 하는가 하면 공중부양 아닌 공중부양 자세를 거꾸로 취하기도 한다.
새벽이 되어 혹시나 신입죄수들이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뜨면 그야말로 가관이 따로 없다. 그 장면에 정신이 아찔해지기도 하고 혼이 창밖을 나갔다 들어오는 것 같은 섬뜩한 그 자체이며 소름 돋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나는 그 속에서 하루하루 손꼽아 출소할 날만 기다리며 눈물을 삼켰다.
교도소에 들어가던 날 입고 있던 청바지에 반질반질하게 묻은 때와 그 위에 얼룩진 마음과 눈물의 흔적들도 함께 얹어놓았다. 교도소에 들어갈 때부터 갈아입을 옷 없이 몸에 걸친 청바지를 입고 있는 내 몸은, 구리합금으로 만든 청바지의 단추가 배꼽아래 흰 살갗에 닿이고 쓰리면서 몹시 가려웠고 그 자리를 긁고 긁으니 어느 덧 상처가 생겨 고름이 터지고 진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러는 동안 교도소의 삶은 반복되어갔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출소하는 날이 다가왔다.
나는 남은 죄수들의 축복과 부러움과 부탁을 무슨 꽃다발 안듯이 한 아름 가득 받아 안고 초조한 마음으로 교도관이 내 이름을 조금이라도 빨리 불러주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수진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삐걱하고 열리는 무거운 철창문의 간격이 서서히 벌어졌다.
그 사이로 늦은 오후의 붉은 태양이 환하게 빛을 비추어주었다. 자유와 희망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앞을 가로 막는 눈물을 닦아내며 저기 보이는 저 문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긴 미로를 빠져 나오면서 공포와 분노와 원망과 절망과 어둠을 뒤에 남겨놓고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내디뎠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보였다. 둥둥 떠다니는 하얀 구름이 아름답다. 창공을 날고 있는 한 쌍의 새들이 자유롭게 비행하고 있었다. 싱싱한 공기와 풀숲의 향기로운 자연의 냄새들이 코와 목을 타고 들어와 온 몸으로 퍼졌다. 내가 사는 곳의 천국과 지옥은 바로 이곳에 철창을 사이 두고 공존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앞을 향해 힘차게 전진했다. 지금부터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해야겠다. 오늘부터 그렇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