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말버릇이 말그릇이 된다

by 조수란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지금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친구의 친구가 군대를 갔는데, 집이 너무 그리워 견딜 수가 없어 거짓말로 휴가를 냈다고 했다.

핑계는 이랬다.


“엄마가 큰길에서 넘어져 크게 다치셔서 반신불수가 되셨어…”


정작 그의 엄마는 멀쩡하셨다.

하지만 며칠 뒤, 그는 들뜬 마음으로 짐을 꾸리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의 엄마가, 정말로 큰길에서 넘어져

반신불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순간, 그 이야기를 듣는 나조차 등줄기에 오싹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장난처럼 내뱉은 말이

어떤 형태로든 현실에 닿아버린 걸까.

그 친구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이건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낸 말에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고 무거운 힘이 실려 있는 걸까?


어릴 적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일도 있다.


딸만 낳는다고 며느리를 구박하던 시어머니가 있었다.

마치 세상이 며느리에게 모든 빚을 요구하듯,

그녀는 날마다 상처가 되는 말을 퍼부었다.


그 며느리는 마음의 문이 닫힐 때마다

이렇게 투덜거리곤 했다.


“저러다 벼락이라도 맞아봐야 정신 차리지…”


그 말은 분노의 숨결이었을 뿐,

현실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지고,

파밭에서 파를 묶어 머리에 이고 내려오던 시어머니의 호미 끝에

번개가 내리꽂혔다.


온 동네가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그녀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백만 분의 일의 확률이라던 벼락이

어떻게 하필 그 순간, 그 자리로 향했을까.

그건 며느리의 저주였을까?

아니면 평소에 시어머니가 쏟아냈던 말들이

어둠처럼 되돌아와 닿은 걸까?


이렇듯, 말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무게가 있다.

그 무게는 때때로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때때로 삶을 바꿔놓을 만큼 강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

에머슨의 말처럼,

우리가 내뱉는 말은 결국 우리 자신을 비춘다.


회사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부정적인 말을 습관처럼 내뱉으며 살까.

“힘들다, 죽겠다, 안 된다, 못 하겠다…”

내가 했던 말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매일 반복하던 말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힘들다 하면 더 힘들어지고,

안 된다 하면 정말로 안 되며,

못 하겠다 하면 할 수 있는 힘조차 사라지곤 했다.


말이 마음을 닫아버리는 순간들.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의 가능성을 갇히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잘된다.”

“오늘도 운이 좋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나는 할 수 있다.”


입으로 내뱉는 말이

내 귀를 통해 다시 나에게 돌아올 때,

그 말은 내 하루의 온도를 바꾸고

생각의 방향을 조금씩 따뜻한 쪽으로 이끌어 갔다.


긍정적인 말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마음을 흔들고,

행동을 바꾸고,

결국 삶을 바꾼다.


우리가 입 밖으로 내는 말은

우리 내면의 토양을 만든다.

그 토양 위에 삶이라는 씨앗이 자라난다.

부정적인 말의 땅에서는

부정적인 삶이 자라고,

긍정적인 말의 땅에서는

빛을 향해 자라는 삶이 꽃핀다.


이제는 말의 씨앗을 골라 뿌려야 할 때다.

내가 뿌린 말이

결국 내가 살게 될 삶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한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나가는 숨결 같지만,

그 숨결은 우리 안에 흔적을 남기고

언젠가 삶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말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말이 마음을 만들고,

마음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결국 우리의 인생 전체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나에게 단 한 줄의 말을 건네보자.


“나는 잘 될 사람이다.”

이 짧은 문장이

당신의 오늘을 바꾸고,

당신의 내일을 다시 써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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