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지친 나에게 알려주는 탈출의 신호들

by 조수란

우리는 원치 않았던 순간에 이 세상에 태어나, 정해진 시간만큼 머물다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마치 누군가가 미리 짜둔 각본 속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정해진 운명과 역할을 따라가며 하루를 반복한다.


갓 태어날 때 우리의 마음은 하얗고 깨끗한 종이 한 장과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세상의 소음, 부모와 사회가 전하는 불안, 환경이 주는 한계 같은 것들이 차곡차곡 적혀 내려온다. 그 과정에서 좋지 않은 생각과 습관들이 잡초처럼 무의식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린다.


어릴 때 우리는 착하게 행동하라고 배웠고, 어른이 되면 법과 규칙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배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를 위한 삶보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삶이 더 익숙해진다.

그리고 매일 외부에 에너지를 빼앗긴 채 집에 돌아와 녹초가 된 몸을 소파에 내던지며,

“오늘도 또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구나” 하고 중얼거리게 된다.


이러한 날들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정신이 무너지고,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생각은 굳어지고, 행동은 복사된 듯 비슷해지고, 삶은 마치 ‘정답이 이미 정해진 시험지’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결심해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를 걱정하며 붙잡는다.

“위험해.”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그 말들이 이해되면서도, 동시에 나를 가두는 울타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 우연히 다시 본 영화 트루먼 쇼는 그런 우리 삶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았다.

주인공이 모든 것이 설계된 가짜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탈출하려 하자,

세상은 온갖 폭풍과 위협으로 그를 다시 되돌리려 한다.

“나는 네 인생을 처음부터 지켜봤어. 그러니 이곳에서 살아.”

그 말은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듣는 말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익숙함으로 돌아가라는, 실패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라는, 안전하라고 말하는 세상의 목소리.


하지만 그는 결국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문을 선택한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벽 속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살 때가 많지만,

언제라도 그 벽을 두드리고 바깥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


회사와 집이라는 울타리만 맴도는 삶은,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 너무 지루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단맛, 쓴맛, 매운맛 같은 다양한 경험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더욱 깊고 단단한 이야기를 완성해낼 수 있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

그 모든 맛이 모여 결국 ‘나’라는 요리를 완성한다.


누군가 써준 대본 속에서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오늘부터라도 나만의 문을 열 것인가.

정답은 언제나, 조용히 나를 부르는 그 작은 용기 속에 있다.


삶은 반복되는 하루의 합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순간들의 결과다.오늘 내딛는 한 걸음이, 앞으로의 모든 장면을 바꿔놓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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