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은 화장을 고치고 동우와 약속한 식당으로 향했다. 너무 긴장을 했는지 몸이 떨려온다. 동우를 타깃으로 정했지만, 지은은 남자 경험이 너무 없다. 후회가 된다. 남자를 대하는 법을 훈련이라도 해둘 걸 그랬다. 학원에서 학부모들만 상대하느라, 남자를 개인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이틀 전 동우의 입이 지은의 손가락 끝을 빨았던 기억과 삼일 전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장난스러운 키스를 할 때의 장면으로 돌아가 본다. 지은 안에 숨어 있던 모든 여성성을 불러 깨워본다.
동우를 목적으로 한 뒤, 지은은 연애에 관한 영화를 공부하듯이 보았다. 야한 포르노 영화도 두 편 보았다. 하지만 계획이 수립되어 있어도 실전은 다르다. 저런 여자가 되어 보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정말 모르겠다. 지은은 스스로를 믿어보기로 한다. 절박함만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
지은이 식당에 먼저 도착했다. 동우가 2분 늦게 도착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이것도 지은의 계획이다. 지은은 10분 먼저 도착해있었다. 점심 메뉴는 간단하게 곤드레밥 정식으로 지은이 정했다. 너무 거하게 먹을 것도 없다. 간단할수록 사람은 마음을 쉽게 연다. 속이 편안해야 관계가 원만해진다는 것을 지은은 잘 알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동우와 지은은 식당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우는 지은이 자기를 편안하게 대해주는 것이 마음에 든다. 사업적인 관계지만, 이런 아줌마는 훌륭한 고객이라고 생각해본다. 점심식사도 지은이 지불했다. 그런 태도도 좋게 느껴졌다. 세무 일은 동우가 알아서 처리하는 것으로 빨리 마무리가 되었다. 동우가 지은에게 물었다.
"지은씨, 혹시 골프하세요?"
"네, 잘은 못해도 따라다닐 만큼은 돼요."
"그럼,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괜찮으세요?"
생각보다 일이 그리 어렵지 않게 풀릴 것도 같다. 지은은 골프를 배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취향에 맞지 않는 골프를 배워둔 것도, 다 이런 날을 준비해서였다.
토요일 오전, 지은의 학원 앞으로 동우가 차를 끌고 왔다. 동우가 매너 있게 지은의 골프백을 차에 넣어준다. 골프장에는 동우와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는 회계사와 그의 젊은 애인이 나와 있었다. 지은은 그녀를 곁눈질로 스캔한다. 동우의 애인이 아니더라도 여자는 신경 쓰이는 법이다. 옷차림부터 몸매까지 완벽했다. 갑자기 지은 자신이 너무 늙어 보인다. 괜히 나왔나 순간적으로 후회가 된다.
하지만 곧 지은은 마음을 추스른다. 동우의 일회성 파트너가 되기 위해 지은이 여기 온 게 아니다. 인생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첫걸음을 같이 떼어보는 것이다. 독해져야만 한다고 지은은 스스로를 격려하고 부추긴다. 골프도 이 악물고 연습했었다. 회계사의 젊은 여자보다 지은의 골프 실력은 세 수 정도 앞섰다. 동우가 지은의 골프 실력을 보고 놀랐다. 지은은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골프가 끝나고 회계사 연인 커플과 넷이서 저녁 식사를 했다. 회계사와 그의 젊은 애인이 모텔로 당당하게 들어갔다. 동우가 지은을 학원 앞까지 바래다준다. 지은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대로 그냥 동우의 차에서 내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