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How long? 11

흔들리는 불빛

by 도라지

지은은 오늘 짧은 스커트 차림의 골프 웨어를 입었다. 낮에 회계사의 젊은 애인과 있을 때는 지은이 눈에 띄지 않았었다. 하지만 젊은 여자는 사라지고, 지은은 혼자 동우의 옆자리에 앉아있다.

사람은 신비한 동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금세 잊는다. 잊는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며칠 전 보았던 소연의 커다란 엉덩이처럼 풍만한 여자가 신호등 앞에 서있는 게 보인다. 저런 여자는 태환이 좋아할 타입이라고 생각하며, 동우는 옆에 앉아있는 지은의 마른 몸을 보게 된다. 동우는 지은처럼 마른 타입이 좋다.


지은은 무릎까지 올라오는 타이즈를 신고 있었다. 운전을 하던 동우의 눈에 슬쩍 지은의 허벅지가 들어온다. 동우는 같이 자자고 노골적으로 덤비는 여자들에게선 그다지 매력을 느낄 수가 없다. 제 아무리 빼어난 미녀라도 다리를 벌리고 세상을 향해 드러내 놓고 있으면, 오히려 매력이 삭감된다. 동우는 그랬다. 오늘 다시 보니, 지은도 매력이 아주 없는 여자는 아니다.


입시 학원 건물 앞에 정차하려는 동우에게, 지은이 지하주차장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지은을 태운 동우의 차가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동우가 지은의 골프백을 내려주었다. 지은이 담담한 목소리로 동우에게 말했다.


"동우씨, 앞으로 저희 학원 일을 봐주실 건데,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오늘 골프장에서 지은은 줄곧 매너가 좋았다. 동우는 속으로 오늘 골프 파트너를 잘 섭외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동우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지은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동우는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럴까요?"


동우가 지은이 건넨 차 한잔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지은의 학원은 8층 건물의 5층 전체를 임대해서 쓰고 있었다. 한 번에 30명을 수강할 수 있는 강의실도 5개 정도 되어 보인다. 정도 규모면 소득세 신고 수준도 꽤 높을 거 같다. 지은이 동우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원장실로 동우를 안내한다.


반대편 건물들의 불빛들과 가로등의 불빛들이 원장실로 은은하게 새어들고 있었다. 원장실의 스위치를 켜려는 지은의 뒷모습이 외부의 은은한 불빛에 실루엣으로 번진다. 동우가 순간 흔들린다. 갑자기 이 여자의 뒤에서 하고 싶다. 동우가 벽의 스위치에 손이 가있던 지은의 몸을 돌려 벽으로 밀어놓는다. 적당한 어둠 속에 벽을 등지고 서있는 지은의 입술을 동우가 혀로 말아 올린다. 동우가 단단해지는 아래를 지은의 허벅지 안쪽으로 밀어붙인다.


지은은 동우가 이렇게 빨리 자기를 원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녀의 계획을 하늘이 돕고 있는 것 같다. 지은은 생각해본다. 여기서 무너져내려야 할까, 그러면 너무 쉬워서 동우가 금방 그녀를 지겨워하지는 않을까? 혼란스럽다.


지은의 목적은 동우와의 결혼이다. 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다. 동우의 마음이 궁금하다. 동우는 지금 그냥 하룻밤 상대로 그녀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지은이 오늘 밤 동우와 잔다고 해도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동우를 받아들이고 싶다. 지은이 원하던 바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수정하면 된다.


지은이 동우의 손길이 원하는 대로 그녀의 달구워진 몸을 동우에게 맡긴다. 동우는 색다른 섹스에 흥분된다. 불빛이 가늘게 여러 갈래로 흩어지며 들어오는 어두컴컴한 학원 원장실은, 묘하게 동우의 성욕을 자극했다. 동우가 지은을 원장 책상 쪽으로 데려간다. 지은이 책상을 잡고 엎드려있는 자세로, 동우의 남성이 지은의 몸속으로 처음 들어왔다.


원장실 창밖으로 바라다보이는 외부의 불빛들이 아래위로 흔들린다. 지은이 원하던 섹스 파트너를 드디어 만났다. 남편 이외에 동우가 처음이지만, 지은은 본능적으로 동우의 남성을 알아보았다. 동우는 지은이 원하던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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