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사에서 보니,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클럽에서 스와핑을 하던 사람들이 적발되었다고 한다. 파트너를 바꾸어 섹스를 즐기는 걸 스와핑이라고 한다는데, 돈을 내고 자발적으로 집단 성행위에 나섰기에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손님들은 귀가 조치되고 유흥업소 업주와 종업원 2명만 검거되었다는 소식이다.
스와핑은 아니지만, 나는 요즘 남편을 동네 형과 나눠 쓰고 있다. 남편이 "형"이라고 부르는 동네 아저씨도 우리 부부처럼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십 년 전 비즈니스 목적으로 알게 된 두 남자는, 이년 전 한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급속도로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가끔 저녁 식사를 하고 부부가 함께 다니던 산책을, 이제 남편은 마누라를 집에 두고 형님과 산책을 다닌다. 골프도 해야 하고 이따금 체육관에도 가야 하는 남편과는 달리, 동네 형님은 퇴근 후 산책이 저녁 취미 활동의 전부인 것 같다. 물론 술을 못 마시는 우리 집 남편과는 다르게 동네 형님은 가끔 술을 들기도 하지만, 저녁 열 시에라도 늦은 산책을 위한 전화를 남편에게 걸기도 한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던 남편은 형님의 콜을 받으면 여지없이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나선다.
"아이구, 정성도 팔자요~ 졸리면 내일 만난다하면 되지, 이 밤중에 산책 나가려구요?"
마누라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이 쏟아지는 추운 겨울밤에도 산책을 나갈 정도였으니, 이쯤 되면 두 남자의 궁합은 찰떡 케미가 틀림없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두 남자는 일명 "삼각지"나 "바람의 언덕"에서 길을 합친다.
그런데 문제는 주말이다. 주중에야 저녁 퇴근 후 두 남자가 중학생들처럼 킬킬거리며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닌다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부부가 조금 멀리 산책을 다니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우리 부부의 일상 패턴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야 말았다. 늙은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을 맞춰놓은 사람들처럼,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동네 형님 생각에 우리 부부는 조금 서둘러 집에 돌아올 때가 있다.
물론 동네 형님은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다. 화목하고 부유한 집안을 이끌어가고 있는 가장으로서, 집에서는 위엄 있는 아버지 모습을 고수하다가 동네 동생 앞에만 서면 까불이 중학생이 되어버린다. 어쩌면 두 남자는 삼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짊어진 가장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하나의 자연인으로서 서로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인이란 결국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오늘도 보은엘 갔다가 형님의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날 무렵에 맞추어 우리 부부는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마누라랑 오디와 산딸기를 따먹으며 하루 종일 숲속을 헤매고 돌아와서, 또 형님과 동네 산책을 나갔다. 남편을 동네 형님과 나눠 쓰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동네 형님이 오히려 고맙게 여겨지는 것은, 남편이 형님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과 어울리면 좋은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한적한 시골 식당의 처마 밑에 둥지를 짓고 있는 제비들의 날갯짓과 깊은 숲에 쏟아지던 소나기의 굵은 빗방울과 검게 익은 오디 열매의 달콤한 맛을 잊을 수 없는 오늘 하루가 또 그렇게 흘러간다. 초록의 나뭇잎들의 숨결과 빗물에 적셔진 흙의 냄새가 내 몸에 스며들어 책상 앞에 따라와 있다. 동네 형님과 저녁 산책을 나갔던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