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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지 Sep 14. 2022

우리들의 아버지

법사가 통치하는 나라에서

공연히 소리나 지르며 있지도 않은 폼을 잡고 허세나 부리는 아버지들이 있다. 나의 아버지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나의 남편도 우리 가족 앞에서 그런 아버지가 아니라고 말하기에도 난처한 부분은 있다.


이런 아버지가 계신 집안에 그나마 현명한 마누라가 있다면, 그 집안은 콩가루 집안까지는 되지 않는다. 다만 어진 아내가 화병이 생겨 세상을 일찍 뜰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집안에 마누라마저 지혜로움과 거리가 멀다면 글쎄다, 세상만사 인간의 머리로 다 헤아릴 수 없는 노릇이다 보니 장담은 못하겠다.


대장동에 이어 성남 fc 의혹까지 미스터 리가 관여된 사건들은 연이어 고공 행진 중이다. 멸문지화를 당했던 미스터 조와 정치적 생매장을 당한 미스터 안에 이어 사업가형 미스터 리까지 토끼몰이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스터 리가 성남시장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다른 국가와 딜을 했다면 우리는 무어라 했을까? 대한민국의 유익을 위하여 다른 나라에게 줄 건 주고 우리가 받을 건 받았다면, 우리는 미스터 리를 능력 있는 대통령이라고 칭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식을 낳았다고 다 진짜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고 진짜 대통령의 마음과 품격을 갖출 수는 없듯이 말이다. 진짜 아버지는 자식들의 의식주를 먼저 생각한다. 자식들이 굶고 있는데, 당장 빚(국민의 세금)을 내서 새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맞는가?


멀쩡한 집 놔두고 새 집(물론 리모델링이라고 하지만, 비용면에선 그게 그거다) 짓겠다고 자식 놈들 통장을 털어가고, 새 집 짓는 동안 구미호 같은 여자의 집에서 출퇴근하기 위해 자식 놈들더러 불편과 고생뿐만 아니라 비용마저 감수하라고 말하는 아버지가 우리들의 진짜 아버지가 것인지 의문이 든다.


신의와 배신의 차이도 모르고, 무엇이 제 자식들을 살리는 길인지도 모르고 허세만 부릴 줄 아는 허깨비 같은 아버지가, 어디서 근본도 모르는 사기꾼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날에는 집안은 온통 쑥대밭이 되고 만다. 어리석음의 죄만큼 큰 것은 없다. 모든 죽음과 파멸의 근저에는 탐욕과 어리석음이 뒤엉켜 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들자면 탐욕 또한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가 개방되어 시민들이 예약제로 출입을 한다지만, "터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떠돌아서 가볼까 말까 망설여진다. 미스터 윤도 멀쩡한 청와대 집에서 하룻밤도 머무르지 않은 채 버려두고 떠나간 판에, 구태여 시간 들여 발품 들여 서울까지 가서 청와대를 구경할 일이 있을까 싶다. 그래도 김대중 대통령이 계셨고 노무현 대통령이 머물렀던 공간이니, 언제고 시간 내어 꼭 한 번은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어디 가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는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남의 돈 들여서 벌린 굿판을 구경할 때나 해당되는 비유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식 놈들이 힘겹게 노동해서 번 돈을 가져다가 굿판에 쏟아붓고는 무당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어리석은 아버지를 두고 있는 꼴이다. 그래서 그 재밌다는 굿판이 하나도 재미가 없어 보이는 이유다.


이제 곧 어느 수상한 부부가 서초동 사저에서 한남동 관저로 이사할 거라는데, 석연찮은 게 어디 여자의 정체뿐이랴.. 용산 터가 좋아서 희대의 위대한 정치가 탄생하려는지 두고 볼 일이다. 나라도 엉망이고 내 집안도 편치 않은데, 미시즈 윤이 왕래한다는 법사님은 나같이 시시한 아줌마는 예약조차 받아주지 않을 것 같고, 청주 근처에 어디 용한 무당이라도 있는지 수소문해볼까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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