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12 / 4박 6일
Heebie-jeebies, 신경질적인 두려움이나 불안에 떠는 상태
대부분의 계획형 성향의 사람들은 이 불안을 공감할 수 있을까? 비행기가 지연된다면, 날씨가 안 좋다면, 투어 진행이 내 예상 보다 지체된다면, 지각해서 비행기를 못 탄다면 등 나의 완벽한 계획을 망칠 수 있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 1안, 2안까지 계획해 놓지만 예측하지 못한 변수는 늘 존재한다. 즐거워야하는 여행길임에도 불구하고 걱정의 걱정의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일정이 촉박한데 욕심을 부려서, 오랜만에 떠나는 유럽 여행이어서, 비행기 좌석이 별로 없어서 이번 여행은 유독 불안했다.
2주에 한 번 주말에 근무해야 하는 남편인지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7일이었는데, 회사 복귀 전 하루는 반드시 쉬고 싶다는 남편의 호소에 4박 6일로 바르셀로나 여행을 계획했다. 사실 둘 다 건축, 예술, 역사에 관심이 없어서 바르셀로나 보단 에메랄드 빛 바다로 둘러쌓인 마요르카에서 휴양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바르셀로나 1박, 마요르카 3박. 대신 바르셀로나에 머무는 1일차, 2일차, 5일차는 아주 빡빡하게 일정을 짰다. 급하게 준비한 여행치고 계획은 완벽했다.
중국 공역 교통 혼잡으로 인해 이륙 허가가 늦어졌고, 땀을 뻘뻘 흘리며 비행기에 탑승한 채로 1시간 이상을 대기했다. 여행 시작부터 계획이 틀어진 셈. J는 괴롭다.
오랜만에 느끼는 낯섦이었다. 소매치기로 유명한 3대 도시 중 하나라고 해서 바짝 긴장한 탓일까, 긴 비행에 지친 탓일까, 둘은 밤늦게까지 돌아다닐 의욕도 용기도 나지 않았다. 밤 9시쯤 호텔에 도착했고 열심히 찾아놓은 맛집, 기념품샵, 사그라다파밀리아 야경은 포기했다. 대신, 근처 슈퍼마켓으로 맥주 두 캔을 사러 갔다. 계산할 때 현지인이지만 완벽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주신 직원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아무튼, 아무것도 못하고 허무하게 떠나보낸 여행 첫 날이었다.
숙소 : H10 Universitat (Link) / 1박 약 22만원 / 체크아웃 후 짐보관 가능
식당 : EI Glop Gaudi (Link) / 스테이크, 빠에야 등
새벽 4시부터 잠이 깼고 아침 6시까지 심심할 틈이 없었다. 가득 쌓인 회사 메일 정리, 급한 업무 연락 회신, 복귀 후 해야할 일 체크 등 아직 마음과 정신 일부는 한국에 있는 듯 했다.
아침 일찍 호텔 체크아웃 후 근처 샌드위치 가게로 걸었다. 7시 30분 오픈 시간에 맞춰 왔는데 현지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리뷰를 열심히 읽었던 남편은 치킨 샌드위치를 먹겠다고 했지만 내가 비주얼만 보고 주문한 탓에 참치 샌드위치를 먹게 되었다. 둘이 키득거리면서 맛있는 커피와 함께 먹어치웠다. 전 날 느꼈던 낯섦은 어느덧 사라지고, 한적한 길거리를 둘이 전세낸 듯한 쾌감을 누리며 보케리아로 향했다. 바르셀로나는 과일 마저 예뻤다. 조금씩 여행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식당 : Forn la Rambla 31 (Link) / 샌드위치 & 커피 맛집
장소 : Mercat de la Boqueria (Link) / 전통시장
역사, 건축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문외한인 우리는 별 기대없이 가우디 투어를 시작했다. 웬걸, 안토니 가우디의 일대기, 카탈루냐 지역의 역사와 민족성 등 너무 흥미진진했다. 밀라씨가 불쌍하다며, 가우디는 두들겨 맞아야 한다는 남편의 분노가 귀여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떠한 성스러움으로 우리를 압도했다. 모든 설계 요소에는 가우디의 철학과 신념이 녹아 있었고, '정성스레 빚었다'라는 표현이 세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걸작이었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아직 안 가본 분들을 위해 자세한 투어 내용은 생략하고자 한다.
모두가 가우디에 빠져있을 때, 나는 한 번씩 옆길로 샜다. 마요르카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기 전, 숙소에 맡긴 짐을 찾으러 갈 때, 택시를 탈 것인지, 지하철을 탈 것인지. 기념품 샵을 중간에 들릴 것인지, 안 들릴 것인지. 투어 말미에는 가이드의 설명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어중간하게 투어를 즐기고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가우디 투어가 너무 좋았던 둘은 5일차에 꼭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아쉽고 속상한 마음을 꾹꾹 누르고, 어떤 시련이 우리에게 닥칠지 예상하지 못 한 채로, 마요르카로 떠났다.
장소 : Casa Batlló (Link) / Casa Milà (Link) / Sagrada Família (Link)
마요르카로 이동하던 중 남편은 꿈꾸던 회사로부터 서류 합격 소식을 받았다. 증빙서류 제출, 인적성 시험 준비를 당장 시작하고 싶었을 터, 기쁜 일임에도 남편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여행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한 평 더 줄었고, 나는 애써 흥을 돋웠다.
오후 5시가 넘었는데도 마요르카의 햇살은 정말 뜨겁고 따갑고 강력했다. 여유로운 도시 분위기 덕분에 휴가를 즐길 기분이 다시 샘솟았다.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제대로된 끼니를 못 챙겨먹어서 둘은 매우 허기졌다. 구글 평점 4.9의 식당을 찾아놨었는데, 괜히 평점이 높은 것이 아니었다. 직원도 너무 친절했고 요리도 음료도 너무 훌륭했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남편은 뽈뽀에 곁들어진 감자까지 칭찬했고, 애꿎은 스위스 감자는 소환당해 욕을 먹었다. 샹그리아에 취해 미완성의 여행을 완벽했다고 여긴 채 잠든 여행 2일차였다. 이 식당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스테이크가 너무 맛있었다고 미식가인 남편에게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숙소 : HM Jaime III (Link) / 1박 약 30만원
장소 : 팔마 대성당 (Link)
식당 : El Rinconcito del Norte (Link) / 스테이크 & 뽈뽀(문어요리) 맛집
수영하고 놀기에 완벽한 날씨였다. 선크림을 온 몸에 덕지덕지 바르고 요트투어를 하러 호텔을 나섰다.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남편이기에 가는 길에 브런치 가게를 들렀다. 요트투어 중간 뷔페식 점심이 제공되기 때문에 아침은 간단히 먹기로 했고, 에그 베네딕트와 아사히 볼을 주문했다. 에그 베네딕트를 인생 처음 먹어본 남편은 본인 기대보다 맛있다며 눈이 동그래졌다. 사장님도 너무 친절하시고 음식도 깔끔한 브런치 가게였다. 우린 덜 찬 배를 달래가며, 즐거운 수영과 맛있는 점심을 상상하며 항구를 열심히 걸었다. 그런데 아뿔싸, 오전 투어를 계획했던 내가 오후 투어를 예약했단다. 자책감과 무너진 멘탈을 빠르게 정리하고 오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자전거를 타기엔 녹아내릴 듯한 날씨였다. 버스로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에 'Son Verí(Link)'라는 해변이 있는데, 여행 계획 당시 구글맵에 하트를 눌러놨던 장소이지만 갈 시간이 없어 계획에서 뺀 곳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 걸었다.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불운. 우린 한 정거장을 더 지나쳐서 25분을 더 걸어야 했고, 열심히 걸어 해변에 다다르자 갑자기 폭풍이 몰아쳤다. 인생 한 번도 체감해보지 못한 위협감을 느꼈고 모래+물 폭풍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바닷물에 발도 담궈보지도 못하고, 오후 요트투어도 취소됐다는 연락과 함께 비에 젖은 채로 힘없이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오후 4시30분 쯤 숙소에서 재정비를 하고 나니, 날씨는 우리를 놀리듯 황당할 만큼 화창해졌다. 남편과 나는 다시 버스로 30분 거리의 'Cala Major'라는 해수욕장을 찾았다. 짐 때문에 한 명이 놀때, 한 명이 짐을 지켰는데 그냥 물에 몸을 담궈보는 정도로만 놀고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여행 계획 중 제일 기대했던 날인데, 제일 재미없고 힘든 하루였다. 저녁은 정신없이 먹느라 스테이크는 사진도 못 찍었다. 남편은 전 날 먹은 스테이크가 훨씬 맛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고기와 야채를 싹 먹어치웠다. 오징어 튀김은 사라질 때까지 맥주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음식이었다. 그래도 맛있는 저녁과 맥주를 마시며 "이게 행복이지"라며 서로를 토닥였다.
요트투어 : Attraction Catamarans Mallorca (Link) / 인당 75유로(뷔페식 점심 포함, 음료 불포함)
식당 : El Perrito (Link) / 브런치 맛집
장소 : Cala Major (Link) / 간이 샤워기, 공용 화장실(매우 더러움 주의) 있음
식당 : Tanino restaurante (Link) / 스테이크, 오징어 튀김 맛집
아침 일찍 서둘러 팔마 공항으로 렌트카를 빌리러 갔다. 이번 여행에서 렌트카는 남편의 유일한 숙제였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인기있는 위버(Wiber)라는 업체로 예약했고 셔틀 탑승 위치까지 미리 준비해뒀다. 나는 기특해하며 남편이 자신감 있게 이끄는 대로 졸졸 따라다녔다. 셔틀 탑승 위치를 30분 넘게 헤맸지만, 국제 면허증만 챙기고 국내 면허증을 안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트카 빌리기 숙제를 해냈다.
첫 번째 목적지 칼로데스모로.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마요르카 해변일 것이다. 사실 물이 별로 맑지 않다고 해서 안 가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남들 다 가는 곳 안갔다오면 후회할 것 같았다. 이 날도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마요르카 날씨를 간파한 우리는 금방 비가 그칠 것이라며 주차장에서 비가 멈추길 기다렸다. 1시간 가까이 기다렸을까. 예상대로 비는 잦아들었고, 날씨가 흐렸지만 덕분에 덜 붐비는 칼로데스모로를 즐길 수 있었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칼로데스모로 보다 예쁘고 깨끗하고 멋진 해변은 마요르카에 많은 것 같아서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여기서 시간을 너무 지체한 탓에 소예르와 발데모사 투어는 일찍이 마음을 접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꿀대구와 오징어 튀김이 맛있다는 Es Magatzem. Fat y Salat(Link)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싶었는데, 하필 목요일은 휴무다. 마지막 날 바르셀로나에서 꼭 꿀대구를 먹어보기로 했다. 대신, 빠에야와 파스타를 파는 Pambolieria Es Pontàs라는 식당을 찾았다. 여직원이 불친절하다는 리뷰를 봤는데, 실제로 여직원은 불친절했고 남직원은 친절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음식을 먹진 않았지만, 빠에야와 파스타는 무난한 맛이었고, 요 며칠 탄수화물을 못 먹었던 남편은 그릇을 싹 비웠다.
렌트카 : Wibe (Link) / 국제&국내 면허증 필수 ('24.8 기준, 마요르카는 국내 면허증 사진으로 인정해줌)
장소 : Caló del Moro (Link)
식당 : Pambolieria Es Pontàs (Link)
두 번째 목적지 칼라럄프. Gran Folies 비치클럽을 지나가야 만날 수 있는 해변이다. 그래서 비치클럽 홈페이지에서 자리를 꼭 예약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추측하건대, 칼라럄프는 사유지가 아니어서 비치클럽이 해먹 자리 차지하고 돈을 받는 건 불법인 것 같았다.
같은 날이었나 싶을 정도로 칼로데스모로에서 날씨와 칼라럄프에서의 날씨는 완전히 달랐다. 물이 맑고 깊은 데다가 물고기가 많아 프리다이빙을 하며 놀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또 살면서 만나본 해변 중에 가장 멋있는 해변이었다. 남편은 물만난 물고기 마냥 쉬지않고 수영했다. 나는 남편 다리에 쥐가 나면 어쩌나 걱정하며 계속 멀리 가지 말라고 혼내기 바빴다. 어쩌면 여행 중 가장 행복한 순간 아니었을까. 물놀이가 끝난 후, 비치클럽에서 음료수도 마셨는데, 다른 손님들처럼 우리도 음료수를 천천히 음미하고 여유롭게 마시자고 나에게 신신당부 했던 남편은 세 모금 만에 커피를 끝냈다. 또 둘은 금새 바닥난 음료를 보고 키득거렸다. 다른 곳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어두워 지기 전에 렌트카를 반납하는게 나을 것 같아 아쉽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빠르게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La nueva burguesa는 수제버거 맛집이다. 특히, MAYA 버거 소스 굉장히 맛있었다. 사장님은 소스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셨다. 남편은 한국에서도 대박 날 맛이라며 내가 남긴 햄버거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먹는 것 하나는 여행 내내 완벽했던 우리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짐을 미리 쌌다. 다음 날 바르셀로날로 돌아가는 아침 7시 비행기를 타려면 넉넉히 5시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행 마지막 날 만큼은 여행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어서 바르셀로나에서의 동선도 열심히 구상하며 잠들었다.
장소 : Cala Llamp (Link) / Beach Club Gran Folies (Link)
식당 : La nueva burguesa (Link) / 수제버거 맛집
앞선 글에서 언급했다싶이 나는 항공사 직원이다. 제휴 항공사간 직원들은 Standby Ticket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시스템 상으로 확인했을 때는 전 날까지 첫 비행기 소수의 좌석이 남았음을 확인했다. 아침 첫 비행기라서 분명 탈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예비표를 사놓지 않았던 것이 나의 큰 실수였다.
새벽 4시30분 버스를 타고 팔마 공항으로 갔다. 계획한 대로 5시에 공항에 도착했고 카운터에서 Standby Ticket을 받고 비행기를 타러 게이트까지 갔다. 나와 같이 대기하는 항공사 직원들이 일부 있었고, 나는 분명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코앞에서 잘렸다. 타 항공사 비행기는 처음 타보는 것이어서, 당연히 생각했어야 하는 부분을 놓쳤다. 해당 항공사 직원들도 대기자가 있을 것이란 것, 또 우선순위가 해당 항공사 직원에게 있을 것이란 것을 간과하여, 몇 안되는 자리가 내 것이라는 착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마요르카에서 못 나갈 수도 있겠다라는 극도의 공포감이 나와 남편에게 휘몰아쳤다. 특히, 남편은 팀장님이 바뀐지 얼마 안되어 이번 여행에 연차를 쓰는 것도 눈치를 많이 봤고, 꿈꾸던 회사의 인적성 준비를 남들보다 못한다는 불안감과 압박감이 컸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이해 가기에 나도 너무 속상해서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하지만, 일은 해결해야 한다.
제 값주고 살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을 검색해봤는데 다음 날까지 모든 비행편이 매진이었다. 바르셀로나는 관광객 억제 정책을 시행할 정도로 관광객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던 터, 비행기 티켓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카운터에서 두 번째 Standby Ticket을 받고 게이트로 가면서 배(Ferry)든, 남는 비행기 티켓이든 열심히 검색하며 바르셀로나로 갈 방법을 찾았다. 당일 밤 11시 바르셀로나로 나갈 수 있는 비행기 티켓 2장이 갑자기 나와서 샀는데, 취소 가능한 옵션(Credit으로만 환불 가능)으로 무려 87만원이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김포공항에서 부산으로 가는데 2인 편도 87만원인 것이다. 그래도 티켓을 확보하니 마음은 한 결 편해졌지만, 또 늦게 넘어가더라도 다음날 한국행 비행기를 어떻게 탈 것인지도 열심히 찾았다. 두 번째 시도도 해당 항공사 직원들에게 순위가 밀려 못 타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카운터 매니저에게 거의 빌다싶이 한 듯하다. 세상 불쌍한 표정을 장착하고 새벽 5시부터 공항에서 대기했다며, 벌써 세 번째 시도라며, 잘 부탁드린다며 호소했다. 카운터 직원에게 비행기 좌석의 가능성을 묻자 이번엔 좌석이 있을 것 같다며, 앞선 두 번의 티켓과 다르게 무엇인가를 적어주었다. 덕분에 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들었지만, 13시30분에 떠야 하는 비행기가 2시간이 넘게 지연됐다. 바르셀로나에서 파리행 비행기가 15시10분 출발인데 놓칠게 분명해졌고, 바르셀로나에서 17시10분에 출발하는 암스테르담 경유 인천행 비행기 표를 다시 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가 지연이 돼줘야 탑승 수속이 가능할 것 같았다.
15시 30분경 마요르카에서 빠져나왔다. 비행기가 뜨기 전 바르셀로나 공항 홈페이지에서 운항정보를 확인했다. 천운으로 바르셀로나에서 암스테르담행 비행편이 40분 지연됐고, 열심히 뛰어 빠르게 탑승 수속에 성공했다. 남편은 무거운 짐을 들고 아침 7시부터 뛰어다니느라 살이 쏙 빠졌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는 예정된 날짜에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남편에게는 평온이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미뤄뒀던 구엘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내부 관람), 꿀대구가 눈에 밟혔다. 바르셀로나에만 머물 것을 괜히 욕심부려 마요르카까지 간 내 욕심과 어리석음을 돌아오는 내내 자책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행 마지막날 팔마 공항에서의 악몽은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행운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사그라다 파밀라아가 완공(2030년 예정)된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에 다시 갈 이유가 있어서 다행이다.
명주야 성당 내부 사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