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을 해야하는 이유

초속 5센티미터와 너의 결혼식

by 대백

지난날 일본 영화 초속 5센티미터에 대해 글을 쓰면서, 내게 큰 감명을 준 아이가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오늘은 초속 5센티미터와 너의 결혼식이 공유하는 공통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그녀


우선 본론부터 말하자면, 나를 치료해주시는 교수님은 내게 감명을 준 그 아이의 친척오빠이시다. 그래서 교수님께 진료를 받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여자친구가 떠오른다. 마치 늦봄 바닥에 떨어져있는 벚꽃잎들처럼...


유튜브에서 특정 장면을 찾아보려 했지만, 원하는 장면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본 장면에서 느꼈던 감정을 직접 이야기해보려 한다.


초속 5센티미터: 지나간 사랑의 기억


초속 5센티미터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어린 시절의 두 주인공이 등장하고, 3부에서는 성인이 된 그들이 각자의 길을 걷는다. 여주인공은 결혼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하고, 남자 주인공은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영화는 끝난다.


하지만 내가 가장 깊은 여운을 느낀 부분은 2부였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아련함이 가득했던 장면이 있었다. 2부는 1, 3부의 남자 주인공 타카키를 좋아하는 단발머리 소녀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그녀가 용기를 내어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자전거를 끌며 대화를 나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소녀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전한다.


"타카키 군… 난 타카키 군을 알게 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할지 고민해본 적도 없었는데, 타카키 군을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 그러면서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



이 대사가 끝나고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순간, 불현듯 헤어진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아마도 당시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감정이 북받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너의 결혼식: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작년에 너의 결혼식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 역시 초속 5센티미터처럼 남녀 주인공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고, 남자 주인공은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드레스 예쁘다."

"신부는 안 예뻐?"

"한승희… 나 진짜 후회 많이 했다. 널 아프게 한 거."

"널 만난 걸 후회했다는 말, 사실은 그 반대야. 나 지금 되게 행복해. 그게 다 네 덕이야."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 솔직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학창 시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더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혹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썼던 기억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성장해간다.


연애에 대한 솔직한 대화


작년 영화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함께 오던 분이 문득 물었다.

"대백님, 요즘 이성을 어디서 만나세요?"

"저요? 잘 모르겠어요…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연애를 못하겠어요. 딱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고요."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인데, 제가 가장 부러운 부류가 누구냐면, 대학 시절 멋모르고 만나서 결혼한 커플들이에요. 지금은 상대의 조건을 먼저 보게 되잖아요. 그때는 사랑하는 만큼 버텨냈고, 상대에게 더 멋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나면 ‘나는 이만큼 해왔는데 넌 이게 없네?’ 하고 따지게 돼요. 예전엔 상대와 비교하며 나를 바꾸려 했는데, 지금은 내 기준에 맞춰 상대를 가려내죠."


이 대화를 나누며, 나는 문득 지금의 내 연애를 돌아보게 되었다.


현재의 연애, 그리고 나아가는 삶


최근 나는 건강 문제로 인해 연애가 쉽지 않았다. 부모님들도 모두 헤어지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 하지만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는 내 병을 걱정하기보다는, 내가 병을 이겨내고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했다.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오빠 정도 회사면 그냥 출퇴근하고 유튜브 보면서 살 거 같아. 근데 오빠는 하고 싶은 게 확실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뭐라도 하려고 하잖아. 난 그게 정말 멋져 보여."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여자친구를 봐서라도 내 꿈에 부끄러워지지 않게 열심히 앞으로 나아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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