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 예술인소개소> 광주 청년 예술인 최지선

취재: 유명진

22. 최지선

- 분야: 시각 디자인


최지선 작가님 사진.jpg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광주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종종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그 작업물을 리소 인쇄하고 있습니다. ‘사각프레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지선입니다. 안녕하세요.

2018년도에 시작했는데 그때 이름을 뭘로 짓지 하다가 리소 인쇄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합으로 된 인쇄 방식이라서 그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을 생각해 봤습니다.



2.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저는 출판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실제로 대학을 나와서 하는 일은 거의 출판보다는 행사 위주의 시각 디자인을 주로 합니다. 행사에서 요청하는 구조에 따라 배리에이션을 잘 나누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또 이미지가 잘 보여야 하는지 아니면 꾸미는 데 목적이 있는지에 따라서 느낌을 다르게 하죠. 책의 경우에는 계속 넘겨서 보는 거라 어떻게 보면 구조가 입체적이기 때문에 전체가 통일감이 있되 그 안에서 변주를 줘야 하는 지점들이 있어서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리소 인쇄에 대해 말하자면, 종이 사이즈가 A3로 한정적이다 보니 지면 비율이나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리소 인쇄는 잉크 자체가 마르는 데 오래 걸려서 시간이 지나도 손에 묻어나거든요. 이 잉크가 잘 안 쓰다 보면 굳어서 안 나오고 관리가 힘들어가지고 좀 부지런해야 하는데 작업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디자인 스타일은 다른 디자이너들이 하는 걸 보면 저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는데 결국은 늘 하던 대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전남도립미술관, 기다려-색! 포스터.jpg 전남도립미술관, 《기다려-색!》 포스터


작업을 하면서 되게 재밌었던 작업은 최근에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진행한 어린이 전시《기다려-색!》 디자인인데요. 제 작업물을 다른 디자이너가 무빙 포스터로 영상 디자인해 주신 것도 신기했지만. 시안을 3개 정도 해서 드렸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고르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포스터가 A1 사이즈라 실제로 보면 엄청 큰데, 아이들이 큰 요소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이 동그라미들이 이렇게 뻥뻥뻥 들어간 시안이 채택된 게 디자인도 상황도 재밌었어요 (웃음).


사물의 단면 ,195(가로) X 284(세로)mm, 63p, paper on risoprint, wire bookbinding 2021.jpg 사물의 단면, 195(가로) X 284(세로)mm, 63p, paper on risoprint, wire bookbinding 2021


그리고 예술공간 집에서 개인전을 처음 하게 됐을 때 리소 인쇄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차력 쇼처럼 일러스트 책 『사물의 단면』을 만든 게 가장 힘들었지만, 애정하는 작업이고요. 광주 신세계에서 한 1층 로비 공간 디자인은 (추가) 결과물의 스케일이 크니까 엄청 재밌더라고요. 큰 사이즈를 해봤던 감이 없어서 몇 배 축소해서 작업하기도 하고, 설치할 때도 워낙 크다보니 실제로 현장에서 배치할 때도 느낌이 다르구요. 설치하는 걸 보느라 어깨가 너무 아팠어요(웃음).


제목을 입력해주세요. (10).png 최지선 개인전 《원근 레코드》 전시 전경


이번에 《원근 레코드》에서의 리소 개인작들은 제가 청년 작가들의 전시 디자인을 몇 번 하면서 그리고 제가 살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던 주제인 사회, 노동을 다루었습니다. 저는 제가 관심 있어하는 사회적인 문제 이런 게 다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22.11.04.>, <24.12.29.>, <25.07.29.> 등). 학동 참사 같은 경우에는 정말 주변, 제주항공 참사도 주변에 유가족분들이 계시기도 하고 건너 건너 사건이 많잖아요. 이런 사건들을 살다 보면 잊을 때도 있겠지만 작업은 그럼에도 잊지 않기 위한 저만의 추모 방법이에요. 사회나 주변에 활동가분들도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도 받고 애도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생각하며 주제를 잡게 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3.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계획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작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저는 약간 성격이 대범하지 못해서 그런가 디자인도 약간 소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도록을 예로 들어서 과감하게 사진을 자르거나 여백을 주거나 하면 되는데 더 보수적으로, 안전하게 작업하려는 게 있거든요. 의뢰작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작업에서는 체력적 여유가 받쳐주는 한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출판 등록도 매년 하면서 등록세를 낸단 말이죠. 근데 책을 『사물의 단면』 이후로 아무것도 안 냈기 때문에 이제 출판을 뭔가 해봐야겠습니다. 본격 책이 아니더라도 작은 형태의 중철 책자나 진(zine)으로 만들까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전 때 하영 작가님이랑 주고받은 이야기를 조금 더 보태서 책을 만들어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그 부분은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독립 출판 씬도 예전에는 되게 재밌었는데 지금은 소량 인쇄가 되게 쉬워지다 보니까 책을 만드는 허들이 낮아져서, 굳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굳이 내가 이렇게까지 책을 낼 일인가 약간 회의감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들이 책을 계속 내고는 있는데 그걸 읽는 소비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도 그래서 뭔가 만들고는 싶은데 조금 더 부담을 줄여서 작고 가벼운 책으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4. 다른 장르의 예술가와 콜라보, 협업 계획 있으신가요?


주변에 뭔가 디자인이 필요해서 저한테 연락을 주시면 그냥 하는 타입이라서요. 기회가 된다면 뭐든지 합니다. 협업이라는 게 딱히 대단한 게 아닌 게 저는 협업을 누가 주도하고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로 구분하지 않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진행되는 작업들이면 전부 협업이라고 봐요. 그러다 보니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올해 작업한 ‘비건탐식단’, ‘빵과 장미’나 ‘한 걸음 가게’도 어쩌다 보니 연이 이어져서 하고 있습니다. 작업한 기간이 쌓이니까 다들 좀 저에게 편하게 접근하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협업에 임할 때는 주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서로 조율하면서 작업하는 데 재미를 느끼고, 디자인을 잘해서 행사 결과가 좋다 이런 생각은 지양하고 있어요. 디자이너로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5. 본인이 전문예술인으로 남기 위해서 필요한게 무엇인것 같나요?


체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진짜 20대 때가 제일 건강한 거구나’ 약간 이 생각이 드는 거예요. 20년도랑 21년도가 제일 바빴단 말이에요. 낮에는 미팅해야 해서 돌아다니고 인쇄소 갔다 와야 되고 통화하고 자잘한데 일이 많다 보니까, 일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맨날 밤 10시까지 일하고 토요일 하루 쉬고 일요일에 나와서 일하고 이랬단 말이에요. 그랬는데 지금은 늦게까지 일하는 건 상상도 못 하겠고, 집에서 일도 안 해요(웃음). 무엇인가를 하려면 다 체력이 필요한 것 같고, 건강이 제일 큰 자산인 것 같습니다.


환경적으로는 커뮤니티가 좀 활성화되면 좋겠는데 이게 또 서로 먹고 사는 게 바쁘다 보니 모이는 게 쉽지 않고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커뮤니티 규모가 크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안에서 편하게 말할 수 있고 기존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이 교류가 가능해야되는 것 같아요. 사람 모으는 것도 네트워킹도 항상 어렵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6. 사람들에게 어떤 예술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혹은 어떤 예술인이 되고 싶나요?


꼰대가 되지 않고 싶어요. 나이를 먹으면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남한테 잔소리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합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다 다를텐데를 항상 염두에 두며, 주변의 소중함을 간직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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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며

시끌벅적한 연말 분위기의 카페 속에서 이야기하니 우리가 하는 고민도 여기 누군가와는 맞닿아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리된 공간에서 이해받지 못할 일들만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일부라고. 많은 예술인들이 스스로가 하는 일에 대한 실효성을 의심하지만, 내 앞에 그리고 또 내 옆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는 걸 의심하지 말아야 함을 느낀다. 그림 한 장, 글 한 줄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작년 12월 느꼈기에 더욱이.


인터뷰어 : 유명진

사회의 이슈를 외면하기에는 조금 예민하고 주변에 편재한 문제를 느끼기엔 조금 둔감한 어중간한

사람으로서 붕 뜬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으로 연결되는 감각을 좋아하여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애매한 감각으로 기준선에서 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그러모아 전시 기획을 한다. 기획한 전시로는 《통 속의 추구미 너머》(2024), 《단면의 총합》(2023), 《보물찾기: 빼앗긴 호기심을 찾아서》(2023) 등이 있다.




본 인터뷰는 2025년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문화특별의제

‘문화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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