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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 예술인소개소> 광주 청년 예술인 송미경

광주청년 예술인X기획자 아카이빙 취재 : 유명진

03. 송미경

- 분야 :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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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광주에서 작업하고 있는 송미경이라고 하고요. 평면 회화를 합니다. 주로 주제는 감정, 흔히 부정적 감정이라 불리는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울이나 공허함 아니면 답답함이나 슬픔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러한 감정을 그림으로 풀어내려 하고 있어요.


2. 어떤 활동, 작업을 하시나요?


각자의 마음 내면 속 깊이, 마주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누구나 자신의 감정인데도 솔직한 표현을 하는 게 생각보다 부끄럽잖아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내놓아야 하나 싶고, 스스로 힘들 때 ‘힘들다’라고 누구한테 이야기할 수가 없거나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 때도, 인정하지 못할 때도 있고 그렇잖아요. 제 작품은 그런 감정을 담은 하나의 표현으로써 이를 느끼는 것은 축소될 일이 아님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저에게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스스로가 느꼈던 그 감정을 되뇌게 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나도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것이구나.’ 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일종의 감정적 교류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해요.


-작품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구체적인 상황이 작품에 드러나 누군가가 나는 저런 상황이 아니니 저만큼 슬퍼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식의 해석을 맞닥뜨리는 걸 항상 경계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감정은 굉장히 깊으나 특별한 사연을 위한 것은 아니에요. 저는 각자에게는 비교할 수 없는 감정의 정도가 있기에, 사연이나 상황을 특정 짓기보다는 그 감정을 느끼는 과정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어요. 그렇기에 분명히 설명되는 것을 피한 빈 공간에 모두가 공감 가능한, 각자에게 가장 가까운 신체를 이용한 작품을 하고 있는 거고요.


송미경_쉼(2024).jpg <쉼 Ⅰ>(2024), Oil on canvas, 97.0 ×194.0cm


- 작품의 주제를 어떻게 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작업 시작을 할 때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한 주제가 뭘까 했을 때 그 질문에 대한 작업을 해야겠다 싶어서, 처음 작업 주제는 ‘죽음’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생각하면은 우울했던 건데 이때는 우울이나 슬픔의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못 하고, 왜 살아야 하는가 고민을 반복했었거든요. 그래서 초반에는 물 너머를 죽음으로 생각하고 물에 신체를 담그는 식의 작업을 했었는데, 구성상 한계를 느꼈을 즈음 지금의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해야지 내가 원하는 낯섦을 표현하고 내가 원하는 주제를 설명할까.’


작업에 대한 한계와 미래에 대한 조급함 속에서 내 정신이 굉장히 지쳐가고 있을 때, 지금 작품처럼 웅크린 자세나 다리 사이에 머리를 집어넣는 자세를 하고 있더라고요. 내가 안정감은 느끼지만 동시에 신체를 제한하고 건강에 안 좋은, 약간은 자해적인 행위를 하게 되고, 작업은 적당선에서 끝내기도 하면서 스스로가 한 행동인데도 굉장히 회의감과 모순됨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이제 스스로 약간 내가 한 행위에 내가 나를 괴롭히는 듯한 느낌을 담고자 하게 되었죠.


또 생각을 가다듬고 작업을 시작하다 보니 구상 단계에서 탈락되는 일들이 엄청 많았는데, 이제는 그 구상 단계에서 걷어내지 말고 다 제대로 된 드로잉을 만든 후에 결정하자는 마음으로 작년 개인전을 준비했었어요. 개인전을 하고 또 작업을 하다 보니까 제가 예전에는 제 감정에 대해서 막연히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는 조금 더 한 겹 한 겹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죽음으로 귀결시킨 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감정들을 작업을 통해 더 깊이 해석하고, 인정하고, 넘어가려 시도하고 있는 거죠.


3.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계획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비슷한 감정에, 최대한 사연이 없는 그림을 그리려다 보니 그릴 게 사실 없어요.(웃음) 그래서 아직은 이렇게 구성적 작품을 하고 있지만 먼 훗날에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합니다. 구성하고 그다음으로 넘어가고 구성하고 그다음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보니 작품 하는데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 약간 들어서요. 그래서 확실히는 아니지만 ‘시선’에 대해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 내에 위치한 머리의 시선 말이에요. 예전부터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자료를 구하기도 힘들고 기억만으로는 구현하기가 힘들어 미뤄왔었던 걸 해보려고 합니다.


4. 다른 장르의 예술가와 콜라보, 협업 계획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저 자체가 워낙 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다른 장르에 크게 관심이 있진 않아요. 하지만 작업에 주제가 예민한 부분인 만큼, 예술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만큼 의식적으로 타 예술가들과 교류를 하고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는 광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예술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5명 정도의 예술가들이 팀을 이루어 협업하는 사업이에요. 평소 시각 관련 예술가들과는 쉽게 접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음악 분야의 예술가분들을 만나게 돼서, 앞으로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5. 본인이 전문예술인으로 남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인 것 같나요?


작업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머리로 생각해서 구도를 짜는 사람이었다 보니 한계를 느낄 때가 있었거든요. 제가 이렇게 말하니 선배 작가님들이 ‘그래도 해봐라.’, ‘이걸로 몇 년은 해보고 너의 정체성을 확실히 한 다음에 변화하는 거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프로 작가가 되려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말대로 붙잡고 시도하고 더 해보면 어느 순간 구도 플레이가 아니라 스스로 뭔가 달라지는 순간이 오는 것도 같은 느낌이에요.(웃음)


추가로는 공모 지원서를 잘 쓰기. 생각보다 진짜 학교에서는 그럴 일이 없었는데 문서 쓸 일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옛날에는 전문스럽게 쓰려고 수업도 받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활동하는데 확실히 프로가 되려면은, 저희는 사실상 프리랜서잖아요? 내 일하는 시간도 내가 정해, 일하는 양도 내가 정해, 쉬는 시간도 내가 정하다 보니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진짜 제대로 작업하려면 작업실에 출근하듯이 나와서 할 거 딱하고 퇴근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저도 그래야 된다는 걸 많이 느끼거든요. 내 시간과 내 것을 잘 조절할 수 있어야지 오래오래 할 수 있지 언제까지 맨날 벼락치기로 야작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웃음)


6. 사람들에게 어떤 예술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혹은 어떤 예술인이 되고 싶나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창작자?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야겠다 그런 욕심은 없거든요. 유명한 작가는 되지 못하더라도,

저를 아는 사람들의 한에선 정말 솔직한 작가, 거짓이 없는 작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송미경_숨(2024).jpg <숨>(2024), Oil on canvas, 181.8 ×227.3cm


인터뷰를 마치며

정적인 공간이지만 끊어질 듯한 긴장감으로 마음을 사로잡던 송미경 작가님의 작품처럼, 인터뷰는 연약한

내면을 꿰뚫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작가님이 다른 이를 대변하지 않고 말하는 내용은 오히려 나의 감정과

맞닿았고 그렇기에 큰 위로를 받았다. 스스로는 한 번도 내뱉어보지 못한 말들을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이에게 또 대중에게 공개하는 작가님의 심정을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온전히 비쳐진 진심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신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느껴도 된다고, 드러내도 된다고 말하는 단단한 진심이 이 글을 통해 전해지길

바란다.


인터뷰어 : 유명진

사회의 이슈를 외면하기에는 조금 예민하고 주변에 편재한 문제를 느끼기엔 조금 둔감한 어중간한

사람으로서 붕 뜬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으로 연결되는 감각을 좋아하여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애매한 감각으로 기준선에서 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그러모아 전시 기획을 한다. 기획한 전시로는 《통 속의 추구미 너머》(2024), 《단면의 총합》(2023), 《보물찾기: 빼앗긴 호기심을 찾아서》(202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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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2025년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문화특별의제

‘문화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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