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청년 예술인X기획자 아카이빙 취재 : 김도휘
저는 광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색소포니스트이자 클라리네티스트, 그리고 빅보스마칭밴드라는 팀의 대표 강태호입니다. 본래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음악 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그걸 바탕으로 청소년 교육도 함께 하고 있고 다양한 창작 공연도 기획하고 있어요. 오케스트라 지휘도 하고 있고요. 이렇게 음악적인 거라면 다양하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최근에는 음악도 만들어 보려고 자작곡 활동도 해보고 있어요.
지금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라면 빅보스마칭밴드죠. 이 팀이 제 음악적 취향을 가득 담고 있어요.
저에게 있어서 음악은 양극단이에요. 아주 즐겁고 재밌거나, 아주 우울하고 다크하거나. 빅보스는 즐겁고 재밌는 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양한 장르를 우리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죠. 올해는 미국 뉴올리언스의 마르디그라스 퍼레이드를 모티브로 축제의 장을 한번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뉴올리언스 중에서도 세컨드 라인이라는 장르의 음악을 기반으로 모델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 공연 기획도 직접 하시는 건가요?
항상 하죠. 직접 공연 다 짜고 올리는 것까지 하고 있어요. 그리고 행사를 가는 것도 항상 제가 큐시트를 만들고 어느 정도의 계획성을 가지고 공연합니다. 즉흥적으로 하는 것도 사실 어렵진 않은데 그렇게 하면 약간 완벽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 모든 공연을 조금씩 다르게 기획해서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8월 9일에 빅보스 타임이라는 단독 콘서트를 보헤미안 극장에서 열 예정입니다. 다른 일반적인 공연들과는 조금 다를 거예요. 주류도 판매할 거고, 스탠딩 공연이라 앉아서 보시기 좀 힘들 것 같아요. 제가 강제로 일으키기도 할 거고요.(웃음)
물론 뒤쪽에 테이블 좌석도 있어서 앉아서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그곳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 저는 테이블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이미 다 팔렸습니다. 스탠딩석에서 같이 놀아보시죠(웃음)
- 작곡도 하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지금 발표된 게 있을까요?
제가 작년까지 활동했던 솔밴드라는 재즈 밴드가 있는데, 그 팀에서 앨범 작업을 끝내놨어요. 아직 발매를 못 했지만 아마 올해 안에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발매된다면 오랜만에 같이 공연하는 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네요.
- 개인 활동도 하시나요?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클래식 클라리넷도 전공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활동도 계속 하고 있어요. 티오피 콘서트 밴드라는 곳에서 클라리넷 주자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악적 발전을 위해 작업실에서 고독과 싸우면서...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 어떤 연구인가요?
일단은 연주자들에게 필수적인 악기연습이죠. 단순히 연주연습만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다루는 색소폰과 클라리넷, 이 악기로 어떤 새로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저만의 무기를 찾는 노력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제 음악 인생에서 10장 이상의 앨범을 내는 거예요. 제가 색소폰을 연주하시는 김오키(Kim Oki) 선생님의 팬입니다. 그분이 다작의 상징시거든요. 앨범을 15장 정도 내셨어요. 그분의 음악과 삶에 많은 영감을 받아서 나도 나만의 앨범을 10장 이상 내야겠다 다짐했죠. 재작년부터 그걸 저만의 목표로 삼고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빅보스마칭밴드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생긴 목표는 대한민국 브라스씬을 조금 더 발전시키는 겁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브라스 팀들은 대부분 클래식 금관 앙상블이고 저희처럼 연주하는 팀들이 사실 많지 않아요.
그래서 앞으로 저희 같은 브라스팀들과 협업해 하나의 큰 연합을 만들어서 브라스씬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멋진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도 해보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음악교육도 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관악기를 사용한 색다른 음악, 공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하고 싶어요. 그럼 좀 재미있는 예술가들이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협업계획 있죠. 사실 콜라보는 지금도 하고 있어요. 제주에서 온 밴드 이강과 퓨전 국악 콜라보를 하고 있죠. 그리고 <청춘마이크> 공연에선 무드리스트란 밴드와 댄스팀인 무빈 업 패밀리와의 콜라보 무대를 준비하고 있고요. 협업 계획은 언제든지 있고 지금도 구상 중인 협업은 무척 많아요.
사실 전 콜라보는 예술가들에게 하면 할수록 좋은 게 아닐까 해요. 자기 분야에서 노력하는 건 항상 꾸준히 해야 하는 것들이라 보는데요. 이제 자기가 잘하는 걸 가지고 남들이 안 하는 거를 만들어 내는 게 예술의 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조금 더 새로운 모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예술은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자주 시도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모방에서 넘어가는 단계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곤 합니다. 물론 자기 분야 하나만 파서 엄청난 걸 만들어내시는 분들도 있지만요.
- 생각 중이신 콜라보 작업 하나만 꼽는다면?
음악적인 것 외로도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그림 앞에서 그림을 보고 연주를 하는 거죠. 아니면 영상을 뒤에 틀어 놓고 그 영상에 맞춘 연주를 하는 거죠. 즉흥적으로요. 행위 예술이나 미술, 영상 이런 쪽에서도 단순히 노래를 삽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같이 서로의 예술품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갑자기 떠오르는 건 샌드아트네요. 샌드아트 예술가분들이 표현해주시면 제가 거기에 맞춰서 연주하는 거.
그 행위 자체가 행위 예술이 될 수도 있는 모습인데, 언젠가 해보면 좋겠습니다.
이 질문을 받고 고민을 좀 했습니다.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우선 제가 전문예술인으로 남으려면 가장 필요한 건 지속가능성이지 않을까 합니다. 예술이라는 게 그냥 잘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한 것 같고, 구조적 차원의 지원이나 환경이 갖춰져야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공연하러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은 문화의 중심이나 흐름이 수도권과 관광지에 집중되어 있다는 거예요. 이유가 뭘까, 하고 팀원들하고도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지역의 문화예술 자체에 관한 관심과 태도 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도권과 멀고 관광지라고 보기 어려운 곳은 대체로 예술에 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 신인 예술가들을 위해 무언가 하기보다 완성된 예술가들을 초청해서 연주를 보여주는 게 우선시되고 있어요. 광주 예술의전당에 엄청난 예술가들이 와서 공연할 때가 종종 있는데요. 그런 분들을 데려와야지만 우리 지역 사람들이 관심이 있는 거죠.
그래선지 이미 완벽한 가수들, 이미 유명한 분들에게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는 게 있지 않나 합니다. 갓 시작하는 사람들이 노출될 수 있을 만한 기회가 많이 필요해요. 지금은 그런 게 좀 부족하죠. 제가 솔밴드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때는 젊었고, 학생부터 했으니 그냥 부딪힐 수 있었어요. 그렇게 3~4년을 했어요. 그리고 오케스트라도 만들어보면서 경험도 쌓고. 빅보스마칭밴드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시기적으로나 아이템적으로 잘 맞아서 빠르게 성장한 거예요.
예술가들의 지속성을 위해선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해요.
지역 아티스트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든지요.
너무 잘 들어주셔서 말이 길어졌는데(웃음), 그러니까 저에게 지속가능성이라는 건 예술가 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예술가들이 자극도 받고, 응원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예술 자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도움이지 않을까 합니다.
본 인터뷰는 2025년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문화특별의제
‘문화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