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나몬*
바야흐로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일에 맛이 들린 막둥이가
이번 Easter Long weekend 중 하루
친구들과 동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으니
라이드를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원래는 월요일에 가고 싶다는데
엄마가 월요일에 일이 있어서
라이드는 못해줄 것 같다고 했더니
친구들과 날짜를 이리 저리 조율하는 간절한 노력을 보여주며
No를 끝내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간절한 조율의 열매인 대망의 토요일
아침부터 나에게 라이드 다짐을 여러번 확인 하시고는
샤워재개까지 하시고
들뜬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주겠다고
콜라 두 캔을 챙기셨다.
드디어 라이드를 해주러
집을 나서 복도 중간 엘리베이터 앞.
“가면 콜라 있을텐데 그냥 사먹지
그거 극장에 못가지고 들어간다”고 했더니
그냥 들고 들어가도 된다고 주머니에 넣겠다고 하다가
콜라캔 둘래를 잡기에 턱없이 손이 작아서였는지
그대로 놓쳐
콜라캔이 엘리터이터 앞 복도 바닥에
자유낙하…
땅에 부딛히는 그 순간까지만 해도
시멘트 맨바닥도 아니고 카펫이니 터지겠어. 설마.
그냥 줏어야지 했는데.
옴마…
터짐과 안터짐이 양자역학적으로 중첩된 바로 그 같은 순간
신은 나를 돕지 않으시고…
순간적으로 그 작은 콜라캔에서
라스베가스 벨라지오 분수쑈를 연상케 하는
까맣고 하얀 거품이 격렬히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환청…
‘어서와 엄마. 청소 노동자는 처음이지?’
그리고 때마침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지금 무슨 영화를 찍는가.
이 무슨 타이밍.
아무도 없길 바랬던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한 청년,
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고 나와 눈이 마주치며 얼음.
나: (체념) “You can come out”
청년: “Oh. I’m sorry” (니가 왜? 아. 너 캐네디언.)
나: ”Yeah. I’m sorry too. (여러의미로… 나도 캐내디언이긴한데… 지금 난 내가 얘 엄마인게 더 쏘리다. 청년)
막둥이는 지난 10여년간 배운데로 닥치고 옆에 서 계시고
난 분사되는 콜라 앞에 속절없이 당한,
반습반건조스러운,
다리에 살뜰이 척척 감기는 원피스를 한껏 느끼며
집으로 들어가 페이퍼 타월 한 두루마리를 가져와
콜라 분수쑈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내가!
왜!
지금!
여기서!
이 애플 시나몬*같은 짓을!
하고 있는가!
차로 내려 가면서 남편에게 메세지를 했다.
메세지를 순화 번역을 하자면
“나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훌륭한 성인으로 어서 빨리 자라
멋진 「독립 개체」가 되는 것이
너무나,
정말 너무나
학수고대 된다“
꽤 유능한 청소 노동자로 10분을 살아내고
용도 변경을 훌륭히 하여 운전기사로 변신 후
막둥이를 무사히 극장에 데려다주고는
다시 차로 걸어 오는데
길이 참 속도 모르고 봄봄 거리고 있다.
*순화변형된 심한 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