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장애인

feat. 선물에 제목 붙이기

by 갈휘연

나도 유니콘도 기념일 챙기는 데엔 소질이 없다.


심지어 서로의 생일도 노플랜.

스캐줄이 허락하면 당일 느지막이 애들 재우고

잠깐 나가서 맥주 한 잔 하고 오는 게 끝.


매일 붙어 있으니

따로 서프라이즈를 준비할 겨를도 사실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면 이유.


따로 생일 선물? 그런 거 없다.


나는 갖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 그때 그냥 사고

산 물건에 제목을 붙이곤 했다.


“이거 올해 내 생일 선물이야. “


“이거 당신 2년 후 생일 선물 미리 주는 거야.”


”이건 올해 우리 결혼기념일 선물이야.


언젠가 남편이 물었다.

“근데… 사고 싶은 거 사고 제목은 왜 붙여? 그냥 갖고 싶어서, 주고 싶어서 샀어! 하면 되지”


“그냥. 우린 기념일 안 챙기니까 굉장한 재미를 놓치는 게 아닌가 하는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작은 불안의 발로?”


“음….

그럼 붙여~ 붙여서 안불안하면.”


그가 제목을 붙이라고 한 후 더 이상 따로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