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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밤 Aug 17. 2023

말이 간장종지 같다

언어가 너무 자주 가볍다.

나이가 차도 사용가능한 언어는 그대로인데 마음만 움푹진다.

그래서 가끔은 머리를 싸매고 가슴을 치고 기울어지고 굳어버린다. 

천정을 본다. 지하철의 유리창을 보기도 한다. 책을 더 읽으면 도움이 될까?


치이고 고생하며 하루를 보낸 친구에게 안부를 물을 말은 정녕 "힘들진 않아?"밖에 없나. 

저리게 그리웠던 그들을 환대할 말은 정녕 "보고 싶었어"밖에 없나.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아픔이 옮았을 때 할 수 있는 말이 "힘 내, 응원해"뿐인가.


내 마음은 이렇게나 큰데! 여기에 어떻게 담으라고!


그런 말들 앞과 뒤에 또 주리 죽죽 ㅋㅋ를 날려버렸다. 

으아악, 견디지 못하고 분해하며 후회한다. 

난 다음 말이 고민되거나 민망하고 머쓱할 때 공백을 메꾸라며 포켓몬마냥 보내기도 한다만 그런데 날개가 달린 것도 아닌 게 가볍게 앞과 뒤의 말의 진심을 가려버리는 것 같다. 시멘트랑 비슷하다.

그 조차도 'ㅋ'에겐 과분한 역할이다.


마음에 비해 말이 너무 초라해서 차라리 말하지 않기를 선택하고 싶은 때가 있다.

차라리 그 편이 마음끼리 소통하는 데 좋을 거라 생각되는 때가 있다.


"말을 멈출테니, 잘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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