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이

by 낮밤

널판지 위에 잔뜩 발린 끈끈이, 끈끈이 위에 뿌려진 사료같이 생긴 무언가. 그리고 그걸 먹다 끈끈이에 붙어 죽어 있는 쥐. 트랩이다. 숯댕을 집에 두고 다시 돌아갔다.


검지손가락만한 작은 생쥐의 까만 눈은 반쯤 떠있었다. 지하철에서 읽은 책 내용 중에 죽어가는 몸과 연결될 수 있는 건 그 몸을 만지던 존재뿐이라는 말이 있었다. 나는 그 작은 쥐를 아마 만난 적이 없고, 그래서 그의 몸을 만지기가 두려웠다. 대신 어제 집회에서 받은 신문지로 천천히, 제발 형태가 유지되면서 떨어지길, 네 발이 끊기지 않고 떨어지길, 피부가 벗겨지지 않길 바라면서 끈끈이에서 살살 떼어냈다.


다른 희생자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사료같이 생긴 그걸 통에 쓸어 담았다. 끈끈이 위에 뿌려져 있어서 긁어내야 했다. 온 손에 끈끈이가 묻었다. 나는 덩치가 있어서 뗄 수 있고 죽지 않았는데 소동물에겐 늪이나 다름없었다.


숯댕이 덕분에 찾은 거다. 숯댕이가 냄새를 맡고 그쪽으로 갔기 때문에. 그 쥐약을 먹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쓸어담으면서 화가 나고 지쳤다. 쥐를 죽이려는 이유는 뭐였을까? 살해가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사료는 담았지만 끈끈이는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넓게 발린 끈끈이 위에 신문을 얹어 붙였다. 그래도 남은 부분에는 나뭇잎을 붙였다. 신문이 거의 딱 맞는 크기였다. 신문엔 평등, 정의, 민주주의 같은 단어가 써 있었다. 쥐약더미와 끈끈이, 그리고 그에 의해 살해당한 쥐와는 한참 동떨어져 보였다. 그게 동떨어지지 않아야 되는 건데……. 그걸 연결하는 게 우리의 역할인 건데……. 쥐 트랩 앞에서 그런 멋진 말들은 무용했다. 끈끈이 앞에서 주저앉아 목놓아 울고 싶었다. 죽은 몸을 낙엽 세 장으로 덮어두고 일어났다.



사회적으로 보호받는 존재가 그걸 당하면 변화할까, 계속 생각이 들었다. 끈끈이에 쥐가 아닌 내가 붙어 죽어 있으면 끈끈이가 문제시될까? 덫에 목표동물이 아닌 내가 걸리면……. 화가 나면 이런 생각이 반복된다. 그러나 생각만 이렇게 하고 몸을 사린다. 인간이라서 몸을 사린다.



끈적이고 거뭇거뭇해진 손으로 통을 들고 가는데 동네 개가 통에 관심을 보였다. 강한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약을 지하철역 쓰레기통에 버렸다. 손을 씻어도 끈끈이가 남아있었다. 쥐의 반쯤 열린 까만 눈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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