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보았나, "회사깡"
회사에서 "깡" 세진 이야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누가 약한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다만, 그것을 이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인 것이죠."
마침 TV를 틀었는데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카이스트 대학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걸 보니, 내가 조직에서 가장 약한 존재였던
신입사원시절이 떠올랐다.
아직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조직의 서열 마지막 순위인
그런 나를 이용한 이가 있었으니...
박씨에게 데인 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회사에서 생산직을 모집하는데 시범적으로
2개월 계약직 사원을 채용해 보기로 결정했다.
최종 세 명이 입사하게 되었고 그 중 한 명이 박씨였다.
근로계약서 작성을 진행하게 됐던 나는,
최대한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실수를 하거나
긴장한 티가 나지 않도록 말을 아꼈다.
그러나 노련한 박씨는 그런 나를 보며,
이 조직의 약자이자 최대의 약점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캐치했고 이를 적극 이용하고자 마음먹었다.
"2개월 후에 계약이 갱신될까요?"
"글쎄요, 열심히 하시면 혹시 모르죠?" (웃음)
당시, 회사에서 혼자 뭔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게 없었던 나는
2개월 후 회사에서 나의 운명도 모르는데
박씨의 다음 계약의 여부를 알 도리가 없었기에
박씨가 너무 실망하지 않을 정도의 대답을 했다.
곧 이런 식의 대답은 해서는 안됐었다는
자괴감에 몸서리치게 되었다.
박씨가 입사한지 하루만에
생산부 부장님이 근무태도가 좋지 않아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리포트를 하셨다.
"제품이 나오는 시간에 항상 자리를 비워서
다음 공정 진행에 차질이 생기니
정해진 휴식시간에 이동하고
근무시간에는 집중해 달라"고 했더니,
"담배를 피우러 가는데도
허락을 받아야 돼냐"고 한 것이다.
그 다음날에는 공정상의 주의사항을 얘기했으나
수용하지 않았고, 공정에 문제가 생기게 그냥 두었다.
그 다음날에도 선임과 다투어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또 그 다음 날에는 산재를 당했다며
출근 1시간만에 병원에 가버렸다.
박씨가 있던 팀에서는
50년 창사이래 산재가 처음있는 일이라
이 일은 곧 큰 일이 되었다.
영국회사라 안전교육에 매우 철저한 곳이었는데,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레포트를 만들고 동영상을 제작하여
전세계 지사에 배포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박씨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발에 물건을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졌다.
왜냐하면 박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곳은
공정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아닌데다가
CCTV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산재를 이유로 박씨는 거의 두달을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되니까
부당해고라고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내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계약갱신이 이루어질꺼라는 약속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표님과 상무님은 내가 구멍이라 말실수할 수 있으니
다시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말라고 지시를 하셨고
나는 주눅들어 있었다.
이게 정말 나때문이면 어떡하나
잠이 안올 정도로 걱정도 되었다.
또, 박씨는 노동부에 찾아가 난동을 부렸고
노동부는 회사에 감사를 나왔다.
또,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썼다.
그때의 나에게는 참 감당하기 벅찬 일들의 연속이었다.
결국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고 끝이 났다.
박씨 사건 이후
난 많이 달라졌다.
말랑말랑 하리보 곰젤리같았던 나는
인생 짠맛을 경험한 씹기도 힘든 오다리가 되어갔다.
그리고, 3년 후, 나는 노무사가 되었다.
약점을 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고 하는 자들이 있다.
혹시라도 그들의 타겟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굴하지 말고, 너무 마음 다치지 말고,
나를 단련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넘어졌을 때, 무언가를 집어들고 일어서라"
당신은 할 수 있다.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