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되었다
'이 회사에 입사한다면 업무와 관련된 것은
무엇이건 배우고 익히는 자세로 임하는
워크던트가 될 것입니다!'
면접을 볼 때, 입사 후 포부에서
나는 항상 이 이야기를 했었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 나는 운동화에 책가방을 메고
회사를 다니는 공부하는 회사원인 워크던트가 되었다.
예쁜 연필깍이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저게 서른은 넘어가지구 남자친구도 없고,
웬 연필깍이 타령이여, 저게 진짜 어쩌려고 저래’
라고 표정으로 말했는데, 난 알아들었다.
엄마와 나의 텔레파시라기보다는
결혼하는 친구가 많아지면서 엄마는
나의 결혼을 걱정하는 말씀을 자주 하셨기 때문에.
나의 입사 후 포부는 사실 진심이었다.
나는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했고,
항상 더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으니까.
그런 나를 꿰뚫어 보는 나의 상사, 박 상무님까지 있었으니, 나의 운명은 워크던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동기부여자-채찍을 휘두르는 자를 만났다
박상무님은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그에 맞게 전략적으로 행동하시는 전략가였다.
본인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먼저 정하고
그것을 위해서 어떤 사람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잘 알고 계셨다.
나에게는 ‘까는 전략’을 쓰셨는데,
까고, 무시하며 자극하면 내가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공부해서 주어진 일을 해내는
약간 독한 인간형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그리고 때로는 미래를 제시하기도 하셨다.
‘김 대리, 우리 회사같이 연장근로없이
칼퇴근하는 회사가 없어.
그런데 이런 회사다니면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건 바보같은 짓이겠지?'
상무님은 회사다니면서 대학교, 대학원 과정도
수료했을 뿐 아니라, 회계사 자격증도 취득하신
원조 워크던트로써, 내가 노무사 자격증을 따는게 우리 부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종종 이야기를 하셨다.
못하면, 바보라고.
동기부여자-끊임없이 사건을 만드는 자들을 만났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노동조합이 강성이어서
이슈가 되는 노동법 관련 소송은 모두 진행했는데,
통상임금 소송도 그 중에 하나였다.
입사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5년 전 임금까지 다시 계산해야했다-당시 생산직의 연장근로, 휴일근로, 야간근로가 최고치였던 시절이었다-내가 입사하고 얼마 전부터 ERP가 도입되었으니,
그 전에는 모두 종이로 결재를 했고,
나는 창고에서 5년치 급여대장과 연장근로신청서, 근태내역을 모두 찾아내서 파일로 정리하고
급여와 수당을 다시 계산해야했다.
우리 부서에는 상무님과 나뿐이어서
결론적으로는 내가 혼자서 이 일을 다해야했고,
당연히 일상적인 업무들도 문제없이 해내야 했다.
또, 폭행사건, 산재사건, 임금협상, 단체교섭, 고충처리, 부당해고 사건, 등등 늘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 인사팀에서 유일하게 실무를 하는 인원은 나뿐이니
자문도 구하고, 책도 찾아보며
어느 정도 전문가로써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나는 나의 의지와 내 주변의 동기부여자들에 의해서 워크던트가 되었고,
3년 간은 정말이지 드라마 한편을 보지 못했고,
평일에는 회사가 끝나면 곧장 독서실에 달려가서
공부를 하고 밤 12시가 넘어서 귀가하고,
주말에는 스터디를 하며 매달리며 휴식없이
일과 공부를 병행했는데, 그때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었다.
고3때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내 인생 달라졌을까?
고등학생교 때 이렇게 동기부여 요소가 많았다면,
학구열이 이글이글 타올랐을테고
훨씬 좋은 대학을 갔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더 좋은 대학이 더 나은 인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 그저 가볍게 웃어 넘겨본다.
그래도 나의 경험담에 비추어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공부를 할 때는 동기부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라,
지금도 나는 동기부여에 대해서 늘 강조한다.
공부아니라 다른 걸 할 때도 물론이다.
이제 달려볼까?
저 앞에 결승선이 정해졌으니,
이제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고쳐매고
한 눈팔지 않고 달려야 했다.
워크던트의 속도는 토끼와 거북이처럼
스튜던트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제 내 목표는... 노무사 자격증 취득이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만...
나의 레이스는 시작되었다.
일할 때 좀 더 내 의사결정에 자신감을 얻고 싶었고,
내 모습이 전문적이기를 바랬다.
그리고, 나는 상무님에게 지기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