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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선 노무사 Oct 02. 2021

42개월 아이와 함께 코로나검진을 받았다

첫째 아이가 기침을 시작했다.

요즘 때가 때인만큼 콧물이나 기침같은

호흡기 이상증세를 보이면

바짝 긴장을 하게된다.


바로 병원을 가서 약을 지어

1주일을 먹었는데도 기침이 나아지지를 않고,

심지어 열도 다시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의 기침이 내게 옮겨져 나까 기침을 했다.

돌림노래같이 돌아가며 기침을 했다.


심상치 않은 것같다는 느낌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다시 소아과를 갔더니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1호 환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그 표정과 말투를 잊을 수 없다. 빨리 나가라는 그 손짓도.


너무 무서웠다.

전날 미팅했던 담당자가,

"우리 회사는 한 달에 한 번 코로나검사 무조건 받아요

수출물량때문에 휴업은 절대 안되거든요"

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등줄기에 땀이 났다.


혹시, 만약, 코로나면...나때문에... 문을 닫게 되는건가


그러나 무엇보다 무서운건 아이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유치원친구들, 선생님들, 그들의 가족들....

우리 24개월 둘째는 어떡해...

신랑은... 아직 회사에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없다고 했는데


아이와 같이 코로나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면서...

아이에게는 마음을 놓게하려고 유투브를 맘껏 보게 해줬다.


그동안 내 마음은 타들어갔다...


어떡해...어떡해...어떡하지

우리가 어디를 갔었지, 누구를 만났더라...


긴 줄을 기다리고 있는데

돌이 갓넘었을 아기를 안고오는 아빠가 보였다.


긴급한 상황인지 먼저 들여보내준다...

그 아기도 무사하기를 바래며, 큰 아이 어깨를 꼭 안아본다.


 아이가 코에 면봉을 쑥 넣는데도 잘 참아내며

검사가 끝났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다음 날 7시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둘째는 아빠와 함께 할머니댁으로 피난을 보내고

첫째와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편안하게 해주고, 재밌는 게임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다행히도 점점 열이 떨어지는걸 보니

코로나가 아닐 확률이 높겠다 싶었다.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성이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손을 모으고 두 눈도 질끈 감는다.

온 몸의 긴장이 풀려 소파에 풀썩 드러누웠다.


엄마가 되니 더 겸손해지는  같다.

기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이번 일로 내가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아직 나는 아이와 관련된 일에는 

안절부절을 못하는 초보 엄마다싶었다.


회사에는 신입사원이라고 일배우는 시간도 있고,

직무가 바뀌면 교육훈련도 시켜주는데


엄마한테는 그런게 없다. 매순간이 실전이다.

신생아도 처음이고, 어린이집도, 그 다음 유치원도..

아이가 커가는 매순간이 처음인데 연습이란 없다.


나이들면 괜찮을까? 엄마경력이 더 쌓이면 괜찮아질까?


음성이라는 소식을 알리자

엄마경력 43년차인 울 엄마,

"얼마나 마음을 졸였나 몰라,

이제부터 집에만 있어, 어디갈 생각말어라"


잠도 설치고 묵주들고 기도를 하고 계셨던거다.


음...그렇구나, 평생 안절부절하는거구나...

엄마가 되는게 어떤거지도 모르고

순겁쟁이가 겁도없이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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