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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선 노무사 Sep 15. 2021

기묘한 이야기에서 인생을 배운다 - 사춘기자녀편

사춘기 딸에게 쓰는 아빠의 편지

일과 육아를 병행하머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며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난 정말 드라마를 좋아한다.

미드, 한드, 일드...다 좋다.


최근 나의 극한 시간부족 상황에도 불구하고

짬짬히 엄청난 건너뛰기를 하며 본 미국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다.


너무 재밌어서, 그간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날아갈 정도다.

두고두고 계속 보고싶은 드라마다.


시즌3의 마지막에

사춘기 딸에게 보내는 아빠의 편지가 엄마인 나의 심금을 울렸다.  


사춘기 딸(엘)은 남자친구와 방에서 뭘하는지 희희덕거리고, 아빠는 딸에게 남자친구가 집에 오면

반드시 방문 10cm는 열어두라고 하지만,

자꾸 문이 닫히고, 아빠는 애간장이 녹는다.


부모가 되고 보니, 너무 이해가 가는 아빠의 마음.

나는 이제 부모시점이구나 싶었다. 어쩔 수없이.


아빠는 친구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을 구하고,

친구는 대화를 해야한다고 얘기해 준다.

윽박지르거나 화내는 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사춘기 딸에게 쓴 아빠의 편지 내용은 이렇다.

There's something I've been wanting to talk to you both about.
너희 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

I know this is a difficult conversation,
but I care about you both very much.
이런 대화가 편하진 않겠지만,
다 저희를 너무 아껴서 그래.

And I know that you care about each otehr
very much.
둘이 너무 좋아하는거 나도 안다.

And that's why it's important that
we set these boundaries, moving forward,
그래서 이런 경계선을 바짝 긋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so we can build an environment
where all we feel comfortable, trusted,
and open to sharing out feelings.
그래야 우리 모두 편안하고 믿을 수 있고,
우리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마음을 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테니까.

Feelings.
감정들..

The truth is for so long,
I'd forgotten what those even were.
사실은 정말 오랫동안
나는 감정이 뭔지 잊어버리고 살았다.

I've been stuck in one place, in a cave,
you might say. A deep, dark cave.
한 곳에 갇혀서, 동굴 속이라고 할까. 깊고 어두운 동굴.

And then, I left some Eggos out in the woods and you came into my life
and for the first time in a long time,
I started to feel things again.
그러다 난 에고와플을 숲에 갖다놓았고,
니가 내 삶으로 왔단다.
아주 오랫만에 처음으로
나는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어.

I started to feel happy.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지.

But, lately, I guess I've been feeling distant from you.
그런데, 최근에, 나는 너와 거리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

Like you're pulling away from me
or something.
마치 나를 떠나려는 것처럼.

I miss playing board games every night,
매일밤 보드게임을 하던게 그립고

making triple-decker Eggo extravaganzas
at sunrise,
해뜰 때 삼단 에고와플을 만들던거나

watching westerns together
before we doze off.
서부영화보다가 졸던 것도 그리워.

But I know you're getting older.
하지만 나도 알아 니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Growing.
자라고

Changing.
변하고 있지.

And I guess if I'm being really honest,
that's what scares me.
사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두려워.

I don't want things to change.
변하는게 싫거든.

So, I think maybe that's why I came in here,
to try to maybe stop that change.
그래서, 아마 내가 지금 이 변화를 막으려고
이러고 있는 것 같다.

To turn back the clock.
시간을 되돌리려고.

To make things go back to how they were.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해보려고.

But I know that's naive.
하지만, 그건 순진한 생각이지.

It's just not how life works.
삶은 그렇지가 않으니까.

It's moving.
움직이기 마련이거든.

Always moving, whether you like it or not.
좋든 싫든 항상 움직인다.

And yeah, sometimes it's painful.
그래, 때론 고통스럽고.

sometimes it's sad.
때론 슬프고

And sometimes..it's surprising. Happy.
때로는 놀랍고, 행복하지.

So, you know what, keep on growing up, kid.
그래서, 있지? 계속 자라나렴.

Don't let me stop you.
내가 널 막아서게 두지마.

Make mistakes, learn from them and
when life hurts you, because it will,
remember the hurt.
실수를 하고, 실수로부터 배워라. 그리고 삶이 고통스러울 때, 왜냐면 그럴꺼거든. 그 고통을 기억하렴.

The hurt is good.
고통은 좋은거야.

It means you're out of the cave.
니가 동굴에서 나왔다는 거니까.

But, please if you don't mind,
for the sake of your poor old dad,
keep the door open 3 inches.
하지만, 정말 이 불쌀한 나이든 아빠를 위한다면
방문은 10센치 열어두겠니?

이 편지를 쓴 아빠는 친딸을 병으로 잃고 희망도 잃고

삶의 의욕도 상실한 채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경찰, 호퍼다.


엘은 그녀가 가진 특별한 능력때문에 연구소의 과학자들에게서 길러지다가 탈출하여 우여곡절 끝에  호퍼를 만나 함께 살며 나중에는 호퍼의 딸로 살아가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괴물이 나타나고 이를 무찌르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속에

사람냄새 풀풀 나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려내며, 현실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이 보통이 아닌 드라마에

나는 빠져들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아빠 호퍼의 편지에서 정말 그와 똑닮은 나의 마음을 발견했다.


변화를 싫어하고,

삶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거라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그래서 호퍼의 Hurt is good. 이라는 말에서

엄마인 나를 다독여본다.


부드럽게, 하지만 강하게 자라나길 나도 바라니까.

인생에는 분명 기쁨도 있고 사랑도 있으니까.

슬픔과 고통만 있는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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