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간 생성자, 오토메틱 시계

세계와 내가 만들어가는 나만의 시간.

by 시아
시간이라는 것은 때로 절대적으로 느껴지고는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동일한 24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 듯싶지요. 하지만 시간은 상대적이고, 우리의 행동들과 자연의 만남은, 아주 작지만, 사회와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자유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편리한 것들을 찾아나가게 됩니다. 깃펜에서 만년필로, 만년필에서 볼펜으로, 볼펜에서 애플펜슬로. 이러한 기술의 변화로 없어져가는 것들에 대해서 소중함을 느끼고, 아쉬워하는 맘이 드는 것은 과연 우리가 그 시대를 "낭만"이라고 부르면서 추억을 미화하여 나갔기 때문일까요? 저는 그 제품들만이 갖는 불편할지 몰라도, 그 제품을 쓰게 만들어주는 이유에 대해서 고찰하고 나만의 이유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자기 합리화일지 모르지만, 저는 저만의 낭만에 이름을 붙이고 싶습니다.


시계에 대한 추억

시계에 대한 추억으로 글을 시작해볼까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잠깐 찼던 전자시계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까지 휴대폰이 없었던 나에게 손목시계는 내 일상을 관리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었다.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판과도 같은 존재였다.

당연지사, 시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시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인생친구라고도 할 수 있던 존재인 친구도 시계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친해졌고, 지금까지도 시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내 주변에 많이 있는 편이다. 그렇기에 시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오토메틱 시계를 구매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을 거다. 내 첫 오토메틱 시계는 세이코사의 프레사지 모델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시티즌의 오토메틱 시계를 즐겨 차고 있지만, 첫 오토메틱 시계였던 세이코의 프레사지 모델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계였다. 처음으로 내가 스스로 번돈으로 구매한 시계이기도 했고, 사회초년생의 입장에서 많지 않은 돈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구매했기 때문에, 아직도 애용하고 있다. 꽤 많은 순간 내 손목 위를 빛내고 있었고, 그만큼 내 생활에서 일어난 스크래치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시계를 처음 구매할 때 나 스스로 질문이 많았다. 쿼츠 시계를 산다면 분명 더 디자인이 좋거나, 기능이 많은 시계를 살 수도 있을 텐데, 매일 차고 다녀야 하고, 때때로 분해하여 청소까지 해줘야 하는 귀찮은 이 시계를 사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글로 표현되지 않고, 마음으로는 원하는 이 간극을 배 꾸기 위해서 글로 써 내려갔던 막연한 생각을 다시금 꺼내, 글로 다듬어보고자 한다.

내 첫 시계였던 세이코 프레사지 모델과 요즘 착용하고 있는 시티즌의 시계(중앙의 티파니색)

오토메틱 시계에 대해서, 그리고 오토메틱 시계의 작동 원리

사람들은 흔히 손목시계를 보고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 정도로만 구분한다. 시곗바늘이 있으면 아날로그, 화면에 숫자가 뜨면 디지털이라고 단순히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 복잡하다. 시침이 있어도 내부 메커니즘은 전자식일 수 있고, 반대로 디지털 같은 판독창을 가지고 있어도 내부는 순수 기계식일 수 있다. 겉모습과 작동 원리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토매틱 시계는 전자 부품 없이, 순수한 기계장치만으로 시간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태엽을 감아두면 그 힘이 서서히 풀리며 바늘을 움직이는데, 이때 일정한 간격으로 힘을 나누어주는 것이 진동자다. 진동자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마치 작은 심장이 뛰듯 규칙적으로 맥을 이어가고, 초침과 분침, 시침은 그 호흡 위에서 움직인다.

여기에 ‘자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장치가 바로 로터다. 시계 안쪽에 매달린 반달 모양의 금속추가 내 팔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고, 그 운동이 다시 태엽을 감아올린다. 그래서 오토매틱 시계는 내가 걷고 손을 흔드는 한 멈추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내 몸의 리듬이 시계의 리듬이 되는 것이다.

이미지 - 랑에운트 죄네(놀랍게도 디지털 부품이라곤 없다)


오토메틱 시계의 매력

오토매틱 시계만이 갖는 장점은 사실 시간을 측정한다는 측면에서는 없다. 200만 원대의 오토매틱 시계의 하루 시간 오차가 10~30초 사이인 반면, 고작 2만 원대의 쿼츠 시계는 1달에 10초의 오차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대가 높아지면 더 심해진다. 쿼츠 시계의 경우에는 배터리를 2년 정도마다 한 번씩 갈아주면 되고, 이때 드는 비용은 약 5만 원 안쪽이다. 가장 비싼 쿼츠 시계라고 해도 배터리 교체 비용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하지만 오토매틱 시계는 배터리를 갈아줄 필요는 없는 대신, 내부의 기계장치의 마모를 예방하는 측면에서 오버홀이라는 것을 해줘야 한다. 시계를 분해 후 먼지를 제거하고, 지나친 마모가 진행된 부품은 교체해 주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10~200만 원의 돈이 드는 것은 일반적이다.

오토매틱 시계가 쿼츠 시계에 비해서 장점이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음에도 오토매틱 시계를 사는 하나의 이유는 헤리티지에 대한 존중이다. 혹은 예술품이라는 측면에서는 시계가 갖고 있는 헤리티지(역사성)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달에 최초로 착륙한 시계(오메가 스피드 마스터)나, 최초의 다이버용 시계,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한 공군 조종사의 시계, 24시간을 달리는 레이싱에 참여한 사람들의 손목에서 자리를 빛냈던 시계들이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 인간의 한계, 그리고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순간을 기록하고, 그 순간 시간을 알려줬던 시계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간을 측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담고 있고, 인류의 도전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구입할 가치가 있는 시계이다.


오토매틱 시계의 다른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디지털 기계가 없이, 순수한 기계 톱니바퀴와, 태엽 등으로 시간을 측정한다는 부분에서, 소위 기계 덕후들에게 많은 관심을 산다. 기계공학의 집적체를 뽑는다면 나는 자동차와, 시계를 뽑을 것이다. 이중 시계는 작은 손목 위에 시간을 측정하고, 중력의 오차를 무시하고, 다양한 기능을 넣기 위해서 정말 작은 톱니바퀴 수백 개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것을 두께가 2mm도 되지 않는 작은 사이즈 안에 넣어서 고장 나지 않게 잘 작동하는 것이 하나의 기술의 한계와, 기계공학의 총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자연과 습관이 만나서 만드는 나만의 시간

하지만, 내가 시계를 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물리학과, 시계의 특성이 나의 습관을 기록해 주고,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해서, 먼저 시간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 달의 간격으로 시간을 동기화한다. 즉 이 말은 한 달이 지나기 전까지는 전지구적으로 동기화된 정확한 시간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시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현대에서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은 세슘원자에서 전자가 주기운동을 기준점으로 하여 시간을 측정한다. 세슘원자는 특정한 주기를 갖고 전자가 높은 궤도로 이동했다가 낮은 궤도로 내려오는 운동을 반복한다. 이 운동을 측정하면 1초라는 것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밝혀낸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을 측정하는 공간의 상태에 따라서 1초가 각각 흘러간다. 그래서 결국 다양한 지역에 세슘원자를 기반해서 시간을 측정하게 되면, 적도와 북극지방의 시간은 달라지고, 여름철과 겨울철의 시간이 아주 작은 오차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오차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각의 지역에서 시간을 측정하고, 한 달에 한번 측정 데이터들에 가중치를 부여해서 계산함을 통해서 시간을 다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즉 시간은 우리의 약속인 동시에, 과학자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간을 만들어내는 권력이 과학자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구가 만들어내는 시간인 셈이다.

즉, 시간이라는 것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게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만의 시간이란 어디에 존재하는가 고민해 보았다. 어차피 나와 붙어있지 않은 것에서 측정한 시간을 보내주는 스마트폰이라면, 이것이 사회의 시간이지, 나에 대한 시간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언제나 사회와 함께 맞추어져 있다. 스마트폰 속의 시계는 세계와 연결된 정밀한 시간으로, 단 한 초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다. 반면, 오토매틱 시계는 내 생활의 패턴을 담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내가 걷는 것, 내가 자는 것을 모두 기록하여 시간을 측정한다. 심지어 내가 어떻게 시계를 놓는 습관이 있는지도 보정하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준 것이다. 혹은 내가 오랫동안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시계를 찰 일이 없었다면, 가끔 오토매틱 시계는 멈추기도 한다. 나의 시간이 사회에서 격리된, 시간인 만큼 나의 시간도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오토매틱 시계는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의 습관, 나의 생활을 온전히 담은 시간을 알게 해 준다. 즉 오토매틱 시계를 사는 것은 나만의 고유한 시간을 구입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 바쁜 사회에서 적어도 1~2분 정도는 나만의 고유한 시간을 갖고, 그 시간 안에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내 손목 위의 시계는 나의 행동을 하나하나 기록해 가며, 나의 시간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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