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자기소개, 자기선언

대학교 자기소개서에서 시작된 자기선언 (KAIST 자기소개서 이야기)

by 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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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2년 전 첫 '자기선언'을 KAIST 자기소개서에서 경험했다. 그 선언을 지금의 언어로 다듬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노출하면서 살아간다. 그 순간 나는 객체화되면서, 나라는 존재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다시 기술된다.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나에 대한 소개이다. 간단한 소개는 나와 타인의 시선이 교차하는 교차점이자, 나를 타자화하여 기술하는 선언문이다.
그러면, 나는 그리고 여러분은 스스로에 대해서, 어떠한 선언을 내뱉을 것인가?

대학교 자소서를 쓰던 시기, 나는 자기선언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다. "KAIST는 질문하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자신만의 질문에 대해서 설명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기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첫 항목이다. 처음으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가 납득할만한 답을 찾기 위해서 고뇌했다. 여기서 나온 나만의 질문은 아직도 나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주제이기에, 이 질문에서 시작해볼까한다.


왜 이 글을 쓰는가?

예전에 잠시 작성했던 브런치에서도, 나는 나에 대한 소개로 서두를 작성했다. 글이 쓰인 지 자그마치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2년 동안, 대학교부터 창업... 다양한 경험 속에서 나는 다시금 새롭게 객체화됐고, 자기소개라는 선언을 하고자 한다.

또한 동시에 나라는 작가 존재에 대해서 바라볼 수 있는 프레임을 여러분께 제공하고자 한다.

이 위에서, 점차 쌓여갈 글을 통해 나에 대한 존재의 단편들을 모아서 나에 대해서 알아가 줬으면 한다.


추후에는 독자 여러분들께서 나에 대해서 한 문장으로 정리하여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시아라는 브런치 작가가 있는데, 과학하고 사회랑 엮은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다만,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단정하지는 않으려 한다. 각자의 프레임으로 나를 새롭게 기술해주셨으면 한다.


자기소개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가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소개를 한다. 가장 최근에 자기소개를 했던 적이 언제였는가? 나의 경우에는 주에 3번 이상은 명함을 내밀며 자기 소개를 한다. 여기서의 자기소개는 나라는 객체는 지워지고, 타자가 관심있어하는 정보를 담은 나에 대한 소개이다.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 등.

그렇다면, 진짜 나에 대한 소개를 최근에 했던 적은 언제였는가? 소개팅 때? 대학교 MT에서? 신입사원 면접 때? 이 모든 소개에 있어서도, 우리는 타인이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들을 알려주고, 진짜 나는 한 발짝 물러나서, 타자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나를 이야기한다.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자기소개

각각의 소개에서 우리는 사회의 탈을 쓰고 우리를 소개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자녀로, 부모로, 직장의 직위로, 학생의 신분으로 ‘나’를 설명한다. 이런 소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아는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보여주지 못한다. 나는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고, 카뮈의 소설을 좋아하며, 쳇 베이커의 음악을 즐겨 듣지만, 이런 취향조차 드러나지 않는 소개가 많다. 우리가 이렇게밖에 소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가 무엇인지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 꿈은 무엇인지 등의 나의 총체를 구성하는 것을 나조차 알기 어렵다.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했듯, 수없이 깊은 심연들이 우리를 얽어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저는 000이고, 000 학과 00학번입니다"정도의 소개나, "000 회사의 00과에 000 팀장입니다."정도의 소개만 해도 우리의 관계는 굴러간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기소개가 부담되는 사람도 많다. 자기소개 따위하고 싶지 않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사람이다. 아직도 나는 나를 알아가는 중이고, 의미없는 자기소개따위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기소개

자기소개를 계속 꺼려왔던 나는, 대학교 1학년 2학기(지금으로부터 2년 4개월 전) 한 수업에서의 자기소개 시간에서, 나라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자기소개를 만났다. 학번, 이름, 학부와 수업에서 얻어가고자 하는 바만 말하는 그런 틀에 박힌 자기소개에서 벗어나 나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사, 나의 선호, 나의 지위 그리고 이상을 담은 나의 꿈과, 생각에 대한 자기소개를 시켰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나"라는 자아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고, 실제 삶을 살아가는 나에 대해서 선언하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내가 처음으로 자기소개서에 쓰여진, 나에 대한 모습을 음성으로 내뱉은 순간이기도 하다.

저는 "모든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 동시에, 이 답을 글로 풀어내고, 실천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이 자기소개,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나에 대한 선언을 위에 두고, 이어가보자.


나를 위한, 자기존재에 대한 규명. 자기선언

"나"는 나에 대해서 이해하고, 나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권리와 의무가 있는 존재로 규명한다. 그렇기에 타자의 시선으로만 쓰여진, 나를 타자의 시선으로만 쓰인 나. 객체화한 시선에 대한 서술은 아무런 선언을 지니지 못하는 정보의 전달일 뿐인 소개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나에 대한 기술, 즉 자기소개를 통해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하나의 인격으로 묶어 소개할 필요에 대해서 주창한다.


잠깐, 이러한 자기소개가 언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입사 자기소개서 팁을 찾다가 들어온 분이 있다면 미리 양해를 구한다. 이 글은 어필 요령이 아니라 나를 나에게 선언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면접, 소개팅, 대학 MT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주면 된다.

사실 자기소개, 선언이라고 불리는 것이 모든 순간, 모든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면접, 소개팅, 대학 MT등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여기서의 자기소개는 "나"를 "나"에게 선언하는 시간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살고 있으며, 이러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즉 그렇기에, 이는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닌, 자기선언이다.

나 스스로를 타자화하여, 나라는 자아와 만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소개하기 위한,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본질을 찾아나가며,

그렇다면 자기선언은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 책상 위의 신라면을 떠올린다. 신라면을 판매량, 제품 유형, 영양성분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아는 그 이미지를 충분히 전하지는 못한다. 반면 “국민라면”이라는 한 단어는 정체성을 선명하게 만든다. 자기선언도 마찬가지다. 핵심만 남긴 한 문장이 필요하고, 세부 정보는 맥락에서 보완할 수 있다.


자기소개는 나를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 타자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프레임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자기선언은, 너무나도 나를 잘 알지만, 나에 대해서 이해하지는 못하는 가깝고도 먼 타자인 나에게 나를 소개하는 과정이다. 나는 나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쉽사리 나에 대한 것들을 지워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선언에는 나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핵심만 남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자기선언으로.

어떻게 시작할까? 이름으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나는 000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에 대한 소개는 상대방이 나를 이렇게 불러달라는 부탁인 동시에, 그 이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름은 나와 타자를 이어주는 것이기에, 앞에 붙이고 싶다.


그러면 어떻게 마무리할까?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본질은 무엇인가, 이를 통해서 자기소개를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회사원, 누군가의 부모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라는 단어만큼 우리의 본질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람입니다."라는 자명한 사실을 자기소개의 말미에 굳이 넣으려고 한다.


중간에는 무엇이 와야 하는가? 중간에는 본질들이 담겨야한다.

나는 본질을, 나 스스로가 해결하고자 하는 질문으로 삼고싶다.

그러면 자기소개를 써보자.

시아입니다. "모든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답을 찾기 위해서 사유하는 사람입니다. 물리학과 철학을 통해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듯 해서,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창업을 진행하며, 세상에 대해서 공부하며 답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세계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갖고 살아간다.라는 부분을 배치했다. 이는 나라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다르게 하는 본질인 동시에, 나라는 사람의 삶에서 저 질문을 빼게 되면, 내가 기존까지 살아온 과정을 부정하는 동시에 지금의 나를 부정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본질로 꼽았다.

이 질문을 해결하는 지금의 과정을 연결해봤다. 나라는 사람은 결국 지금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중요한 정보이다. 나는 물리학적인 지식을 공부하면서, 물리학이라는 것이 세계의 본질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따라서 철학이라는 사유의 방식이 동시에 존재해야지만 세계를 이성과 지성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렇게 소개한 것처럼, 나는 앞으로 브런치에서 쓰는 글에서 다양한 학문을 오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고자 하는 과정에 대한 글을 쓸 것이다.


이 글의 여정의 끝에 나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를 이렇게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가는 사람.


글을 마치며.

우리는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이러한 질문들을 듣는다. "너는 꿈이 뭐야?", "너는 어떤 사람이야?", "당신을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이 질문들은 때로는 우리의 온화로운 일상을 부숴버리기도 한다.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는 질문들이 우리의 잔잔한 일상에 던져지는 것이다.

이 글, 그리고 이 글로부터 말미암아지는 생각들이, 당신의 온화한 일상을 잔혹한 자기선언을 요하는 질문들로부터 지켜주는 하나의 보호막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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