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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맏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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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자 Aug 30. 2023

맏이

서문

아, 님은 갔습니다. ‘요즘은 자서전을 쓰는 중이야.’ 라시던 당신의 말을 기억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때는 그 말을 그냥 흘렸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지금 서랍에서 잠자던 당신의 향기를 꺼내 봅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당신의 표정이, 당신의 몸짓이 그 안에 있습니다.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한 집안의 맏이로서, 군인으로서, 가장으로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던 당신의 필름을 뒤늦게 되돌려봅니다. 전쟁으로 얻은 훈장과 국가유공자라는 수혜만으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 말할 순 없습니다. 

아버지의 친필을 워드로 작업하면서 긴 문장은 다듬어 손질을 약간 했지만 내용을 더하거나 뺀 것은 없음을 밝혀둡니다. 약자체로 쓰인 한자나 가타카나로 쓰인 일본어는 직접 해독이 어려워 가능한 노력을 하였으나 한계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곁에 계실 때 좀 더 힘이 되어드리지 못했음을 한없이 후회합니다. 당신 살아생전에 하고 싶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외면했던 딸들에게 이렇게 글로써 남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별마루에서 셋째딸 강현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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