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내공

단단함이란?

by 이칸 eKhan

건축에서는 흔히 말한다.
외력보다 내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태풍이 얼마나 거센지, 지진이 얼마나 자주 오는지는 건물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바람과 흔들림은 언제든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건축은 외력을 탓하지 않는다. 대신 내부를 단단히 다진다. 보이지 않는 철근을 촘촘히 넣고, 기초를 깊이 묻는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이 약한 건물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진다는 걸, 우리는 이미 수없이 보아왔다.

사람의 삶도 그렇다.

세상은 늘 만만치 않다. 실패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오해와 상처는 뜻하지 않은 방향에서 날아온다. 누군가는 말한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그래.”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세상은 비슷한 얼굴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은 끝까지 서 있고, 어떤 사람은 쉽게 주저앉는다. 그 차이는 외력의 크기가 아니라, 내력의 깊이에서 갈린다.

사람의 내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버텨본 시간, 스스로를 지켜낸 경험,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운 기억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 그 시간들이, 정작 큰 흔들림 앞에서는 가장 강력한 구조가 된다.

내력이 튼실한 사람은 세상을 이기려 들지 않는다. 대신 견뎌낸다.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잠시 금이 가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왜 서 있어야 하는지를 안다. 그 앎이 삶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우리는 종종 외력을 줄이려 애쓴다. 비바람 없는 자리로 옮기고, 흔들림 없는 환경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배려 깊지 않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내 삶의 내력을 조금씩 키워가는 것. 조용히, 꾸준히, 남몰래.

겉으로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남들보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삶이면 된다.

건축이 그렇듯, 사람의 삶도
내력이 튼실할수록 오래, 그리고 조용히 서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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