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변명은 늘었고, 책임은 사라졌다
요즘 책임을 회피하는 말들은 점점 정교해지고 논릴 정연해진다.
실패에는 이유가 붙고, 선택에는 조건이 달린다.
결국 모든 일은 “어쩔 수 없었다”로 정리된다. 판단은 흐려지고, 책임 역시 사라진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불평등한 조건과 왜곡된 제도,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벽도 있다.
그러나 모든 선택을 뒤구조적인 문제 뒤에 숨는 순간, 책임은 증발한다.
설명은 늘어나지만, 감당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변명 그 자체가 아니다.
변명만을 말하는 태도다.
변명은 오류를 지워 주는 면죄부가 아니다.
상황이 어떠했든 사람은 판단했고, 선택했고, 행동했다.
그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되는 순간, 잘못 보다 먼저 사라지는 것은 주체다.
어른은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않는다.
상황을 고려하되, 자신의 선택을 함께 짊어진다.
그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다른 길은 없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설명하느라 책임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모든 결과를 혼자 떠안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내린 판단만큼은 인정하겠다는 태도다.
여기까지는 내 선택이었고, 여기부터는 통제할 수 없었다고 선을 긋는 일이다.
그 선이 없으면,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는 기술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가벼워진다.
누구도 결정하지 않았고,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러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떠돌 뿐이다.
그리고 그 몫은 늘 가장 약한 사람이 떠안는다.
그래서 책임은 무겁지만 필요하다.
책임이 있어야 선택이 의미를 갖고, 선택이 있어야 성장이 가능하다.
변명을 말하되, 그 안에서의 나를 지우지 않는 것.
그것이 어른의 태도이고, 사회가 버티는 최소한의 무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