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어른이 부재한 시대에서 4

4. 목소리는 크고, 무게는 가벼운 사람들

by 이칸 eKhan

말하기는 쉽다.

생각보다 말이 앞선다.

문장을 고르기 전에 감정이 튀어나오고, 판단보다 반응이 앞선다.

말은 순식간에 퍼지고, 금세 다른 말로 더퍼진다.


큰 목소리는 늘 튄다.

확신에 찬 말투, 단정적인 표현, 빠른 결론.

사람들은 그 힘에 잠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 말이 남긴 결과까지 함께 짊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말은 던졌지만, 책임은 남겨두고 떠난다.

그래서 세상은 말은 많고, 수습은 적다.


상처는 남지만, 사과는 희미하다.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가장 흔한 변명이 된다.


어른의 말은 다르다.

많지 않다.

쉽게 꺼내지 않는다.

말하기 전에 한 번쯤 멈춘다.

이 말이 누구에게 닿을지,

이 말이 어떤 시간을 지나 남게 될지,

말이 지나간 이후의 장면을 먼저 떠올린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말은 사라져도,

그 말이 만든 감정과 관계는 오래 남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은 종종 늦게 말한다. 아니 천천히 말한다.

침묵을 선택하기도 한다.

모르는 척하거나,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내공이고 선택이다.


말의 크기는 누구나 키울 수 있다.

목소리를 높이고, 단어를 세게 쓰면 된다.

하지만 말의 무게는 다르다.

그 무게는 말한 이후의 책임까지 포함한다.

상처를 안을 수도 있고, 관계를 회복 할 수도 있고,

또는 나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할 때도 있다.


말의 크기가 아니라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

말한 뒤의 시간을 책임질 준비가 된 사람.


그 사람이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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