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옛날이야기

옛날이 참 좋았는데

by 이칸 eKhan

어느덧 나의 하루는 일일이 기억해 둘 틈도 없이 속도를 높여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정돈된 미래보다, 기억 한구석에 쌓여 있는 퀴퀴한 먼지 냄새의 오래된 책이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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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지치고 힘들어 남몰래 한숨을 삼키며 빈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날이 잦아졌다.


그래도 옛날을 돌아보면, 겨울 한철 아랫목에 깔린 두툼한 이불속처럼 은근한 온기가 조용히 속삭인다.

옛날이 좋았다. 그때가 참 좋았다라고.


나에게 옛날은,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기차 화통 같은 성화를 못 들은 척하며 흙먼지 일으켜 뛰놀던 시절이었고,


방학의 끝은 수학여행의 길고 어두운 터널처럼, 결코 도착하지 않을 것이라 믿던 철없는 확신이었고,


기말고사 마지막 날 종이 울리면 성적표보다 반 등수를 먼저 헤아리던 괜한 오지랖이었고,


자율학습 시간 라면집으로 향하던 월담은 세상이 허락한 작은 일탈의 뜀박질이었고,


그렇게 나의 옛날은 포근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모두 행복이었던 시간들이다.


지금의 고단함과 무게 또한, 머지않은 어느 날 돌아보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옛날이 되어 있지 않을까?


선명하지는 않아도, 부엌에서 새어 나오던 밥 냄새처럼

은은하고 희미하게 마음을 데우는


또 하나의 그리워야 할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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