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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Feb 12. 2023

(13) 희대의 요부 - 하희

★ 18禁 역사 읽기 ★ (230212)

세계 최고의 요부(妖婦), 희대(稀代)의 바람둥이로 흔히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를 들 수 있다. 7명의 남자와 8번 결혼하고 8번을 이혼하며, 이 남자 저 남자 품으로 부나비처럼 달콤한 꿀을 빨러 찾아 떠돌던 여자였으니까. 세기(世紀)의 연인(戀人)이며 전후(戰後) 최고의 미인이었던 결혼 횟수 말고도 수천 번의 스캔들이 있었다. 초승달처럼 가는 눈썹, 빨려 들어가는 푸른 눈동자를 가진 커다란 눈, 성적 매력이 넘치는 석고상(石膏像) 같은 완벽한 입술, 오뚝한 코, 반팔로도 휘감기는 가는 허리, 비너스상 같은 미끈한 다리 등등 그녀는 완벽한 미모를 지닌 배우였다. 이러한 미모도 당연히 한몫하려니와 화려한 남성편력(男性遍歷) 덕분에 붙여진 그런 대명사가 붙었을 거다. 흔히들 성이 개방된 시대가 현대이고, 서양 출신이며, 직업이 배우(俳優)니까 그런 바람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양도 아닌 동양에서, 직업이 배우가 아닌 어엿한 왕실 공주가, 더구나 현대가 아닌 까마득히 2,500년 전인 춘추시대에 엘리자베스(일명 리즈) 테일러 뺨치는 여인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하희(夏姬). 중국에는 “하희(夏姬)는 세 번씩이나 다시 젊어졌다.”라는 말이 있듯이 나이를 먹어도 젊음을 잘 유지한 여인이었다. 하희(夏姬)의 무릎과 무릎 사이에서 고개를 파묻고 흐느적거리던 사내들을 순서대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배다른 오빠인 공자(公子) 만(蠻), 정(鄭)나라 대부로 만(蠻)과 삼각관계인 자공(子孔), 남편인 하어숙(夏御叔), 남편의 동료이자 대부인 공녕(孔寧), 남편의 동료이자 대부인 의행보(儀行父), 임금인 진영공(陳靈公), 대신급인 연윤(連尹)이자 두 번째 남편인 양로(襄老), 양로의 아들, 즉 하희(夏姬)의 의붓아들인 흑요(黑要), 장군이자 세 번째 남편인 굴무(屈巫 : 나중에 무신巫臣으로 개명), 왕인 진경공(晉景公) 굵직굵직한 놈으로 9명이다. 중국의 일설에 「殺三夫一君一子 亡一國兩卿(남편 셋, 임금 하나, 아들 하나를 죽이고, 한 나라와 두 정승 집을 망쳤다」는 말인데, 이 하희(夏姬)를 두고 한 말이다. 정말 2,500년 후에 태어난 최고의 미녀 리즈 테일러보다도 훨씬 다양하고, 상대남의 질(質)도 굉장히 고급스럽다. 역시 동양 최고가 아니라 천하의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요녀(妖女) 임에 틀림없다.

중국 역사상 하희(夏姬)라는 이름을 쓰는 유명한 여자가 둘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이 여자고, 다른 한 명은 이 요녀(妖女)보다 300여 년 후인 전국시대에 진(秦) 나라의 효문왕(孝文王)의 후궁이다. 그녀는 효문왕(孝文王)과의 사이에 자초(子楚)를 낳았는데도 총애를 받지 못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지 못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아들 자초(子楚)가 조(趙) 나라의 한단(邯鄲)에 인질로 가서 있었으니 거의 무수리 취급이었을 것이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끝까지 살아봐야 안다. 자초가 천하의 장사꾼 여불위(呂不韋)를 만나서 그의 술수에 의해 일약 태자로 책봉된 후 곧이어 왕에 등극하니, 모후(母后)가 되고 손자 진시황(秦始皇)이 천하를 통일하니 황태후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우리들의 화려한 요부(妖婦)인 주인공 하희(夏姬) 춘추시대 정(鄭) 나라 목공(穆公 : 재위 BC 627~606)의 딸내미다. 성은 희(姬)이고 본명은 소공?(少 공(孔) 자 밑에 명(皿)자를 붙인 글자)이었는데, 왕족인 하(夏)씨 집안으로 시집을 가서 하희(夏姬)라고 불렸다. <청화간(淸華簡)>이란 고서(古書)에 본명이 기록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한자사전이나 컴퓨터에 나오지 않아서 표기할 수 없었다. 천하의 절색을 타고난 하희(夏姬)가 요부가 된 사연은 후대에서 소설로 많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청(淸)나라 때의 주림야사(株林野史)에 흥미진진하게 나온다. 좀 더 흥미진진하게 에로소설처럼 묘사(描寫)를 해 보겠다.

하희(夏姬)의 나이 14~15살 정도에 수밀도(水蜜桃) 갖은 수줍은 젖가슴을 부여안고 궁궐 깊은 후원(後苑)의 밀실에서 매일 밤을 보내는데, 어느 날 밤에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가는 일이 일어난다. 비몽사몽(非夢似夢) 간에 들리는 소리. “눈을 떠 보거라.”하희(夏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그녀의 침대 옆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화려한 비단옷에 강건(剛健)한 체격과 관옥(冠玉) 같은 준수한 얼굴로 하희(夏姬)의 눈을 부시게 했다. “누… 누구세요?” “참으로 아름다운 자태와 미색(美色)을 지녔구나. 네 미색(美色)을 아끼고 어여삐 여겨 늙지 않고 평생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秘法)을 가르쳐 줄 것이니 어서 일어나 옷을 벗어라.” 하희(夏姬)는 도무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부름을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희(夏姬)는 자기도 모르게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낯선 사내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눈부신 하희(夏姬)의 몸매는 어둠에서 더욱 빛났다. 고혹(蠱惑)스런 눈빛과 긴 눈썹은 다소곳이 남자의 눈길을 빨아들이고, 앵두 같은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는 금방이라도 열락(悅樂)의 신음과 달콤한 꿀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하얀 피부는 광채(光彩)를 머금고 있었고, 비단결 같은 화사(華奢)함을 뽐냈다. 가는 목덜미에서 갸름한 어깨로 이어진 선에는 아리따운 관능(官能)이 넘쳐났고, 풍만(豐滿)하고 탄력이 넘치는 가슴은 도저히 15살 소녀의 육체로 보이지 않았다. 모래시계 같은 잘록한 허리는 물오른 봄버들(春柳)의 춘정(春情)을 느끼게 하고, 앙증맞은 배꼽아래의 팽팽한 아랫배에는 윤기가 농밀(濃密)하며, 더 아래의 우거진 숲은 껄덕거리는 나그네를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인어(人魚) 같이 날렵하게 뻗은 두 다리는 금방이라도 날개 짓 하듯 사내의 허리를 휘감아 올 것 같았다. 이런 자태(姿態)를 두고 위(魏)나라의 문호(文豪) 조식(曹植)이 <낙신부(洛神賦)>에서 경쾌하게 날아오르는 기러기의 날개 짓과 같은 우아한 몸이라는 뜻으로 편약경홍(翩若驚鴻), 가을날의 국화처럼 빛난다고 영요추국(榮曜秋菊)이라고 했다.

하희(夏姬)가 벗은 몸으로 침상(寢牀)에 눕자 남자도 알몸으로 다가왔다. “지금부터 너를 위해 흡정도기술(吸精導氣術)이라는 신선(神仙)들의 방중비술(房中秘術)을 가르쳐 줄 것이다. 이는 채양보음술(採陽補陰術) 즉, 남성의 양기(陽氣)를 흡입하여 여성의 음기(陰氣)를 보강하는 것으로 그 효과가 너무나 강렬하다. 그러니 보양술(補陽術)을 모르는 남성은 혼(魂)이 빠져나갈 만큼 황홀(恍惚)함을 느끼게 되는 반면 지속적으로 상대하면 수명이 단축되고, 죽을 때까지 그 여성의 성적(性的) 노예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색혼술(色魂術)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를 잘 배워 수시로 행(行)하면 운우지락(雲雨之樂)의 도취경(陶醉境)을 맛볼 수 있고, 양기(陽氣)를 취해서 음기(陰氣)를 보충하면 죽을 때까지 늙지 않고 젊음과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니라.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머릿속에 깊이 새기고 행동을 기억해 두었다가 밤낮으로 비법(秘法)을 닦고 연마하여라.” 그 남자의 손가락과 입술은 최고의 피아니스트 손가락이 신들린 듯 건반 위를 춤추고, 명필(名筆)의 손에 들린 붓 모양 하희(夏姬)의 온몸 구석구석을 어르고 달래며 탐닉(耽溺)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몸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精)·기(氣)·신(神)이 있다. 이것이 육체와 합일하여 생명을 이루니 곧 근원이니라. 이게 다시 이성과 감성, 욕망의 뿌리를 이루는데, 바로 이 세 가지를 잘 다스려 원기로 바꾸게 되면 정신과 육체가 강해지고, 모든 병마도 없고 불로장수(不老長壽)를 하느니라. 이 세 가지를 다스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잇는데, 신선(神仙)이나 도인(道人)들은 호흡을 통한 기(氣)의 수련으로 그 경지에 이르지만 그들은 남녀 교접(交接)을 하지 않고 수련하기 때문에 시일이 많이 소요된다. 남녀 교접(交接)을 통한 수련은 서로의 장단점과 갖지 않은 기(氣)를 주고받으면서 보완할 수 있어서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이니라. 흡정도기술(吸精導氣術)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느니라.” “으음…아아..!” 드디어 하희(夏姬)는 다리를 꼬며 신음을 토(吐)했다. 그의 손길과 입술이 닿은 곳에서 정염(情炎)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났다. 온몸의 세포가 원초적(原初的)인 욕망(慾望)으로 비늘처럼 일어나고, 심장에서 발원(發源)한 뜨거운 피는 전신의 실핏줄을 타고 아우성을 치면서 휘돌아 치고 있었다.

“흡정도기술(吸精導氣術)은 상대의 양기(陽氣)를 최대한으로 흡취(吸聚)해서 이를 자기의 음기(陰氣)를 보양(補養)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몸에 퍼져 있는 양기를 아래쪽 한 곳으로 끌어 모아서 흡입(吸入)하는 게 최고인데, 처음에 한 곳으로 모으기 어려우면 양쪽으로 갈라서 양쪽에서 흡입하면 되느니라. 여자는 흡입(吸入)할 수 있는 게 아래와 위쪽에 두 곳이니 이를 잘 활용토록 하라. 사내라는 동물은 매우 충동적(衝動的)이고, 급히 발산(發散)하려는 성질이 강하여 잘못 다루면 제대로 흡입하기 전에 무산(霧散)될 수도 있으니 상대의 반응(反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야. 그 충동적이고 왕성(旺盛)한 활동력은 좋은 기운이므로, 상대의 본능(本能)에 기름을 붓고 불을 잘 지펴서, 오래도록 자극(刺戟)해서 극도(極度)의 폭발력이 될 때를 기다려서 흡입하는 것이 최고니라. 굶주린 호랑이처럼 너를 물고, 뜯고, 죽이고 싶어서 눈에 시퍼렇게 불을 켜고 날뛰도록 최대한 자극(刺戟)해라. 하지만 급히 발산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니까 적절히 쿨다운 시켰다가 다시 가속(加速)시키고 이렇게 수차례 반복을 하면 그야말로 원자폭탄(原子爆彈)으로 변하게 되느니라. 더 이상 상대가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비로소 문을 깊이 열어주고 포획(捕獲)의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다.”

남자는 하희(夏姬)를 황홀경(怳惚境)으로 몰고 갔다. 허벅지를 쓰다듬는 듯, 둔덕을 어루만지고, 목덜미가 후끈거리는데, 젖무덤이 아련해 오고, 귓바퀴가 몽롱(朦朧)해지면 고개가 아득히 넘어가길 반복이었다. 두 다리는 허공(虛空)을 휘저어 사내를 받아 안는데, 온몸은 구름 위에 포근히 떠 있다가, 천 길의 나락으로 끝 모를 추락(墜落)을 하면서 아찔한 현기증으로 온몸이 떨려오고, 그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의 손길과 숨결에 하희(夏姬)는 녹아내렸다. 그의 입술과 이빨이 강아지처럼 가슴을 핥고 젖꼭지를 잘근잘근 깨물자 그녀는 더 이상 못 참아 음란(淫亂)한 육욕(肉慾)인지 타는 목마름인지 자기도 모르게 방자(放恣)하게 엉덩이를 들썩이며 그를 맞이하려 했다. “어허.... 교접이 시작되면, 너 스스로 급해서 경박(輕薄)하게 허리를 뒤틀거나 엉덩이를 들썩여 상대보다 앞질러 가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너의 정기(精氣)를 상대에게 빼앗기게 되고, 자주 그렇게 되면 기(氣)와 혈(血)이 고갈(枯渴)되어 생명의 원천이 점점 허약해져 온갖 병마(病魔)를 부르게 된다. 종래(從來)에 네 몸은 말라버린 우물처럼 될 것이니라. 몸을 뜨겁게 달구어 사내를 받아들이되, 이성(理性)은 항상 차갑게 식혀 두고, 상대가 진입(進入)하면 숨을 깊이 들여 마셔 아랫배인 단전(丹田)에 이르게 하고, 상대가 나가면 천천히 내뱉어라. 그렇게 위의 입을 통한 기(氣)의 흡(吸)과 토(吐)를 반복하면서 사내의 양기를 모아 네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희(夏姬)의 머릿속은 난잡(亂雜)한 환상(幻想)들로 가득 채워졌다. 빨리 사내를 끌어안고 그 건장한 심벌의 힘을 맘껏 소유하고 싶은 갈망(渴望)에 절로 몸부림쳤다. 그녀의 내면(內面) 깊숙한 곳에 똬리를 틀고 있던 요녀(妖女)의 뜨거운 애욕이 요원(遼原)의 불길로 변해 무섭게 번져 갔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이성을 잃지 말라는 남자의 말을 머리에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며 참고, 마음에 새겨 두려 애를 썼다. “자, 이제 아래 입술이 양기를 흡입하는 방법에 대하여 이론과 실습을 하자구나. 아래 입도 위의 입이 말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처럼 자유자재로 수축(收縮) 이완(弛緩)이 되면 모든 게 끝이니라. 남녀 교접을 하지 않더라도, 음부(陰部) 수축(收縮) 훈련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1년 정도 하면 마음대로 음호(陰戶)를 움직일 수 있게 되느니라. 그리되면 아무리 교접을 즐겨도 절대 피로하지 않게 된다. 남자의 양물(陽物)이 들어오려고 하면 음호(陰戶)에 음액(陰液)을 흐르게 하여 조금 느슨하게 양물이 절로 찾아 들어오게 하여라. 기다렸다가 완전히 들어오면 강하게 수축(收縮)시키고, 수축상태를 유지한 채 조금씩 기운을 흡입(吸入)하는 거다. 그러다가 양물이 더욱 팽창하면서 밀려오는 느낌이 생겨나면 도리어 밀어내어 나갈 수 있도록 놓아준다. 한 번 들어오면 한 번 붙잡고, 한 번 빨아들였다가 밀어내고 이러기를 계속하면 남자의 쾌감(快感)은 견줄 바 없고 천국(天國)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다음에는 포화상태(飽和狀態)에 이른 양기(陽氣)를 취해 양기를 기르는 양음(養陰)의 단계에 들어야 한다. 남자가 사정(射精)하려는 순간, 양물(陽物)의 귀두(龜頭)를 작은 꽃잎과 음도(陰道)의 앞부분으로 붙잡아 양물(陽物)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양물(陽物)의 구멍과 화심(花心)을 수직으로 맞추고, 연습한 대로 사정없이 정액(精液)과 정기(精氣)를 빨아들인다. 상대로부터 좋은 양기를 흡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소 훌륭한 그릇, 즉 명기(名器)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좋은 바이올린에서 천상의 묘음(妙音)을 연주할 수 있듯이, 그릇이 좋아야 양질의 양기를 마음먹은 대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기(名器)라 함은 깊고 얕은 심천(深淺)이나 넓고 좁은 광협(廣狹), 따뜻하고 차가운 온냉(溫冷)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열린 듯 닫혀 있고, 빨아들이는 듯 밀어내고, 조이는 듯 매끄럽고, 아득한 심연처럼 깊은 듯하나 꽉 차게 느껴지고, 화끈거리면서 시원하게 녹여주고, 병 속에서 지렁이 수십 마리가 꿈틀거리듯이 드럼세탁기가 빨랫감을 주물 듯이 한시도 쉬지 않고 굴속에 들어온 상대를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좋은 악기이다. 그러면 상대는 황홀경에 빠져 미친 듯 날뛰고 발광(發狂)하게 될 것이니 이때 양기를 마음껏 흡입해도 그는 모르고 기(氣)를 빼앗길 뿐이니라.”

하희(夏姬)는 남자의 이론(理論) 강의와 섬세한 손길, 불끈 치솟은 건장한 힘에 정복(征服) 당했다. 그것은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싱싱한 충격(衝擊)이었으며, 이젠 성숙한 여자라는 징표(徵標)를 가슴에 새긴 환희(歡喜)와 절정(絶頂)이었다. 하희(夏姬)는 그 남자의 온몸을 끌어안고 앓는 사람처럼 자기도 모르게 신음(呻吟)을 흘렸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온몸이 먼저 반응했고, 이젠 그야말로 살갗의 모든 세포들이 귀를 열고 천상(天上)의 소리를 듣고, 모든 땀구멍이 열려 향기로운 체취(體臭)를 마구 토해내고 있었다. 이게 지옥(地獄)인지 천국인지 구별도 없고, 꿈인지 생시인지 알 필요도 없었다. 오직 한 몸 되어 열락(悅樂)의 바다를 떠돌다가 구름을 타기도 하고 빗물을 뿌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것은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고 하나보다. “이제 몇 가지 금기(禁忌) 사항을 알려 주겠다. 모든 기술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행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 금기(禁忌) 사항을 꼭 지키기 바란다. 교합(交合)을 할 때 눈을 뜨고 상대를 서로 바라보거나, 불을 밝게 켜놓고 하면 정기 흡입에 방해가 되어 잘못될 수도 있으니 삼가라. 너무 춥거나 덥고, 바람이 세차게 불거나 큰 비가 내리는 시간이나 장소에서는 자연의 기가 바르지 못하니 피하는 게 좋다. 술에 많이 취했거나 음식을 많이 먹은 다음에 바로 하지 말며, 근심이나 분노(憤怒), 우울감 등 심각(深刻)한 감정 상황은 피해서 안정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 사찰(寺刹)이나 무덤, 화장실 등의 장소를 피하고, 병으로 기의 순환이 원활치 못할 때는 음양이 조화(調和)를 이룰 수 없으므로 피함이 당연하다.” 하희(夏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로 도리질만 쳤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 것 같았다.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저 허공이 보일 뿐이었다.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많은 양기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가 네 몸 안에서 용감무쌍하고 지칠 줄 모르는 전사가 되어 마구 흉포(凶暴)하게 날뛰도록 만들수록 좋다. 장수(將帥)가 적진을 돌파하며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치고 들어오듯이 상대가 힘차게 절구질을 하도록 유인(誘引)해라. 등용문(登龍門)의 이무기가 물줄기를 거슬러 하늘로 올라가듯 상하좌우(上下左右)로 힘차게 꿈틀거리며 솟구쳐 요동치게 하여라. 때론 갈매기가 너울을 타고 노닐 듯, 떡방아를 찧을 때마다 들고 나는 것을 도와도 좋다. 들어오면 부드러운 비단으로 감싸 옥죄고, 나갈 때는 아쉬운 듯 움츠려라. 큰 바위가 바닷물에 잠기는 것처럼 네 몸 안으로 깊이 들어오도록 이끌면 필시 상대는 하루도 너를 멀리하지 못할 것이니라.” 하희(夏姬)는 닭이 홰를 치고 먼동이 훤해질 때까지 남자에게 온몸을 내맡기고 무아지경(無我之境)에서 흡정도기술(吸精導氣術)을 배우고 익혔다. 다양한 체위(體位)에서부터 회춘법(回春法)과 도인술(導引術)에 이르기까지 모두 습득한 것이다. “아주 훌륭하구나. 이렇게 빠르게 익히다니. 앞으로 내가 가르쳐 준 대로 남자와 교접을 맺게 되면 너 또한 서왕모(西王母)처럼 영원히 늙지 않고, 쾌락의 묘미(妙味)를 맛보며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네가 아름답고 선택받은 여자이기에 주는 것이니라.”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날이 밝아오자 하희(夏姬)의 기쁨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온몸이 얼얼하고 땀이 흥건했지만 용(龍)이 여의주(如意珠)를 얻은 것처럼 황홀한 기분에 오래도록 취해 있었다. 영원히 늙지 않고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다니 어찌 기쁘고 즐겁지 않으랴. 꿈결 같고 감미롭고 뜨거운 회오리가 휩쓸고 간 그날 밤 이후, 하희(夏姬)는 지난날의 하희(夏姬)가 아니라 성숙하고 농익은 희대의 요부로 변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나른한 봄날 오후에 하희(夏姬)는 부왕(父王)한테로 불려 갔다. “더 미루다간 큰일이 나겠다! 마침 진(陳)나라에 네 혼처가 생겼으니 그리로 시집가서 잘 살아라!” 하희(夏姬)에게 큰일이라고 말한 목공(穆公)의 질책은 다름이 아니었다. 이복오빠 공자 만(蠻)과 대부 자공(子孔)이 색욕(色欲)의 대상으로 하희(夏姬)를 놓고 싸우다가 자공(子孔)이 질투로 공자 만(蠻)을 살해한 사건 때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유달리 색욕이 강했는데 도인으로부터 방중술을 쥐도 새도 모르게 받았으니 남아나는 남자가 없을 것이다. 하희(夏姬)는 단 하룻밤이라도 남자 없이는 잠을 이룰 수가 없을 뿐만 아니었다. 빼어난 미모도 미모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세상 남자들 모두가 색욕의 화신(化神)으로 변해 그녀를 차지하겠다는 욕망(慾望)에 사로잡힌다는 사실이었다. 어쨌거나 살인사건의 원인 제공을 한 장본인 하희는 15~6살에 진(陳)나라 대부 하씨(夏氏)에게 시집을 갔다. 하씨(夏氏) 집안은 채읍(采邑)의 주리(株林) 즉 지금의 하남성 자성현(柘城縣)에 식읍을 받은 대부이다. 정(鄭)나라 입장에서는 좋지 못한 소문이 퍼지면 체면도 구기고, 딸내미 혼사 길도 막히니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이 후다닥 팔아 치운 것이다.

하희(夏姬)가 시집온 첫날밤이 지난 늦은 오전이었다. ‘아직도 일어날 기미가 없네, 아무리 초야(初夜)를 거하게 치렀다지만 이토록 늦은 기침(起寢)은 새색시인 공주의 신분으로선 너무 하시네!’ 몸종은 혼자 중얼거리며 신방(新房) 앞에서 서성거렸다. “에헴, 에헴.” 몸종은 급기야 헛기침을 했다. 조금 지나고 나서였다. 안으로부터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지더니, 갑자기 왈칵 문이 열리면서 속곳 바람의 하희(夏姬)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달려 나왔다.  “아씨, 무슨 일 났습니까?”  몸종이 더욱 놀라 엉겁결에 물었다. 파랗게 질려 있는 하희(夏姬)를 바라보며 몸종은 다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새색시가 속곳 바람으로 달려 나오시다니요?” 하희(夏姬)는 몇 번 가쁜 숨을 내쉰 뒤 간신히 한 마디 내뱉었다. “무서워 죽겠구나! 신랑이 숨을 쉬지 않는구나!”  “숨을 쉬지 않는다고요? 그럼 신랑님이 밤새 돌아가셨다는 말씀입니까?”  “들어가 보아라! 우선 들어가 확인부터 해 보아라!”  별 수 없이 몸종이 방 안으로 들어가 침상(寢牀) 쪽을 들여다보았다.  “어머! 흉측(凶測)스럽게!” 신랑은 완전 나체(裸體)인 채로 누워 있었다. 몸종은 신랑 옆으로 다가갔다. 가만히 코밑으로 귀를 대 보았다. 역시 숨을 쉬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심장 쪽으로 손바닥을 얹어 보았다. 아무런 진동(振動)이 없었다. 섬뜩한 냉기(冷氣)가 느껴졌다. 그제 서야 몸종은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달려 나왔다. “정말 젊은 주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하희(夏姬)의 공식적인 첫 남편이 슬프게도 신혼(新婚) 초야(初夜)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신랑이 죽고 난 후 보름쯤 지난 뒤였다. 하희(夏姬)의 집으로 진(陳)나라 대부인 하어숙(夏御叔)의 집안 어른이라는 노인이 찾아와서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젊은 여인을 과부(寡婦)로 평생 늙도록 할 수야 없지 않소?” 시어머니가 대답했다. “팔자 사나운 년을 집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저런 년을 누가 데리고 가겠답니까?” “내 조카 어숙(御叔)이 장례식 날 그녀를 본 이후로 지금까지 상사병(相思病)을 앓고 있소이다.” “어숙(御叔) 대부께서요?” “어떻습니까? 저희 집으로 보내시지요. 대신 그에 합당(合當)한 예물을 부인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번 혼담(婚談)도 쉽게 결론이 났다. 아들을 결단 낸 재수 옴 붙은 며느리를 그냥 데리고 있고 싶지 않았다. 예물이고 뭐고 얼굴도 보기 싫고 진절머리를 내면서 달랑 몸종 하나만 딸려 어숙(御叔)의 집으로 보냈다. 어숙(御叔)의 집으로 가는 하희(夏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신랑이 죽고 난 보름 동안은 내게 있어서는 악몽이었어. 단 하룻밤도 남자 없이 지내는 건 생지옥 같아.’ 한편 하어숙(夏御叔)은 하희(夏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흥분에 들떠 있었다. 그는 장례식 때 소복(素服) 차림의 미망인(未亡人) 하희(夏姬)를 본 순간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 더구나 그녀가 살짝 눈을 들어 이쪽으로 의미심장(意味深長)한 눈짓을 보냈을 때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저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다.’ 첫눈에 녹아버린 하어숙(夏御叔)이 과연 하희(夏姬)가 어떤 여자인지 알 까닭이 없었다.

하희(夏姬)는 새 남편 하어숙(夏御叔)과 초야를 치르면서부터 남자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먼저 옷을 활활 벗어던진 하희(夏姬)는 남편 역시 완전 나체로 침상에 오르도록 요구했다.  이런 식으로 매일 밤 수십 차례나 형식을 바꿔가며 수개월 동안이나 계속했으니 어숙의 몸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하어숙(夏御叔)이 시들시들 앓기 시작했다. 하희(夏姬)와의 교접도 이제는 불능이었다. ‘토록 색(色)이 강한 여자인 줄 몰랐다! 나로서는 하희(夏姬)를 감당할 수가 없구나. 차라리 이럴 바에야 바람이 나서 하희(夏姬)가 도망이라도 쳐버리면 좋겠다.’ 하어숙(夏御叔)의 그런 생각은 진심이었다. 하희(夏姬)는 젊은 데다 왕성하고, 자신은 이제 성불구자(性不具者)로까지 전락한 것이다. 하희(夏姬)는 하희(夏姬)대로 그런 쓸모없는 남편을 두고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병신같이, 넉 달을 못 넘기고 물건이 못쓰게 되다니. 그렇게 부실(不實)해서야 어디에 쓸까?’ 하희(夏姬)의 불만을 눈치챈 남편은 한 가지 묘(妙)한 계책을 궁리(窮理)하기에 이르렀다. 하어숙(夏御叔)은 진(陳)나라의 왕 영공(靈公 : 본명 평국)이나 의행보(儀行父), 공녕(孔寧) 등에게 자기 아내 하희(夏姬)와 상대하도록 하여 하희(夏姬)의 음욕(淫慾)을 잠재우게 하였다. 그러다가 결혼 9개월 만에 아들 하징서(夏徵舒)를 낳았다. 어쨌건 남편 하어숙(夏御叔)은 그로부터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시들시들 앓다가 죽고 말았다. 하어숙(夏御叔)은 대부였고, 왕인 진영공(陳靈公)과는 5촌 당숙질 간이라서 왕도 문상(問喪)을 갔다. 상복(喪服)을 입고 있는 하희(夏姬)는 다른 때 보다 훨씬 고혹적(蠱惑的)이었다. 이미 몇 차례 관계를 가졌던 왕으로서는 굳이 체면을 차려 미망인(未亡人)의 처지를 지켜 줄 처신을 취하지 않았다. 왕은 하희(夏姬)를 데리고 하어숙(夏御叔)의 시신(屍身)이 놓여있는 뒷방으로 갔다. 문제는 단 하룻밤이라도 남자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하희(夏姬)에게 있었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왕이 이끄는 대로 곡(哭) 소리인지 곡(曲) 소리인지 모를 신음 소리를 내면서 한 차례 질펀한 육제(肉祭)를 남편의 시신 근처에서 올린 것이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스무 해가 지났다. 하희(夏姬)는 워낙 어린 나이로 시집왔기 때문에 아직도 나이는 30대에 불과했다. 여전히 아름다웠고 농염(濃艶)했다. 겉으로는 정숙(貞淑)해 보였지만 몸매는 요염(妖艶)했다. 하희(夏姬)에게는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스무 살이 되었다. 부친 하어숙(夏御叔)의 관작을 이어 대부가 되었다. 하긴 그 당시 하희(夏姬)가 9개월 만에 아들을 낳았을 때 그가 누구의 씨인지 아리송했다. 죽은 첫 남편 하씨(夏氏)도 있고, 하어숙(夏御叔)도 있고, 시집오기 전 의붓 오빠와 대부 자공 등등 많았다. 어쨌든 망부(亡父)인 하어숙(夏御叔)의 유복자(遺腹子)인 것처럼 느껴지긴 했으나 그것 역시 확실치는 않았다. 하어숙(夏御叔)이 죽기 전에 그의 계략에 의해 하희(夏姬)는 여러 남자와 번갈아 가며 동시에 교접(交接)을 했기 때문에 아들 하징서(夏徵舒)의 정체는 더욱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그래도 하어숙(夏御叔)의 아들로 인정하고 관작도 세습하여 젊은 나이에 대장군의 지위에 올랐다.

어느 날 아침에 어전회의(御殿會議)가 열리고 있었다. 하징서(夏徵舒) 역시 대부였기로 조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하징서(夏徵舒)가 나타나자 진영공(陳靈公)과 대부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 이렇게 셋이서 킥킥거리며 웃고 있다가 소리를 뚝 끊었다. 이들 셋이야말로 어숙이 살아 있을 때 집으로 교대로 초대해 하희(夏姬)와 관계를 맺도록 한 면면(面面)들이었다. 그날따라 논의할 정사(政事)가 별로 없었다. 진영공(陳靈公)이 먼저 옷자락을 슬쩍 들어 보이며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에게 장난을 걸었다. “이것 보시오. 이게 누구의 속곳인지 아오?” 물론 그것은 하희(夏姬)의 속곳이었다. 그녀와 동침(同寢)하면서 훔쳐온 것이었다. 공녕(孔寧)도 가만있지 않았다. 자신의 옷깃을 살짝 들어 올리며 속옷을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어디 대왕께서만 선물을 받았겠습니까.” 의행보(儀行父) 역시 참지를 못했다. 옷자락을 가만히 들어 올리며 킥킥거렸다. “허기야 어디 우리 셋만 그녀의 속옷을 훔쳤겠습니까?” 하징서(夏徵舒)가 그들 농지거리의 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 분노(憤怒)가 치솟아 올랐지만 어차피 어전 회의 석상(席上)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 사람이 공공연(公公然)하게 어전(御殿)에서 떠드는 바람에 대부 설야(洩冶)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 설야(洩冶)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진영공(陳靈公)에게 간하기로 결심했다. 충신 설야(洩冶)는 진영공(陳靈公)에게 여자에 미쳐서 정사(政事)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니 그러지 말라고 간언(諫言)하면서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에게도 온당하지 못하다고 비난을 했다. 진영공(陳靈公)은 머쓱하고 무안하고 창피했다. 자존심도 상했고 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야의 간언이 옳았기 때문에 그의 정당한 간언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진영공(陳靈公)은 설야(洩冶)의 눈치를 보아 매일 찾던 하희(夏姬)의 집에 가지를 못했다. 하희(夏姬)를 너무 보고 싶었던 진영공(陳靈公)은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에게 설야(洩冶)가 무서워서 하희(夏姬)도 못 보고 어떡하냐고 물었다. 설야(洩冶)에게 원한이 있던 그 둘은 진영공(陳靈公)에게 그를 죽이라고 했다. 그러나 진영공(陳靈公)은 그건 너무 심하니 너희 둘이 알아서 하데, 자기가 하희를 만날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는 결국 자객(刺客)을 보내 설야를 암살해 버렸다.

그 후에도 세 사람은 교대로 또는 한꺼번에 하씨(夏氏)의 식읍인 주림(株林) 자주 몰려가서 음탕한 짓을 여전히 계속했다. 그러자 그 당시 백성들이 이런 노래를 불렀고, 그것이 『시경(詩經)』≪국풍(國風) 제11 진풍(陳風)≫ 편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胡為乎株林 從夏南(호위호주림 종하남) / 주림에 무엇하러 가는가, 하남에게 간다네.

匪適株林, 從夏南(비적주림 종하남) / 주림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남에게 간다네.

駕我乘馬, 說于株野(가아승마 설우주야) / 네 말 수레 타고, 주의 들판에 가서 즐기네.

乘我乘駒, 朝食于株(승아승구 조식우주) / 네 망아지 타고, 주읍에서 아침밥 먹네.

여기서 주림(株林)은 하씨(夏氏)의 식읍(食邑)이지만 실제로는 하희(夏姬)의 처소를 지칭하며, 하남(夏南)은 하징서(夏徵舒)의 자(字)니까, 하희(夏姬)를 만나러 간 것 같은데 하징서(夏徵舒)를 만났겠지라고 뭉뚱그린 거다. 한편 세 사람이 하희(夏姬)의 속옷을 조회(朝會) 석상까지 입고 나와 자랑하는 판국이 되자, 하징서(夏徵舒)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내 모친을 모욕하고, 나 또한 모욕하는구나. 이놈들 어디 두고 보자.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그러고 나서 이처럼 더럽고 치사스러운 세상과 자살로서 하직해 버리면 그만 아닌가?’ 하징서(夏徵舒)는 속으로 치밀한 계략을 마련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서 하징서(夏徵舒)는 진영공(陳靈公),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를 동시에 집으로 초대했다. 모친 하희(夏姬)의 생일이니 잔치에 와서 축하해 달라는 게 그 초청 이유였다. 이미 하희(夏姬)와 깊은 관계를 가졌던 세 사람들이라 이제 와서 초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문제는 그날 밤 세 남자가 하희(夏姬)의 생일잔치에 와서까지 하희(夏姬)와 하징서(夏徵舒)를 조롱한 데에 있었다. “저 보라니까! 하징서(夏徵舒)는 그대들을 너무도 빼닮지 않았겠소!”  “오히려 대왕을 쏙 빼닮았지요!”  하징서(夏徵舒)는 이를 악물었다. ‘이놈들아, 오늘이 네놈들 제삿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거라!’ 하징서(夏徵舒)는 당시 대장군의 직책에 있었고, 가문의 세력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이들은 잊고 있었다. 하씨 문중은 일족도 많고 가신도 많았다. 뿐만 아니었다. 세상 인심이 하징서(夏徵舒)를 동정(同情)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은 놓치고 있었다. 백성들은 “하징서(夏徵舒)가 속으로 얼마나 부아가 끓었겠는가! 어미 잘못 만난 죄로 어려서부터 손가락질만 받아 왔으니, 그동안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또 얼마나 크고 아플까!” 라고 말했다.

그런 분위기도 모른 채 세 사람은 잔치 술에 얼큰히 취해 여전히 하희(夏姬)를 두고 음탕(淫湯)한 농담을 저희들끼리 주고받는 것이었다. 밤이 꽤 이슥해서야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희(夏姬)의 배웅을 받으며 하징서(夏徵舒)의 집을 나섰다. 하징서(夏徵舒)는 미리 집을 나와 활 잘 쏘는 가신(家臣)들을 몇 명 거느리고 근처 숲 속에 숨어 있었다. 술에 취한 그들은 하징서(夏徵舒)의 행방에 대해 관심도 두지 않았다. ‘저놈들이 이제야 나오는구나!’ 대문 앞에 세워둔 횃불에 진영공(陳靈公),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의 취한 모습이 드러났다. ‘저놈만은 확실하게 죽여야지!’ 하징서(夏徵舒)는 명궁(名弓)이었다. 강궁(强弓)을 힘껏 당겨서 진영공(陳靈公)을 향해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어둠 속으로 빠르게 날아가, 막 수레에 오르던 진영공(陳靈公)의 목을 정통으로 맞추었다. 진영공(陳靈公)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즉사한 것이다. 취중에서도 놀란 건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였다. 왕이 죽는 걸 본 그들은 어둠 속으로 서둘러 몸을 숨겼다. 하징서(夏徵舒)의 가신들이 추격했지만 도망치는 그들의 발걸음이 훨씬 빨랐다. 그들은 숲 속을 벗어 나와 주택가 뒷골목 쪽으로 몸을 숨기면서 부지런히 달아났다. 추격권에서 얼마만큼 벗어나자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는 만나게 되었다. “이젠 어떡하겠소? 하징서(夏徵舒) 저놈은 틀림없이 가신들을 몰고 와서 우리 집들을 에워싸고 불화살을 놓을 거요. 왕도 죽이는 놈인데, 무슨 짓인들 못하겠소?” “그러니까 걱정이오. 왕이야 이미 죽었으니, 우선 우리 목숨을 구하는 방도나 마련해 봅시다. 그자를 동정하고 편드는 무리들이 꽤 많은 것 같소.”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위험할 것 같소.” “그럼 어디로 가서 숨지요?” “국내는 어디서건 위험하오.” “차라리 초(楚)나라 장왕(莊王)한테로 가서 하징서(夏徵舒)를 응징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어떻겠소?” “지금으로선 그 방법이 최선일 것 같소!” 말을 훔쳐 탄 그들은 밤길을 뚫고 초(楚)나라로 향해 말을 달렸다.

초(楚)의 장왕(莊王: 본명은 려侶), 그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는 즉위한 뒤 삼 년이 지나도록 정령(政令) 하나 내놓지 않고, 밤낮으로 잔치판을 벌이며 주색(酒色)에 골아 지냈다. “감히 과인(寡人)에게 간(諫)하러 오는 자가 있으면 가차(假借) 없이 목을 베겠다!” 이것이 그가 내린 유일한 훈령(訓令)이었다.  참다못한 대부 오거(伍擧: 오자서의 조부)가 목숨을 내걸고 간(諫)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 마침 장왕(莊王)은 잔칫상 앞에서 악사들이 뜯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왼팔에는 정(鄭)나라 여자를 오른팔에는 월(越)나라 여자를 낀 채 그녀들의 유방(乳房)을 떡 주무르듯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장왕(莊王)이 소리 질렀지만, 오거(伍擧)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수수께끼 하나를 들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수수께끼라?” “큰 새 한 마리가 언덕에 앉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새는 삼 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습니다(三年不飛又不鳴). 이것은 무슨 새이겠습니까?” 오거(伍擧)가 낸 수수께끼에 골몰(汨沒)해 있던 장왕(莊王)은 한참 만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삼 년 동안 날지를 않았으니 한 번 날기를 시작하면 하늘을 찌를 것이고, 삼 년 동안 울지를 않았으니 한 번 울었다 하면 천하(天下)가 놀라지 않겠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오거(伍擧)여, 과인(寡人)은 오래전부터 그대의 수수께끼를 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시게나!” “그 말씀 믿고 물러가겠습니다.” 선문답(禪問答) 같은 대화를 끝낸 오거(伍擧)는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다시 지났다. 그러나 장왕(莊王)의 음락(淫樂)은 더욱 심해지기만 했다. 이번에는 대부 소종(蘇從)이 입궐했다. “대왕, 칩거 기간이 너무 오래이십니다. 나오셔서 정사를 보셔야지요!” 장왕은 짜증스런 목소리를 냈다. “그대는 과인(寡人)이 어떤 훈령을 내려놓고 있는가를 듣지 못했소?”  “왜 모르겠습니까. 이 몸을 희생(犧牲)해 대왕의 잘못을 깨닫게만 해 드린다면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다시 잠자코 있던 장왕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분연(奮然)히 일어나며 소리 질렀다. “됐소! 이젠 끝났소!” 장왕(莊王)은 그 순간부터 잔치를 그만두고 묘당(廟堂)으로 나와 정무(政務)를 돌보기 시작했다. 태만(怠慢)하고 아부(阿附)만 일삼던 관리 수백 명을 주살(誅殺)하고, 유능한 인재 수백 인을 등용했다. 장왕(莊王)은 특히 중요한 나랏일은 오거(伍擧)와 소종(蘇從)에게 맡겼다. 모든 백성들이 기뻐했다. 결국 장왕(莊王)은 충신과 간신을 선별하기 위해 삼 년 동안 주색(酒色)을 가까이하고 지냈던 것이다. 그런 장왕(莊王)이 어떻게 하면 진(陳)나라를 먹을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었는데, 마침 진(陳)나라로부터 대부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가 도망쳐 와 나라의 변고(變故)를 알리는 것이었다. 이거 가만히 앉아서 시루 째 떡 받아먹는 격이 아닌가. 그러나 초장왕(楚莊王)은 그렇게 내색할 수는 없어서 명분을 세우는 답변을 했다. “무어요? 하징서(夏徵舒) 그 어린애가 제 어미의 잘못을 덮어주려고 대신 왕을 시해(弑害)해? 그런 발칙한 놈을 가만 둘 수 없지. 좋소. 하늘을 대신해 과인(寡人)이 직접 나서서 그를 벌해주겠소!” 초장왕(楚莊王)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진(陳)나라로 출발했다.

왕이 시해(弑害) 당한 진(陳)나라는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강력한 초(楚)나라 군사를 진(陳)나라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진(陳)나라는 쉽게 무너졌으며 하징서(夏徵舒)는 체포돼 거열형(車裂刑)을 당하여 사지와 목이 떨어졌다. “자, 이번에는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 하희(夏姬)를 끌어내어 목을 베어라!” 하희(夏姬)가 초장왕(楚莊王) 앞으로 끌려 나와 목을 치라는 명령을 막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죽음의 순간을 목전(目前)에 둔 하희(夏姬)의 절망적인 눈길이 보였다. ‘아, 저 여자가?’ 초장왕(楚莊王)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회한(悔恨)과 우수(憂愁)를 촉촉이 담고 있는 눈에, 요염하면서도 아름다운 얼굴. 사내의 애간장을 순식간에 녹여 버리는 미모로 보였다. 입을 헤 벌린 채, 하희(夏姬)의 자태에 녹아 있던 장왕은 가까스로 말했다. “요녀(妖女)이지만 하희(夏姬)의 미모는 가히 천하절색(天下絶色)이다. 살려서 내가 데리고 살겠다. 그리고 진(陳)나라를 없애고 우리 초나라의 현(縣)으로 만들겠다.” 그 순간에 함께 원정 왔던 장군 무신(巫臣 : 굴신屈申 또는 굴무屈巫라고도 불렸다.)이 얼른 나섰다. “아니 되십니다. 하희(夏姬)는 이번에 진(陳)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나라를 망치게 한 원흉(元兇)입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탕녀(蕩女)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그녀는 벌을 받아 마땅한데, 대왕께서는 그런 계집을 거두어 첩으로 삼으려 하십니까? 이는 결국 계집 하나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꼴이 되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합니다. 만일 대왕께서 천하를 얻을 야심(野心)을 가지고 계신다면 설사 하희(夏姬)를 죽이지는 않더라도 첩(妾)으로 삼겠다는 일은 단념해 주십시오. 이것이 천하에 떳떳하게 내걸 수 있는 이번 전쟁의 명분(名分)입니다.” “그런가? 그래도 한 번은 해 봐도 되겠지? 정녕 아깝다!” 역시 함께 원정 왔던 초의 장군이며 공자인 자반(子反)이 이런 틈새를 노리고 있었다는 듯이 불쑥 나섰다. “대왕, 그러시다면 하희(夏姬)를 저에게 주십시오!” 자반(子反) 역시 하희(夏姬)를 보는 순간 그녀의 포로가 돼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달라는 요구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무신(巫臣)이 다시 반대하고 나섰다. “자반(子反) 장군! 그 무슨 불길한 말씀을 하시는 거요! 하희(夏姬)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불상사(不祥事)가 일어나고, 그녀와 관계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不幸)한 죽음을 당하지 않았겠소! 모든 불행의 근본이 되는 여자를 그토록 얻고 싶어 하는 건 정말 장군답지 않은 일이오!” 자반(子反)이 머쓱해하고 있는 동안 역시 하희(夏姬)에 깊이 빠져있던 홀아비 장수 양로(襄老)가 득달같이 나섰다. “하희(夏姬)는 결국 내가 차지해야 되겠소이다. 여기서 홀아비 신세로 처량하게 살고 있는 사내는 어차피 내가 아니겠소!” 무신이 저지하려고 앞으로 다시 나서려는 순간 장왕(莊王)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 “모두 그만들 하시오! 양로(襄老)의 말이 맞소. 그는 홀아비요. 이번 전투에서 공도 가장 크니 하희(夏姬)는 양로(襄老)가 가지시오. 결정했소.” 이번에는 극구(極口) 말리던 무신(巫臣)이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홀아비임을 핑계 삼아 하희(夏姬)를 차지하게 된 양로(襄老)도 하희(夏姬)가 천하의 색녀(色女)임을 그로서는 알 까닭이 없었다.  그런 색녀인 줄도 모르고 하희(夏姬)를 얻게 된 양로(襄老)는 며칠 동안은 즐겁기가 한량없었지만, 날이 갈수록 하희(夏姬)의 요구에 진절머리를 내고 말았다. ‘하희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말이 헛소문이 아니었구나! 이러다간 나도 색에 곯고 곯아서 말라비틀어져 죽게 되는 게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때마침 진(晋)나라가 침공해 왔다. 양로(襄老)는 하희(夏姬)로부터 도망치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몸소 장왕(莊王) 앞으로 달려갔다. “대왕, 제가 적을 쳐부수고 오겠습니다! 저를 장수로 기용해 주십시오!” 장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소? 신혼 재미가 신통찮았기 때문이오?” “용맹한 장수란 나랏일부터 먼저 걱정하는 법입니다.” “가상(嘉尙)하오. 소원이 그렇다면 출진을 허락하겠소.”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이번 전투에서 목숨을 돌보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선두에 서서 싸운 양로(襄老)의 공으로 초군은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양로(襄老)는 너무나 비참하게 죽었다. 시체는 발기발기 찢긴 데다 그나마 시체를 적들이 가져가 버렸으므로 초나라에서는 그의 장례식도 치를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이 말했다. “무신(巫臣)의 말을 듣지 않고 불길한 여자를 아내로 맞더니 결국은” 양로(襄老)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 장성한 아들 흑요(黑要)가 있었다. 아버지가 비실비실하면서 전투에 나가자 둘 사이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무신(巫臣)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를 그냥 얻어맞으면서 밤늦게 하희(夏姬)의 집으로 갔다.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세상 온갖 잡놈들이 하희(夏姬)를 겁탈하지 않았을까?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 무신(巫臣)은 모처럼 중대한 결심을 했으며, 그 결심을 실천에 옮길 작정으로 간 것이다. 무신(巫臣)은 이미 그 소문을 듣고 있었다. 하희(夏姬)의 남편 양로(襄老)가 비참한 전사를 한 뒤, 그의 아들 흑요(黑要)가 하희(夏姬)와 정을 통했다는 사실이었다. 때마침 하희(夏姬)와 흑요(黑要)가 함께 있었다. “두 사람 내 앞에 꿇어앉으시오!” 무신(巫臣)은 허리에 찬 장검의 손잡이에 손을 대며 소리쳤다. 흑요(黑要)와 하희(夏姬)의 얼굴은 동시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무신(巫臣)은 흑요(黑要)에게 먼저 물었다. “조정에서는 벌써 다 알고 벌을 내릴 조처를 취했다. 그 처벌을 내 손에 맡긴 것이다. 흑요(黑要)에게 묻겠는데, 너는 네 어미를 겁탈하였는가?” “그건…!” “친어미가 아니라지만 어차피 네 새 어미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비는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는 동안, 네놈은 명색이 어미인데 아비의 여자와 정을 통하고 있었으니, 그 죄 죽어 마땅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건…!” “네놈에게는 인륜(人倫)과 도의(道義)도 없더란 말이냐! 그래도 죄를 빌지 않고 변명하려고만 드니 살려둘 수가 없다!” “살려주십시오!” “살려 줘? 어떻게?” “집을 나가겠습니다.” “나가서 두 번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건가?” “약속드리겠습니다.” “만약 약속을 어기고 다시 네 어미 방으로 기어든다면?” “그땐 달게 죽겠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아니다. 지금 떠나라. 당장!” “그럼 당장 떠나겠습니다!”

흑요(黑要)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집으로부터 어둔 빗속을 뚫고 줄행랑을 놓았다. 하희(夏姬)는 여전히 고개를 가만히 수그린 채 앉아 있었다. 무신(巫臣)은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색(色)만 있고, 머리는 없는 여자. 그러나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속마음을 이제까지 감추며 언젠가는 하희(夏姬)를 차지하고 말리라 결심하면서, 또 완벽한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 무신(巫臣)은 계획을 얼마나 오랫동안 치밀하게 세웠는지 모른다. 드디어 때가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 이제는 내 품에 안기시오!” 무신(巫臣)이 말하자 하희(夏姬)는 순순히 응했다. 무신(巫臣)의 생각처럼 하희(夏姬)는 색(色)만 있고 머리는 정말 없는 여자처럼 보였다. 하희(夏姬)는 남자 없이 자야 되는 무서운 밤에 느닷없이 찾아온 무신(巫臣)이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친정으로 돌아가시오!” “예에?” “진(陳)나라가 아니고, 정(鄭)나라로 말이오. 정(鄭)나라가 그대 친정이 아니오?” 실상 하희(夏姬)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권력도 명예도 부유함도 그녀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미 그런 것들은 모두 누려 보았었다. 진(陳)나라 사람이든 초(楚)나라 사람이든 자신과 관계를 맺었다 하면 죽어나가든가 도망쳐야 하든가 하는 불행을 당하는 남성들을 겪으면서 하희(夏姬)도 많이 실망한 데다 지쳐 있었다. 떠날 수만 있다면 고향으로 돌아가 기루(妓樓)나 한 채 열어 즐기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것은 오로지 넘쳐나는 음욕을 주체하기 위해서였다. “보내 주십시오.” “가거든 조용히 근신(勤愼)하고 있으시오. 내가 그쪽으로 가서 그대를 아내로 맞이하리다.” “예에? 정말이십니까?” “모든 계략은 이미 다 꾸며 놓았소. 진(陳)나라에 부탁해 당신의 남편 양로(襄老)의 시체를 정(鄭)나라로 돌려주도록 할 터이니, 당신도 대왕께 그렇게 간청하면 왕께서도 당신의 귀국을 허락할 것이오.” 무신(巫臣)의 계략대로 하희(夏姬)는 무사히 친정인 정(鄭)나라로 돌아갔다. 무신(巫臣) 역시 하희(夏姬)를 따라가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권력과 부와 명성을 모두 가졌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모든 것을 버려도 하희(夏姬)만은 버릴 수가 없다. 이것이 무신(巫臣)의 진짜 속마음이었다.

정(鄭)나라에서도 무신(巫臣)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희(夏姬)를 아내로 삼도록 허락하였다. 무신(巫臣)이 정나라의 사신이 되어 제나라로 가던 길이었다. 길에서 우연히 초(楚)나라 대부 신숙궤(申叔跪)를(鄭) 만났다. 신숙궤(申叔跪)는 무신(巫臣)을 보는 순간 빙글빙글 웃기 시작했다. 무신(巫臣)은 신숙궤(申叔跪)의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자 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희(夏姬) 일로 내가 이중인격자라며 놀리는구나!’ 그렇지만 무신(巫臣)은 대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분 나쁘게 왜 사람을 보고 비웃는 거요!” 신숙궤(申叔跪)는 더욱 빈정거렸다. “이상해서 그렇소.” “뭐가 이상하단 말이오! 내 얼굴에 숯검정이라도 묻었소?” “아니오. 그보다 더 수수께끼 같은 일이 있어 웃었던 거요. 한마디 물어보아도 되겠소?” “물어보시오.” “당신은 지금 중요한 군사적 사명을 띠고 제나라로 가고 있지요?” “그건 사실이오.” “게다가 뽕나무밭의 즐거움(桑中之喜: 남의 아내를 훔쳐 뽕나무 밭에서 밀회한다는 '시경(詩經)'에 나오는 내용)도 함께 누리고 있겠구려.” “누가 그따위 소문을 냈소?” “초(楚)나라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벌써 천하가 그대의 파렴치(破廉恥)를 두고 비웃고 있단 말이오!” 대꾸할 말을 잃은 무신(巫臣)은 서둘러 길을 떠났다. 한편 초(楚)나라에서는 장왕(莊王)이 죽고 공왕(共王)이 섰다. 그 점은 무신(巫臣)에게는 행운이었으며 전날 하희(夏姬)를 차지하려 했던 자반(子反)에게는 불행이었다. 무신(巫臣)이 하희(夏姬)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접한 자반(子反)은 누구보다도 더욱 펄펄 뛰었다. '무신(巫臣) 그놈은 전날 내가 하희(夏姬)를 아내로 삼고자 했을 때 ‘하희(夏姬)는 불길한 여자요, 공자 만(蠻)을 요절하게 만들고, 다음 남편 하어숙(夏御叔)도 죽게 했으며, 진나라 영공(靈公)을 죽도록 만들었고, 그녀의 아들 하징서(夏徵舒)도 죽도록 했으며, 진나라 대부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를 도망치게 한 데다, 나라까지 망쳐먹게 한 여자라’며, 방해를 놓더니 결국 양로(襄老)도 죽자 제 놈이 하희를 차지했어!' 자반(子反)은 분을 못 이겨 무신(巫臣)의 일족을 모조리 도륙하고 말았다. 하희(夏姬)와 관계를 맺었던 흑요까지 홧김에 잡아 죽였다. 하희(夏姬)의 손을 잡고 진(晋)나라로 망명해 대부가 되었다는 무신(巫臣)의 소식을 접한 자반(子反)은 진왕에게 큰 예물을 보내며 무신(巫臣)의 출세 길을 막고자 했으나 초의 공왕(共王)은 이를 말렸다. “그만두시오. 그가, 자기 한 몸은 과오를 범했으나, 돌아가신 선왕(先王)을 위해서는 충성스러웠소. 충성은 국가의 초석이 되는 것이며, 그 죄를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소. 더구나 그가 진나라에서 필요한 인물이라면 그대가 아무리 방해를 놓아도 진에서는 들어주지 않을 것이며, 무익(無益)한 인물이라면 그냥 두어도 그는 버림을 받을 것이오. 구태여 그의 벼슬길을 막을 필요는 없을 것이오.”

하희(夏姬)는 앞에서 말했지만, 하나의 나라와 세 명의 대부와 두 명의 군주와 두 명의 대신과 한 명의 자식까지 멸망케 한 중국 역사상 희대(稀代)의 요부(妖婦)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다. 역사에 나오는 요부의 일생은 마지막에 비참(悲慘)하고 참혹(殘酷)하게 끝나는 게 대부분인데, 이 여자 하희(夏姬) 만큼은 비참(悲慘)한 기록도 없고, 어떻게 되었다는 결말의 기록은 아무 데도 없다. 또 하나는 모든 요부들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같은 처지의 다른 여인들과 치열(熾烈)한 경쟁을 하면서, 그들을 잔혹(殘酷)한 술수로 제거하거나 탈락시키고 본인은 살아남는다. 그러나 하희(夏姬)는 일생 동안 다른 여자와 경쟁하거나 다른 여자를 제거 또는 쓰러뜨리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워낙 미모(美貌)와 방중술(房中術)이 뛰어나서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다. 워낙 긴 글이라 하희(夏姬)와 관계한 등장인물을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① 공자(公子) 만(蠻)

성(性)의 호기심(好奇心)에 눈을 반짝반짝하던 소녀 시절의 올가미에 맨 먼저 걸려든 하희(夏姬)의 친오빠다. 하희(夏姬)는 대담하게도 대낮 궁중 정원에서 그를 단 한 번에 유혹해 관계를 갖았단다. 하희(夏姬)라는 꿀물에 흠뻑 빠진 그는 제 몸 돌보지 않고 틈만 나면 무작정 돌진하다가 삼각관계인 대부 자공(子孔)에게 암살당한다.

② 대부(大夫) 하어숙(夏御叔)

하희(夏姬)와의 삼각관계로 공자만이 암살되어 시끄럽자 정(鄭)나라는 하희(夏姬)를 진(陳)나라의 대부인 하어숙(夏御叔) 가(家)로 시집보낸다. 하희(夏姬)라는 이름도 그래서 나온 거다. 하희는 아들 하정서를 낳고 잘 살다가 남편인 하어숙(夏御叔)이 일찍 죽는다. 남편이 죽자 이때부터 하희의 화려한 남성편력이 본격 가동된다.

③ 대부(大夫) 공녕(孔寧)

이 놈은 원래 하희(夏姬) 남편 하어숙(夏御叔)과 같은 궁궐 대신이다. 근데 하희(夏姬)의 요염한 미모에 평소부터 개침 흘리다가 남편이 죽으니까 옳거니 때는 이때다 하고 덤벼든다. 하희(夏姬)의 아들인 하징서(夏徵舒)에게 에버랜드 구경도 시켜주고 게임기도 사주고 했는지 몰라도 갖은 정성을 들이며 환심(歡心)을 산다. 그런 뒤 하희(夏姬)의 시녀인 가화에게도 프라다, 구찌. 페르가모 등 온갖 사치품을 선물하여 드디어 하희(夏姬)와의 번개를 갖게 된다. 희대의 색녀 하희(夏姬)와 호시탐탐(虎視眈眈) 굶주린 공녕(孔寧)과의 번개!! 그날 밤에는 그야말로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는 밤이었다고 한다. 천둥번개가 치는지 지진이 일어났는지 모를 정도로 질탕 화끈 무쌍한 밤이었다. 공녕(孔寧)은 너무도 그 밤이 아쉽고 황홀해서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나머지 하희(夏姬)의 속곳 몰래 갖고 나와 동료인 의행보(儀行父)에게 자랑스럽게 떠벌린다.

④ 대부(大夫) 의행보(儀行父)

이 자식 역시 죽은 남편의 동료다. 남편 친구들 이거 믿을 거 하나 없게 되었다. 동료 공녕(孔寧)으로부터 하희(夏姬)와 잤노라는 말을 들은 그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하희(夏姬)의 시녀에게 갖가지 보석을 선물한 끝에 하희(夏姬)와 만나고 뭐고, 말할 거 없이 바로 침실로 직행. 의행보(儀行父)는 물건이 좋고 힘이 좋았는지, 이번에는 속옷을 훔쳐 나오는 게 아니라 아예 선물로 챙겨 나온다.

⑤ 진령공(陳靈公)

하희(夏姬)의 5번째 기둥서방이다. 이놈은 무능, 경박(輕薄), 호색(好色) 삼박자를 갖춘 왕 자격도 없는 놈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이란 말대로 왕이 그따위니까 신하들도 개판 5분전이다. 신하인 공녕(孔寧)의 꼬드김에 그는 못이기는 척 하희(夏姬)네 집에 흑심(黑心)을 품고 간다. 직접 보니 하희(夏姬)가 내온 주안상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공녕(孔寧)이 슬며시 자리를 피해주자 왕과 하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엉킨다. 하희(夏姬)는 왕과 잠자리를 가진 기념으로 속적삼을 선물로 준다. 담날 왕은 아침 조회가 끝나고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를 불러 지난밤의 전공(戰功)을 자랑한다. 세월은 흘러 하징서(夏徵舒)가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관작을 세습하고 병권(兵權) 까지 잡게 되고, 이들의 비행(非行)을 알게 된다. 그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이들을 제거하고자 한다. 집에서 연회를 개최하여 세 놈을 초대하여, 왕만 살해하는데 성공하고 두 놈은 도망친다. 왕은 쇠뇌(화살을 한꺼번에 여러 발 쏠 수 있는 활)라는 무기로 공격받아 마치 고슴도치 모양을 죽었단다. 두 놈은 초장왕(楚莊王)에게 가서 하소연을 하고, 그 말을 들은 초장왕(楚莊王) 군대를 이끌고 진(陳)나라에 와서 하징서(夏徵舒)를 박살내고 진(陳)나라를 접수하여 현(縣)으로 강등하여 복속(服屬)시킨다. 예쁜 하희(夏姬)는 살려주고 꿀떡 찍어 먹으려고 한다.

⑥ 초장왕(楚莊王)

그녀를 첩(妾)으로 삼으려다가 충남 안모(安謀) 지사(知事) 꼴 날까봐 얼른 한번 맛보고 뱉어냈다. 신하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서로 자기한테 달라고 쌈박질이 벌어지자 아깝지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지. 천하 대권(大權)의 야망을 가진 사람이 미투(Me too) 당하면 곤란하니까.

⑦ 장군(將軍) 양로(襄老)

부인과 사별한 홀아비인데 전쟁의 공로로 절세미인(絶世美人)을 품게 되어 입이 찢어진다. 어디 입만 찢어지겠는가? 허리는 끊어지고, 무르팍은 노상 까지고, 등짝은 손톱자국으로 성할 날 없다. 꿈같던 밤무대가 이종격투기 도살장(屠殺場)처럼 느껴질 때쯤 어느 날 이웃나라와 전쟁이 발발하자, 전장(戰場)이 도살장보다 낫다고 맛있는 마누라 두고 출정했다가 시체로 돌아온다. 남자 없인 하루도 못 잔다는 하희(夏姬). 이번에는 양로(襄老)의 아들인 흑요(黑要)를 유혹한다. 따지고 보면 하희(夏姬)의 의붓아들이다.

⑧ 의붓아들 흑요(黑要)

이름만 들어도 거시기가 쎈 기가 팍팍 넘치는 것 같다. 하희(夏姬)는 지금까지 늙다리만 상대하다 남편 몰래 싱싱 팔팔한 영계를 품게 돼 날마다 천국이다. 성의학자들 얘기로는 남녀간 나이가 서로 20살 차이 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데, 이들이 바로 그런 면에서 본다면 쩔꺼덕 들어맞는 환상적(幻想的) 에로 커플이다. 이 두 년 놈이 얼마나 찐하게 붙었나하면 아버지이자 남편인 양로(襄老)가 전사(戰死)했다는 통보를 받고도 시신을 가지러 가지도 않고 서로 껴안고 탐닉에 몰두(沒頭)했단다. 하희(夏姬)는 근친상간(近親相姦)을 좋아하다 보다.

⑨ 장군 굴무(屈巫)

이름이 무신(巫臣) 또는 굴신(屈申) 등으로 불린다. 초장왕(楚莊王)이 하희(夏姬)를 두고 논공행상(論功行賞)할 때에 자기의 욕망은 숨기고 다른 모든 대신들이 가지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친다. 장기간에 걸친 치밀한 공작으로 하희(夏姬)의 마음을 얻어 도피행각(逃避行脚)을 한다. 이제까지의 남자들이 오로지 그녀의 육체만을 노렸으나 굴무(屈巫)는 사랑을 구했다. 하희(夏姬)를 데리고 굴무(屈巫)가 망명하자 노발대발(怒發大發)한 초장왕(楚莊王)은 굴무(屈巫)의 일가족과 흑요(黑要)를 죽인다. 이 소식을 들은 굴무(屈巫)는 평상시 잘 알고 지내던 진(晉)나라의 경공(景公)을 부추겨 초(楚)나라를 초토화(焦土化)시킨다. 그리고 진경공(晉景公)은 굴무(屈巫)의 능력과 충정을 높이 사서 진(晉)나라로의 귀화를 허락한다. 진(晉)나라에서 하희(夏姬)와 좋은 세월을 보내던 굴무(屈巫)는 해가 갈수록 시들시들해진다. 당시 항간에는 하희(夏姬)는 세 번씩 젊어진다는 말이 나돌 만큼 하희(夏姬)는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팽팽한 젊음을 유지했다고 한다.

⑩ 진경공(晉景公)

날이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는 굴무(屈巫 : 일명 무신巫臣)은 날이 갈수록 색기(色氣)가 강해지는 하희(夏姬). 이 두 사람의 침실전쟁에서 굴무(屈巫)는 완패를 당하고 숨을 거두게 된다. 굴무(屈巫)가 죽자 가장 기뻐한 건 진경공(晉景公)이 놈인데 하의 보다 최소 2~30년 연하이다. 굴무(屈巫)가 하희(夏姬)와 함께 귀화(歸化)했을 때 경공(景公)은 하희(夏姬)에게 이미 혼을 빼앗겼던 상태였다. 마음은 굴뚝같으나 굴무(屈巫)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때맞춰 굴무(屈巫)가 죽으니 신바람이 났다. 진경공(晉景公) 이놈이 상가에 조문(弔問)한다는 핑계로 하희(夏姬)네 집을 찾아간다. 위로의 말을 전하는 진경공(晉景公)이나 조문에 감사한다고 말하는 하희(夏姬)나 두 연놈들 속맘은 벌써 딴 곳에서 콩다콩 콩다콩 하고 있다.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너무너무 아쉬운 진경공(晉景公)이 끝내 한마디하며 주접을 떤다. “어떻게 한번 안 될까?” 하희(夏姬) 속에서는 벌써 불이 확확 달아올랐으나 겨우겨우 참으며 한다는 말이 “관이라도 묻고 나서 하시죠.” 며칠 기다려 이윽고 관을 묻는 날. 진경공(晉景公)은 득달같이 하희(夏姬)네 집으로 달려가고, 하희(夏姬) 역시 관을 묻고 돌아오자마자 새 단장(丹粧)하고 잔뜩 독이 오른 채 왕을 기다린다. 그 다음 벌어지는 일은 물어보나마나 쓰나마나 아니겠는가? 중국역사에 세 왕과 사통(私通)하고 남편을 일곱 번이나 갈아치우고 아홉 번이나 과부(寡婦)가 된 여인이라 불렸던 희대(稀代)의 색녀(色女) 하희(夏姬)의 남성편력(男性遍歷)은 여기에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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