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프장에서 열리는 KLPGA 경기의 2 라운드 최종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단체 버스를 탑승하고 골프장에 도착하니 경기가 불가능한 날씨다. 골프장이 태성호 호수를 끼고 있어서인지 안개가 엄청 심했다. 5m 정도만 보이고 그 이상은 전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협회 경기 위원이 경기 개최 시각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아침 9시 정도 해가 어느 정도 떠오르면 안개가 갇히고 경기가 가능하리라 본 것이다. 여자 프로들이 경기가 연기되자 모두들 연습볼을 두서너 개씩 들고 연습 그린 주위로 모여든다. 아마추어들은 프로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야 그 뒤를 이어서 라운딩 하는 관계로 경기 준비도 하지 않고 그들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금삿갓과 같은 노란 티셔츠를 입은 송보배 선수도 칩샷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옆으로 방해가 되지 않을 거리에서 모습을 지켜보자니 정말 기계 같았다. 하프 수윙이나 커터 수윙으로 공을 홀컵에 갔다 붙이는 게 로봇처럼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당연히 우승하리라 보였다.
<우승자 송보배 선수와 함께>
송선수는 어제 1 라운드에서 7 언더 파(67타)를 쳐서 일찌감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이벤트대회라서 상금은 그리 많지 않다. 우승 상금이 1,800만 원이다. 도리어 우리 아마추어 대회의 상금이 많은 편에 속했다. 아마추어 대회 우승 상금은 1,000만 원이고, 장타상도 500만 원이다. 금삿갓은 우승을 노릴 실력은 못 되어도 장타상을 노려보고자 마음을 먹고 있었다. 이제까지 어느 경기에서나 아마추어 부문에서 드라이버 거리만큼은 남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프로암 대회에서 장타상을 받은 적도 두 번 있었다. 그래서 평양에서 장타상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금삿갓이 친 공이 엄청 잘 맞았고, 거리도 상당히 나갔다.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공이 떨어진 곳으로 갔더니, 그곳에 있던 볼 마커들이 나의 공을 표시를 해두지 않고 있었다. 북측 볼 마카에게 내 공 못 보았냐고 물으니 저 앞으로 더 날아갔는데 페어웨이를 10cm 정도 벗어났다고 말한다. 아휴 고작 10cm라니. 정말 아쉬운 상황이었다. 같이 라운딩 하던 대회장인 박상권 사장이 나에게 정말 아쉽다고 말하면서 북측 봉 마커에게 농담을 했다. “사람들 없을 때 슬쩍 발로 차 넣어 주었으면 금사장이 상금의 일부를 동무에게 주었을 텐데.”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송보배 선수의 스윙 모습>
<송보배 선수 라운딩>
아마추어 시상식에선 기대했던 장타상이 물거품이 되자 김이 확 빠져버렸다. 아마추어 우승은 하이마트의 선종구 회장이 수상하고, 장타상은 동문건설 경재용 사장이 차지했다. 당시 하이마트는 잘 나가는 전자제품 판매회사로 여자 프로 선수들을 12명 정도 스폰서를 하고 있고, 선종구 회장은 키도 작고 덩치도 작지만 골프를 아주 잘 치는 프로급 실력이었다. 10cm만 비껴 나지 않았으면 장타상은 금삿갓 것이었는데, 시상 장면을 보고 있자니 정말 속이 상했다. 상금에 눈이 어두운 게 아니라 나름 장타자로서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된다. 프로 대회의 결과는 역시 송보배가 우승이었다. 2 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쳐서 합계 7 언더 파 137타로 우승을 한 것이다. 어제의 성적보다는 못한 결과였다. 3일째 라운딩 한 결과 코스나 그린에 적응이 더 되었을 텐데도 스코어가 전날만큼 나오지 않았다. 시상식은 KLPGA 회장인 홍석규 회장이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