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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항에서 떠나다.

금삿갓 평양 방문기

by 금삿갓

5일간의 평양 체류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반세기 이상 상호 자유로이 오가지 못하던 이곳에서 여자 프로복싱 경기를 개최하면서 튼 스포츠 행사의 문호가 여자 프로골프로 까지 발전했다. 이런 이벤트가 계속 이어지면서 남북관계가 해빙의 기조로 나아가고, 북핵의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되겠다. 하지만 국제정치라는 게 일방이 원한다고 그렇게 되지 않으니 항상 숙제이다. 이렇게 평양을 떠나면 언제 다시 이 땅을 밟게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아쉬운 마음을 남겨두고 버스를 타고 순안공항으로 갔다. 당시의 순안공항은 우리나라의 지방 공항 수준으로 열악했다. 계류장에는 고려항공기 서너 대가 광장 저 구석에 서 있을 뿐이고, 우리가 타고 갈 특별기인 아시아나 항공기만 활주호 앞에 덩그러니 대기 중이었다. 물론 공항 청사에도 우리 일행 이외에는 공항 직원뿐이다.

<평양공항에서 KBS 스포츠국 부장과 함께>
<저 멀리 우리가 타고갈 아시아나 특별기가 서 있다.>

며칠 전에 평양골프장 임시 매점에서 팔던 물품들이 여기도 비슷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북한산 술인 들쭉술, 뱀술, 물개신 소주(령정주 : 靈精酒)도 보이고, 북한 담배, 만수대 창작소에서 보던 그런 미술 작품들도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면세점처럼 외국산 양주나 유명 브랜드 화장품 같은 것은 없었다. 나머지 공산품들은 우리들 제품에 비해 조악해서 별로 구매할 가치가 없어 보였다. 일행들도 주로 북한 술이나 담배, 사탕, 서화류 등을 구매하고, 다른 공산품은 팔리지 않는다. 모든 결제는 달러이고, 달러만 받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평양에 와서 보니 우리들에게 물건을 팔거나 할 때는 모든 가격 표시가 유로화로 되어있다. 그런데 실제 우리가 유로화를 결제하려고 내밀면 받지 않고 모두 달러화로 결제를 하란다. 표시는 유로화인데, 실제 결제는 유로화다. 우리 국내에서는 유로화의 환율이 달러화에 비해 높아서 더 비싼 값인데, 여기서는 그냥 1:1로 비율이 같다. 폐쇄 경제구조하의 환율은 그들 마음대로였다. 그런 사실을 할고 나니 물건값이 조금 더 저렴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외국인들에게는 내국인 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지불하도록 했다. 개방 초창기 중국의 경우에도 외국인이 사용하는 중국화폐와 내국인이 사용하는 중국화폐가 다르게 이중구조로 되어 있었다. 외국인에게는 물건 값을 더 받게 하려는 구조였다.

<평양공항 면세점 모습>
<한복 입은 평양공항 판매원>
<평양공항은 텅 비어 있고, 청사위에 김일성의 사진만 웃고 있다.>
<북한의 국적기인 고려항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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