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 듯, 올 듯하더니 다시 추위가 닥치고 흰 눈이 온 누리를 덮는다. 뭐든지 기다리면 더 더디게 느껴지는 법일까? 남녘에는 아직도 매화꽃 소식이 주춤거리고 있다.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이 지났으니 평양의 대동강 물도 풀리고 우리네 마음도 풀리면 좋으련만. 시국은 어수선한데 계절의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으니 민초(民草)들의 삶은 시름에 겨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마음으로 한 수를 지어본다. 당(唐) 나라 시인 동방규(東方虯)의 <소군원(昭君怨)> 3수(首)의 마지막 수의 내용이다.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어서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지만, 화려한 금수강산(錦繡江山)은 아름다운 봄이 왜 빨리 오지 않을까요?
이 시의 제1구의 2번 자인 무(無)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한(寒), 만(巒)이고 한운목(寒韻目)인데, 제1구에는 압운(押韻)이 없다. 제1구에 운자(韻字)가 없을 경우에는 제1구 7번 자는 무조건 측성(仄聲)을 써야 한다. 측성을 쓰다 보니 하삼측(下三仄)을 방지하기 위해서 5번이나 6번 자에 평성(平聲)을 써야 한다. 그래서 평기식일 경우에는 6번 자, 측기식일 경우에는 5번 자를 평성으로 하면 된다. 그러면 하삼측(下三仄)과 이륙동(二六同) 조건을 맞출 수 있다. 이래서 이 시는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을 잘 충족하였고, 평측(平仄)의 전범(典範)도 잘 지켰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는데, 不道(부도)는 말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道(도)는 언(言)과 같은 뜻이고 평측이 다르기 때문에 시어(詩語)에서 말하다의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戀枕(연침)은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아쉬워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