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칠언절구(七言絶句) 평기식(平起式)이고, 압운(押韻)은 ◎표시한 용(容), 홍(紅), 궁(窮)이고, 용(容)은 동(冬) 운목(韻目)이고 나머지는 동(東) 운목(韻目)이지만 서로 통운(通韻)이 된다. 한시(漢詩) 평측(平仄)의 기본원칙인 이사부동(二四不同), 이륙대(二六對)를 지켰고, 승구(承句)를 제외한 각구(各句)의 1번째 자와 3번째 자의 평측(平仄)은 용어의 특성상 시격(詩格)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평측(平仄)에 변화를 주었다.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에 위 시와 관련한 고사(古事)가 나온다. 남쪽 고을에 재색(才色)이 뛰어난 기생이 있었는데, 그 고을 군수가 그녀를 총애하다가 임기를 마쳐 그 고을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자 “내가 데려가지도 못하는데, 다른 남자가 그녀를 차지하겠지”라는 생각에 기생 얼굴을 촛불로 지져 성한 살이 없을 정도였단다. 그 후 정습명(鄭襲明)이 안찰사(按察使)로 그 지역을 지나다가 그 기생을 보곤 가련히 여겨 위 시를 썼다고 한다. 자기의 잘못도 아닌데, 임금의 신임을 정습명(鄭襲明) 자신의 모습에 비유한 것이라는 평도 있다.
丰容(봉용) : 아름다운 모양. 맵시 있는 모양. 丰姿(봉자).
獺髓(달수) : 수달의 골수. 중국 삼국시대 오(吳)의 임금 손권(孫權)의 맏아들 남양왕(南陽王) 손화(孫和)가 수정여의(水晶如意)을 가지고 춤을 추다가 등부인(鄧夫人)의 얼굴에 상처를 냈는데, 흰 수달의 골 곧 백수달(白獺髓)을 구하여 치료했다 함.
玉頰(옥협) : 옥 같은 뺨. 고운 뺨.
五陵公子(오릉공자) : 오릉의 귀한 집 자제. 오릉(五陵)은 한(漢) 나라 서울 장안(長安)의 풍류 남녀들이 노는 곳’으로 한의 역대 제왕 다섯 능(장릉, 안릉, 양릉, 무릉, 평릉)이 있음.
선비들이 기생에게 시를 지어 주던 사례는 많이 보인다. 그중에서 상촌(象村) 신흠(申欽)이 증기시(贈妓詩)를 두수 남겼고, 김삿갓도 증기시(贈妓詩)가 멋지다. 신흠의 시 두 수를 보면 아래와 같다.
相思在雲端(상사재운단) / 서로 그리움은 저 구름 끝에 있으니
魂夢遙能越(혼몽요능월) / 꿈속에서 넋만 멀리 건너갈 수 있지.
落葉下西風(낙엽하서풍) / 가을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데
空庭望新月(공정망신월) / 텅 빈 뜰에서 초승달만 바라보는구나.
祇愛丁香樹(지애정향수) / 다만 정향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芳枝有苦心(방지유고심) / 향기로운 가지에 고심이 있어서네.
若爲紅綬帶(약위홍수대) / 만약 붉은 끈으로 띠를 만들려거든
重結紫綾衿(중결자능금) / 자줏빛 비단 옷깃을 거듭 매려무나.
김삿갓(金炳淵)의 증기시(贈妓詩)는 아래와 같이 기생과 썸씽이 일어난 것 같다.
却把難同調(각파난동조) / 손 뿌리치며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還爲一席親(환위일석친) / 돌아와 한자리에 앉아 친해진다네.
酒仙交市隱(주선교시은) / 주선(김삿갓)이 저자의 은사와 교제하니
女俠是文人(여협시문인) / 그녀가 바로 글 잘 짓는 사람이오.
太半衿期合(태반금기합) / 거의 옷깃을 합할 바람이니
成三意態新(성삼의태신) / 둘과 달빛이 셋으로 새롭구나.
相携東郭月(상휴동곽월) / 달 아래 동쪽 성곽 함께 거닐다가
醉倒落梅春(취도락매춘) / 봄 매화 지듯 취해 쓰러졌네.
★ 정습명(鄭襲明) : 고려전기 예부시랑, 한림학사, 추밀원지주사 등을 역임한 문신으로 본관은 영일(迎日)이고, 호는 형양(滎陽)이다. 영일정씨 형양공파(迎日鄭氏滎陽公派)의 시조이며, 아버지는 정후감(鄭侯鑑)으로 부호장(副戶長)을 지냈다. 주로 간관 직을 맡아보았던 정습명(鄭襲明)은 왕실의 사부로서 의종을 훈육하고 보필하는데 사명을 다하였다. 정모주(鄭夢周)의 10대 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