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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pr 04. 2023

7> 春日(춘일) / 봄날

漢詩 工夫(한시 공부)

春日(춘일) / 봄날

- 金克己(김극기) -


柳岸桃溪淑氣浮

●●○○●●◎

(류안도혜숙기부) / 버들 언덕과 복사꽃 길에 맑은 기운 떠있고


枝閒鳥語苦啁啾

○○●●●○◎

(지간조오고조추) / 가지 사이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 계속 들려오네.


春工與汝爭何事

○○●●○○●

(춘공여여쟁하사) / 봄의 조화는 너희와 무슨 일로 다투어


慢罵東風不自休

●●○○●●◎

(만매동풍부자휴) / 봄바람의 꾸짖음이 절로 그치지 않을까.

이 시는 칠언절구(七言絶句) 측기식(仄起式)으로 운자(韻字)는 ◎표시를 한 부(浮), 추(啾), 휴(休)이며 우(尤) 운목(韻目)이다.  칠언당음(七言唐音)의 시격(詩格)에 딱 맞게 지은 작품이다. 봄이 오는 산야의 경치와 정취(情趣)가 잘 표현된 시이다. 도혜(桃溪)는 복사꽃 길을 말하며 “복사꽃과 오얏꽃이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고 찾아와 그 아래에 자연히 길이 이루어진다.[桃李不言下自成蹊(도리불언하자성혜)]”는 도리성혜(桃李成蹊)의 고사(故事)를 줄여서 표현한 것이다. <사기(史記) 권(卷) 109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나온다. 조추(啁啾)는 새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을 말한다. 때로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표현한다. 이규보(李奎報)의 <晩望(만망) / 깊은 밤 바라보다>라는 시에 “李杜啁啾後(이두조추후) / 이백과 두보 시(詩)를 큰소리로 읊고 난 뒤”라는 구절이 있다.

서거정(徐居正)이 지은 같은 제목의 한시(漢詩)도 계절이 바뀌는 봄의 순간을 섬세(纖細)하고 오묘(奧妙)한 감정을 포착(捕捉)하여 읊었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金入垂楊玉謝梅(금입수양옥사매) / 수양버들 금빛 들고 매화는 옥빛 떨구는데

小池新水碧於苔(소지신수벽어태) / 작은 못의 새로운 물은 이끼보다 푸르다

春愁春興誰深淺(춘수춘흥수심천) / 봄 시름과 흥취의 어느 것이 깊고 얕은가

燕子不來花未開(연자불래화미개) /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아직 안 폈으니.


★ 김극기(金克己) : 생몰연대는 미상의 고려시대 문관, 본관은 광주(廣州). 호는 노봉(老峰).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벼슬하지 못하고 있다가 무신들이 정권다툼을 치열하게 벌이던 명종 때에 용만(龍灣 : 평안북도 의주)의 좌장(佐將)을 거쳐 한림(翰林)이 되었으며, 금나라에 사신으로 가기도 하였다. 뛰어난 문장가로서 특히 농민반란이 계속 일어나던 시대에 핍박(逼迫)받는 농민들의 모습을 친근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또한 농촌문제를 자신의 일로 고민했던 양심적인 지식인이었다. 당시 문인들이 그의 시를 평하여 “문장의 표현이 맑고 활달하며 말이 많을수록 내용이 풍부하다.”라고 하였으며, 이인로(李仁老)는 그의 문집 『김거사집(金居士集)』의 서(序)에서 “참으로 난새나 봉황 같은 인물이었다.”라고 하여 벼슬에 연연하지 않는 고고한 행적을 찬양했다. 고려 말엽에 간행된 『삼한귀구감』에 의하면 그의 문집은 135권 또는 150권이나 되었다고 하나 지금은 전하지 않고, 『동문선』·『신 증동국여지승람』 등에 시가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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