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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pr 07. 2023

8> 野步(야보) / 들판을 거닐며

漢詩 工夫(한시 공부)

野步(야보) / 들판을 거닐며

- 陳澕(진화) -


小梅零落柳僛垂

●○○●●○◎

(소매령락류기수) / 작은 매화 떨어지고 버들은 춤추듯 드리웠네,


閑踏靑嵐步步遲

○●○○●●◎

(한답청람보보지) / 한가히 푸른 기운 밟으니 걸음마다 더디어라.


漁店閉門人語少

○●●○○●●

(어점폐문인어소) / 생선 가게는 문 닫히고 인기척도 드문데


一江春雨碧絲絲

●○○●●○◎

(일강춘우벽사사) / 온 강에 봄비가 빗줄기마다 푸르구나.


이 시는 봄날 들길을 걸으며 느끼는 흥취(興趣)를 읊은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평기식(平起式)으로 운자(韻字)는 ◎표시를 한 수(垂), 지(遲), 사(絲)이며 지(支) 운목(韻目)이다. 이사부동(二四不同), 이륙대(二六對)가 잘 지켜진 상태이고, 각구(各句)의 1번 자와 3번 자의 평측(平仄)이 혼용되는 작법(作法)이다. 영락(零落)은 권세(權勢)나 살림이 줄어서 보잘것 없이 되거나 초목(草木)이 시들어 떨어는 것을 말한다. 기(僛)는 술에 취하여 흐느적거리면서 춤을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수양버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매화는 바람에 지는데, 수양버들이 어지러이 드리운 들녘을 한가로이 흥취에 젖어 느릿느릿 걷다 보니 한적한 어촌 마을에 당도한 것이다. 강을 끼고 있는 그곳에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를 만나 잠시 주막에 들었는데, 주막은 문이 닫힌 채 아무도 없는 듯 인기척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머리를 돌려 저 강을 보니, 온 강이 봄비에 젖어들고, 비는 봄 색을 띠면 실타래처럼 내리고 있다.


허균(許筠)의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는 “맑고 빳빳한 맛이 읊을 만하다[淸勁可詠(청경가영)].”라고 평하고 있다. 작자인 진화(陳澕)는 필자(筆者)의 중시조(中始祖)인 영열공(英烈公)이 지공거(知貢擧)를 할 때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별곡(翰林別曲)」에 나오는 구절인 “금학사(琴學士)의 옥순문생(玉筍門生)”에 속하는 사람이다. 즉, 「한림별곡(翰林別曲)」 제1장에서 “정언(正言) 이규보와 한림(翰林) 진화는 쌍운(雙韻)에 맞춰 시를 짓는데 무척 빨라서 마치 붓을 내달려 짓는 것 같다[李正言(이정언) 陳翰林(진한림) 雙韻走筆(쌍운주필)].”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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