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운사 Apr 08. 2023

9> 山居遇題(산거우제) / 산에 살며 우연히 짓다

漢詩 工夫(한시 공부)

山居遇題

(산거우제) / 산에 살며 우연히 짓다

- 李瑱(이진) -


滿空山翠滴人衣

●○○●●○◎

(만공산취적인의) / 하늘 가득 푸른 산 빛 사람 옷에 배어들고


艸綠池塘白鳥飛

●●○○●●◎

(초록지당백조비) / 풀이 푸른 연못에는 흰 새가 날아가네.


宿霧夜棲深樹在

●●●○○●●

(숙무야서심수재) / 전날 밤안개 짙은 숲에 깃들어 있고


午風吹作雨霏霏

●○○●●○◎

(오풍취작우비비) / 낮 바람 불어 비가 부슬부슬 내리네.



이 시는 산속에 살면서 느끼는 흥취(興趣)를 읊은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평기식(平起式)으로 운자(韻字)는 ◎표시를 한 의(衣), 비(飛), 비(霏)이며, 미(微) 운목(韻目)이다. 이사부동(二四不同), 이륙대(二六對)가 잘 지켜진 상태이고, 위렴(違簾 : 평측이 맞지 않는 것)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句)의 1번 자와 3번 자의 평측(平仄)을 변용(變容)하여 작시(作詩)했다.


滿空山翠滴人衣(만공산취적인의) 기구(起句)를 ‘빈산 가득 푸른빛’으로 해설하는 사람도 있으나, 한시(漢詩)의 일반적인 해설 방법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2/2/3 즉 滿空(만공)/山翠(산취)/滴人衣(적인의)으로 해설하는 게 바람직하다. ‘빈산 가득 푸른빛’으로 해석하면, 1/2/1/3 즉 滿(만)/空山(공산)/翠(취)/滴人衣(적인의)가 되므로 정격(正格)이 아니다. 더욱이 공산(空山) 즉 빈 산은 사람이 살지 않는 산을 말하는데, 작자가 산에 살면서 지은 시(詩)이기 때문에 그런 해석은 맞지 않는다. 滴(적)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을 나타내므로 사람의 옷에 떨어지면 젖기 때문에 푸른 기운이 배어드는 것으로 해설했다. 池(지)와 塘(당)은 모두 못을 나타내는 말인데, 지(池)는 수면 쪽을 당(塘)은 못 뚝 쪽을 은유하는 것으로 보면 좋다. 풀들이 돋아나고 자란다는 의미의 시에서는 지당(池塘)으로 표현하고, 연꽃을 묘사하는 경우에는 지(池)만 사용하는 경향이다. 그래서 지당(池塘)은 수면과 못 뚝이 모두 보이는 아담한 연못 정도로 보면 된다. 종묘(宗廟)에도 상지당(上池塘)·중지당(中池塘)·하지당(下池塘) 세 연못이 있는데, 옛사람들의 천지관(天地觀)인 천원지방(天圓地方 :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의 생각이 투영(投影)되어 만들어졌다. 宿霧(숙무)는 묵은 안개 즉 밤을 지 새운 안개를 말한다. 霏霏(비비)는 비나 눈이 부슬부슬 오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 이진(李瑱, 1244~1321) : 경주이씨로 초명은 방연(芳衍), 자는 온고(溫古), 호는 동암(東菴)이다. 삼한공신 이금서(李金書)의 후손이며, 이제현(李齊賢)의 아버지이다. 젊어서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백가(百家)에 널리 통하였고 시에 능숙하다고 명성이 있었다. 원종 5년(1264) 6월에 승보시(升補試)에 급제하였고, 충렬왕 때 기거중서사인(), 전법판서()가 되었으며, 적폐(積弊)의 일소를 상소한 것이 채택되어 정당문학(政堂文學)이 되었다. 충숙왕이 즉위하자 검교정승(檢校政丞)이 되고 임해군(臨海君)에 봉해졌다. 1320년(충숙왕 7년)에 아들 이제현이 과거의 고시관이 되어 새 문생(門生)을 거느리고 부친의 수(壽)를 칭송하자 전왕(前王)인 충선왕이 은병 200개와 쌀 50석을 하사하였다. 저서에 동암집(東菴集)이 있으며, 시호(諡號)는 문정(文定)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8> 野步(야보) / 들판을 거닐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