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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Apr 10. 2023

10> 山居春日(산거춘일) / 산속의 봄날

漢詩 工夫(한시 공부)

山居春日(산거춘일) / 산속의 봄날

- 王伯(왕백) -


村家昨夜雨濛濛

○○●●●○◎

(촌가작야우몽몽) / 시골집에 어젯밤 이슬비 보슬보슬 내려


竹外桃花忽放紅

●●○○●●◎

(죽외도화홀방홍) / 대밭 건너 복사꽃 홀연히 붉게 피었네.


醉裏不知雙鬢雪

●●●○○●●

(취리부지쌍빈설) / 술에 취해 귀밑머리 센 줄도 모르고,


折簪繁萼立東風

●○○●●○◎

(절잠번악입동풍) / 무성한 꽃가지 꺾어 꽂고 봄바람에 서있네.


산속에 살면서 봄비 내리고 꽃이 피는 춘정(春情)에 취해 세월 가고 나이 먹는 걸 잊고픈 시심이다. 봄의 정취(情趣)를 잘 표현한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평기식(平起式)으로 압운(押韻)은 ◎표시한 濛(몽), 紅(홍), 風(풍) 자로 평성(平聲) 東(동) 운목(韻目)이다. 이사부동(二四不同), 이륙대(二六對)가 잘 지켜진 상태이고, 전구(轉句)의 3번 자와 결구(結句)의 1번, 3번 자의 평측(平仄)이 변용(變容)된 작법(作法)이다. 濛濛(몽몽)은 비·안개·연기(煙氣) 따위가 자욱한 모양(模樣)을 나타내며, 진화(陳澕)의 <송적팔경도(宋迪八景圖)-연사모종(烟寺暮鐘)>에 “行人一聽一廻首(행인일청일회수) / 길 가는 이 한 번 듣고 한 번 고개 돌리니, 杳靄濛濛片月斜(묘애몽몽편월사) / 아득한 이내 자욱한데 조각달 비껴 있네.”라는 좋은 구절이 있다. 중국 가수들의 노래에는 제목이나 가사에 많이 쓰인다. 중국노래 몽몽세우(濛濛细雨)나 몽몽세우억당년(濛濛细雨憶當年) 같은 것은 여러 가수들이 부른 애잔한 가요이다. 雙鬢(쌍빈)은 양 귀밑의 머리로 일명 구레나룻을 말한다. 簪(잠)은 여자들이 머리에 꽂는 비녀이다. 繁萼(번악)은 꽃다발 정도로 보면 되는데, 萼(악)은 꽃받침이다.


★ 왕백(王伯, 1277 ~ 1350) : 고려 후기의 문신. 본관은 강릉. 신라 태종무열왕(太宗武烈王)의 후손으로 본성(本姓)은 경주김씨이고 김여주(金汝舟)였다. 왕씨는 사성(賜姓)이다. 1321년(충숙왕 8) 좌사보(左司補)로 있을 때, 임금의 총애를 받던 이인길(李仁吉)의 첩(妾) 장인 최득화(崔得和)를 수주(隨州 : 지금의 평북 정주)의 수령으로 임명하려 하자 고신(告身)의 서명을 거부하였다가 해도(海島)에 유배되었다. 뒤에 우사의(右司議)·밀직부사·집의(執義)를 지냈고, 1339년(충혜왕 복위년)에 조렴(趙廉) 등과 함께 조적(曺頔)의 난에 가담하였다가 난이 진압되자 이듬해 파직 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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