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퐁파두르(Pompadour)를 로코코(Rococo) 시대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본다. 그 시대의 문화는 상류층 즉 귀족들의 사랑놀이의 부속품쯤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과도한 비난일까? 놀이 중 재미있는 것이 도박이나 사랑놀이다. 도박도 연애도 중독성이 강하다. 금단의 열매가 늘 달기에 유혹당하는 것이다. 비밀스럽고 스릴과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극치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그 맛을 알게 되면 무서울 것이 없어진다. 작품은 긴박감과 극치감이 동시에 솟구쳐 엑스터시가 폭발한다. 어디일까? 베르사유 궁정의 어느 구석진 방일 수도 있다. 수많은 귀족들과 귀부인들이 걸판지게 무도회를 하는 중에 눈이 맞은 남녀가 몰래 빠져나와서 격정을 풀고 있다. 장 프레데릭 샬(Jean-Frederic Schall, 1752-1825)의 <사랑의 합궁(Love Encounter)>이다.
황급히 일을 치르려니 옷을 벗지도 못한다. 여성은 간편하게 치마만 들치고 속옷을 내리면 그만이지만 남정네는 혁대 풀고 바지를 내려야 한다. 니커보커 차림이면 더 불편하다. 들고 있던 칼과 모자를 내팽개치고, 외투는 옆 의자 등받이에 휙 벗어던졌다. 복장으로 보아서 무관(武官)이거나 장군이다. 서양식 입식 구조의 방이라서 둘 다 신발을 신은 채다. 여자는 머리에 쓴 귀부인의 모자도 벗지 않은 상태다. 벼락에 콩 볶아 먹듯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로코코 시대 이전의 사랑은 그림의 구도에 강아지가 침대 구석에 많이 등장한다. 개는 충성스러운 동물이라서 사랑의 충성을 맹세하는 매개로서 역할을 했다. 로코코 시대에 들어와서 자유로운 연애 분위기로 개는 사라지고 고양이로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춘화에도 가끔 개를 등장시킨 구도가 보인다. 그런데 고양이가 잔뜩 심통이 난 표정이다. 먹이도 주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즐긴다고 항의하는 걸까?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탓에 무릎 높이의 스툴의자가 곧 쓸어질 것 같다. 그에 대비되어 하이힐을 신은 여인의 왼쪽 다리 무릎에는 벗다가 만 분홍색 팬티가 마치 양다리로 남자의 허리를 옥죄듯이 그녀의 다리를 옥죈다. 아래는 일본 부세회(浮世繪)로 스즈키 하루노부(鈴木春信)의 작품 <화한낭영집(和漢朗詠集)> 중의 하나다. 참견하는 여인이 등장하고 개도 배치되어 있다. 동서양의 춘화는 어찌 이리도 비슷한 구도일까? 인간의 본능이 비슷해서 일까?
다음은 그의 <참견하는 하인(La servante officieuse)>이다. 이 글의 대문 사진은 이 작품 침대 부분을 확대한 것이다. 불륜의 남녀가 모처럼의 사랑을 나누려는데, 눈치 없는 하녀가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 참다못한 신사는 문을 살짝 열고 얼른 사라지라고 사인을 주지만 어린 하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귀부인은 애인을 기다리면서 반라의 몸으로 침대에 엎드려있다. 사내가 아마도 변심하지 않고 충실하게 귀부인과 사랑을 나누는 관계인가 보다. 의자 뒤에서 강아지가 손님을 경계하는 듯 반기는 모습이다. 장 프레데릭 샬은 마지막 로코코 화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 피에르 앙투안 보두앵(Pierre-Antoine Baudouin)의 영향을 받은 에로틱하고 목가적인 장면들로 유명하다. 실내를 배경으로 섬세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샬의 스타일과 반복되는 주제를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번 그림은 된 통 걸린 상황이다. 제목이 서슬퍼런 <숙청(La purge)>이다. 귀부인의 남편이 마누라 몰래 하녀를 건드리다가 현장을 들킨 것이다. 아내 몰래 눈을 피해 급히 하느라 옷을 벗지도 않고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내는 바지만 추스르고 후다닥 튀어서 침대의 커튼 뒤로 숨어서 엿본다. 뒤처리도 제대로 못한 하녀는 흰 엉덩이를 내놓은 채 마님에게 들킨 것이다. 얼마나 놀랐으면 손이 말을 듣지 않았던 모양이다. 매무새를 추스르지도 못하고 완전 무방비 상태이다. 화가 단단히 난 마님은 오른손에 방망이를 움켜쥐고 물고를 낼 태세다. 하녀도 밉지만 남편이 더 밉다. 남편의 종적을 쫓는 눈길이 매섭다. 방안 어디에도 개나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사랑이 깨졌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여인이 그의 애인을 침대에서 몰래 만나는 구도이다. <실내에 있는 젊은 여인과 그의 연인(Jeune femme avec son amant dans un interieur)>이다. 얇은 잠옷 바람의 젊은 여인을 찾아온 그의 연인이다. 아마 창문을 넘어서 들어왔을까? 사랑의 충성스러운 개가 혹시 느닷없이 침입한 젊은 사내를 보고 마구 짖어서 분위기를 깰까 봐 여인은 걱정스럽다. 재빨리 개를 위로하려고 한다. 가슴을 풀어헤치고 상체를 연인에게 기대면 은근한 열락의 꿈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얼굴에는 벌써 사랑의 열기가 올라와서 발그레하게 홍조를 띠었다. 장 프레데릭 샬은 파리 왕립아카데미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고, 당시의 좋은 인맥으로 상류사회와 접촉하여 잘 성장했다. 금융가와 권력자의 별장이나 저택에서 그들의 정부(情婦)인 여배우, 댄서, 패션 여성 등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는 듀퐁(Deux-Ponts) 공국의 크리스티안 4세(Duke Christian IV)를 섬기면서 그는 그의 비밀 박물관을 위해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다.
마지막 그림은 <Les amants(연인들)>이다. 젊은 연인이 감미로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다. 가슴을 네놓은 채 다소곳이 연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젊은 여인의 분위기가 아주 편안하다. 이런 관계가 한 두번은 아닌 듯 하다. 사랑이란 이런 숲속 바위에 걸터 앉아서도 마치 안락의자에 기대어 감미로운 밀어를 속삭이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