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청관(⽟淸觀)에 올라 보니, 깎아지른 꼭대기는 가로 비껴있고, 구부려 내려 보니, 밝은 해의 위에 있다. 솟아오른 외로운 봉우리는 반이 푸른 하늘 밖으로 우뚝 향해 있으니, 산의 높고 험한 것이 볼만하다. 옥청관에 들어가 수행하는 참 노인을 배알하고 보니, 만 리 밖에 다만 바람과 안개가 하늘을 가리고 있을 따름이더라.
* 玉淸(옥청) : 도교 수련관인 옥청관.
* 橫斜(횡사) : 비스듬히 옆으로 비낌.
* 俯(부) : 내려다볼 부. 俯臨: 고개를 숙여 내려다봄 굽어봄.
* 聳出(용출) : 우뚝 솟아남. 聳 : 솟을 용
* 削(삭) : 깎을 삭. 칼집 초.
* 蔽(폐): 덮을 폐.
* 高峻(고준) : ①산이 높고 험함. ②헤아릴 수 없는 높은 見識(견식). 또는 인격이 고상한 일.
* 盧照鄰(노조린, 637~689) : 당나라의 시인. 유주(幽州) 범양(范陽) 사람. 자는 승지(昇之). 호는 유우자(幽憂⼦). 초당(初唐) 사걸(四傑 : 왕양노락王楊盧駱) 중 한 사람. 그의 시풍은 자신의 처지를 애통해하는 고통스러운 정감이 주조를 이루나 오히려 이런 감정을 애수 짙은 시구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수 가까운 시가 남아서 전하는데 그중 『당시선(唐詩選)』에 수록되어 있는 칠언시 <장안고의>가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힌다. <장안고의>는 모두 68구의 칠언고시로 과거를 빗대어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데, 장안(長安, 현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마차, 궁실, 창녀, 무녀, 협객, 왕후장상 등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뜻의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유명한 고사가 이 시에서 나왔다. 그의 저서로 『노승지집(盧升之集)』이 있고, 명나라 때 장섭(張燮)이 편집한 『유우자집(幽憂子集)』이 세상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