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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曲池荷(곡지하) / 곡지의 연꽃

금삿갓의 漢詩工夫(250527)

by 금삿갓

曲池荷(곡지하) / 곡지의 연꽃

- 盧照鄰(노조린)


浮⾹繞曲岸

부향요곡안

○○●●●

떠도는 향기 굽은 물가에 감돌고


圓影覆華池

원형부화지

○●●○◎

둥근 연 그림자 화려하게 연못을 덮네.


常恐秋⾵早

상공추풍조

○●○○●

이른 가을바람 불까 늘 두려운 것은


飄零君不知

표영군부지

○○○●◎

날려 덜어지는 걸 그대 알지 못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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池曲故(지곡고)로 岸亦曲⽽荷⾹浮來繞之(안역곡이하향부래요지)라. 荷圓故影亦圓⽽覆于華池之上(하원고영역원이부우화지지상) 하니 此以荷之芳潔(차이하지방결)로 ⾃⽐也(자비야)이라.

못이 굽은 까닭에 기슭도 역시 굽었고, 연꽃 향기 떠서 연못을 둘러있다. 연꽃이 둥근 까닭에 그림자 역시 둥글고, 화려한 연못 위를 덮었다 하니, 이는 향기롭고 깨끗한 연꽃으로써 자기를 비유함이다.

荷(하)는 宜于夏(의우하)하고 不宜秋⾵故(불의추풍고)로 常恐其早到⽽致荷之零落也(상공기조도이치하지영락야)라.

연꽃은 당연히 여름이어야 하고, 가을바람은 당연하지 않은 까닭에 그것이 일찍 이르면 연꽃이 떨어짐을 부르는 것을 항상 두려워한 것이다.

上句常恐⼆字(상구상공이자)가 包此句在內(포차구재 내) 하니 荷(하)가 受秋⾵飄零(수추풍표령) 하야. 不爲⼈知(불위인지)가 如⼈(여인)이 負異才(부이재)하고 流落不偶(유락불우) 하니 夫豈有⼈知之者(부기유인지지자) 이리오.

위 구절의 ʻ常恐(상공)’ 두 자가 이 구절 안에 있는 뜻을 포함하니, 연꽃이 가을바람을 받아들여 떨어져도, 사람이 알지 못함이 마치 사람이 다른 재주를 외면하고, 흘러가 버려 짝하지 못하니, 무릇 어찌 사람이 그것을 아는 것이겠는가?

盧照隣(노조린)이 當武后時(당무후시) 하야. 悲不⾒⽤故(비불견용고)로 以此詩(이차시)로 寓意(우의)러니 其後(기후)에 果以惡疾(과이악질)로 投潁水而死(투영수이사) 하니 詩爲之讖與(시위지참여)아.

노조린이 측천무후(則天武后) 시절을 맞아 슬프게도 쓰임을 당하지 못한 까닭으로 이 시로써 뜻을 붙였다. 그 뒤에 나쁜 병에 걸린 결과 영수(潁⽔)에 몸을 던져 죽으니, 시가 예언한 대로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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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圓影(원영) : 달의 딴 이름. 둥근 그림자. 여기서는 연꽃을 말함.

* 零落(영락) : ①초목이 시들어 떨어짐. ②세력이나 살림이 아주 보잘것 없이 됨. 또는 쓸쓸하게 됨. ③죽는 일.

* 異才(이재) : 남다른 재주. 뛰어난 재능. 또는 재능이 걸출한 사람.

* 包(포) : 함께 들어있다.

* 流落(유락) : 영락하여 유랑함.

* 飄零(표령) : 나뭇잎이 바람에 펄럭이며 떨어짐.

* 偶意(우의) : 다른 사물에 붙어서 그 뜻을 암시함.

* 不爲(불위) : 하지 않음. 하려고 하지 않음.

* 시참(詩讖) : 우연히 지은 시가 이상하게도 뒷일과 딱 맞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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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照鄰(노조린, 637~689) : 당나라의 시인. 유주(幽州) 범양(范陽) 사람. 자는 승지(昇之). 호는 유우자(幽憂⼦). 초당(初唐) 사걸(四傑 : 왕양노락王楊盧駱) 중 한 사람. 그의 시풍은 자신의 처지를 애통해하는 고통스러운 정감이 주조를 이루나 오히려 이런 감정을 애수 짙은 시구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수 가까운 시가 남아서 전하는데 그중 『당시선(唐詩選)』에 수록되어 있는 칠언시 <장안고의>가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힌다. <장안고의>는 모두 68구의 칠언고시로 과거를 빗대어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데, 장안(長安, 현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마차, 궁실, 창녀, 무녀, 협객, 왕후장상 등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뜻의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유명한 고사가 이 시에서 나왔다. 그의 저서로 『노승지집(盧升之集)』이 있고, 명나라 때 장섭(張燮)이 편집한 『유우자집(幽憂子集)』이 세상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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