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4> 浴浪⿃(욕랑조) / 물결에 목욕하는 새

금삿갓의 漢詩工夫(260527)

by 금삿갓

浴浪⿃(욕랑조) / 물결에 목욕하는 새

- 盧照鄰(노조린)


獨舞依盤⽯

독무의반석

●●○○●

너럭바위에 기대 홀로 춤추고


群⾶動輕浪

군비동경랑

○○●○●

무리 지어 날아가니 가벼운 물결이네.


奮迅碧沙前

분신벽사전

●●●○○

푸른 모래톱 앞에서 빨리 떨쳐 일어나


⻑懷⽩雲上

장회백운상

○○●○●

늘 흰 구름 위를 생각한다.

Screenshot 2025-05-27 at 12.29.23.JPG

浴浪之⿃(욕랑지조)가 獨⾃舞時(독자무시)에는 依⽴乎盤⽯之上(의립호반석지상)하고 成群⾶處(성군비처)에는 乍動乎輕細之浪碧沙之前(사동호경세지랑벽사지전)에 奮⾶踊躍(분비용약)하고 ⾝雖在於⽔中(신수재어수중)이나 其滿腹之志(기만복지지)가 ⻑在⽩雲之間(장재백운지간)하니 此⿃(차조)는 必不與凡⿃(필불여범조)로 同類也(동류야)로다. 此亦寓意歟(차역우의여)아?

물결에 멱 감는 새가 자기 혼자 춤출 때에는 너럭바위 위에 의지해 서서하고, 무리를 지어 날아오를 적에는 푸른 모래톱 앞 가볍고 잔잔한 물결에도 갑자기 움직여 뛰어올라 떨쳐 날아오르니, 몸은 비록 물에 있으나 그 배 가득한 뜻이 늘 흰 구름 사이에 있으니, 이 새는 반드시 모든 새와 함께 하지 않는 무리로다. 이 역시 뜻을 붙인 것이 아니겠는가?

Screenshot 2025-05-27 at 12.29.03.JPG

* 浴浪鳥(욕랑조) : 물결에 목욕하는 새.

* 盤石(반석) : 큰 바위. 너럭바위.

* 成群(성군) : 무리 지어

* 乍(사) : 잠깐 사. 당분간. 갑자기.

* 輕細之浪(경세지랑) : 잔 물결.

* 奮迅(분신) : 떨쳐 일어나 기세가 성함.

* 踊躍(용약) : 뛰어 일어나 기세 좋게 나아감. 춤추듯이 뜀.

* 滿腹(만복) : 배에 가득함. 또는 배부르게 먹음.

* 寓意(우의) : 다른 사물에 붙여서 그 뜻을 교훈적인 뜻을 암시함.

* 歟(여) : 어조사 여. 의문 감탄 추량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사.

Screenshot 2025-05-27 at 12.28.39.JPG

* 盧照鄰(노조린, 637~689) : 당나라의 시인. 유주(幽州) 범양(范陽) 사람. 자는 승지(昇之). 호는 유우자(幽憂⼦). 초당(初唐) 사걸(四傑 : 왕양노락王楊盧駱) 중 한 사람. 그의 시풍은 자신의 처지를 애통해하는 고통스러운 정감이 주조를 이루나 오히려 이런 감정을 애수 짙은 시구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수 가까운 시가 남아서 전하는데 그중 『당시선(唐詩選)』에 수록되어 있는 칠언시 <장안고의>가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힌다. <장안고의>는 모두 68구의 칠언고시로 과거를 빗대어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데, 장안(長安, 현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마차, 궁실, 창녀, 무녀, 협객, 왕후장상 등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뜻의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유명한 고사가 이 시에서 나왔다. 그의 저서로 『노승지집(盧升之集)』이 있고, 명나라 때 장섭(張燮)이 편집한 『유우자집(幽憂子集)』이 세상에 전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3> 曲池荷(곡지하) / 곡지의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