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강(揚⼦江) 물은 길고, 한수(漢⽔)는 넓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고, 양산(梁⼭)은 고(⾼)하고, 민산(岷⼭)은 숭(崇)하여, 그 기세를 부여잡을 수 없으니, 양자강과 한수가 넓고 크고, 양산과 민산이 높고 험하여, 강산의 뛰어남을 낱낱이 들어 말할 수 없구나. 구름과 안개가 어둡고 깜깜한 중에 노니는 시인묵객은 언제나 이 땅으로 돌아올 건가. 나는 이에 유람하고 시를 짓고, 그것을 기록함으로써 그 벽에 제(題)하노라.
* 江(강) : 중국에서는 북쪽 지방의 것은 ‘하(河)’라 부르고, 남쪽 지방의 것은 ‘江(강)’이라 한다. 揚子江(양자강)은 옛날에는 그냥 ‘江(강)’ 또는 ‘江水(강수)’라 불렀고, 후세에 내려와서는‘長江(장강)’, ‘大江(대강)’이라 한다.
* 漢(한) : 漢水(한수). 陝西省(섬서성) 寧羌縣(영강현) 嶓冢山(파총산)에서 발원한 강.
* 江漢(강한) : 양자강과 한수.
* 攀(반) : 더위잡을 반. 무엇을 붙잡고 오르다.
* 岷(민) : 산 이름 민.
* 嵯峨(차아) : 산이 높고 험한 모양.
* 晦暝(회명) : 어둠 캄캄함.
* 浩蕩(호탕) : 넓고 큰 모양. 脫俗(탈속)하여 뜻이 분방한 모양. 물이 넓은 모양.
* 騷人(소인) : 屈原(굴원), 宋玉(송옥) 일파의 文士(문사). 楚(초)의 굴원이 ‘離騷(이소)’를 지은 데서 일컫는 말. 널리 詩人(시인)을 이름.
* 枚陳(매진) : 낱낱이 사실대로 진술함.
* 왕발(王勃, 650~676) : 초당(初唐)을 대표하는 시인 4 걸. 왕양노락(왕발·양형·노조린·낙빈왕)중 일인. 자는 자안(⼦安). 강주(絳州) 용문(⿓⾨: 지금의 산서성⼭⻄省 하진河津) 사람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서 6세에 이미 시문을 지은 조숙한 천재였다. 재주에 비해 벼슬길은 순탄치 못했고, 수년간 사천(四川) 지방을 방랑하다, 교지(交趾: 지금의 베트남 북부지방)의 령(令)으로 재직하던 아버지를 만나러 가다 스물여덟 한창나이에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전해진다. 시인의 문장 중 등왕각서(騰王閣序)가 명문으로 유명하고, 작품집으로 <왕자안집(王⼦安集)>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