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을 둘러보고 오늘은 피레네 산맥 속에 있는 세계에서 17번째로 작은 나라인 안도라(Andorra)로 이동한다. 아비뇽에서 안도라까지는 약 420km 정도로 자동차로 5시간 이상을 줄곧 달려야 한다. 물론 교통사정이나 중간에 구경하면서 쉬는 것을 포함하면 7시간은 잡아야 할 것이다. 20여 년 전 5월 초에 피레네를 넘어 안도라에 갈 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교통경찰에게 잡혀서 넘어가지 못할 뻔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8월이라 이런 사건은 없다. 안도라는 나라 이름이고 정작 가는 목적지는 수도인 안도라라베야(Andorra la Vella)이다. 전 국토가 467㎢인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나라이지만 모나코에 비하면 엄청 큰 나라다. 아비뇽에서 님(Nimes)을 지나 몽펠리에(Montpellier)를 거쳐서 나르본(Narbonne)과 페르피냥(Perpignan)을 지나면 서서히 산골 마을로 접어든다. 피레네 산맥의 골짜기마다 형성된 시골 마을이다. 처음으로 마주한 동네가 뱅사(Vinca)이다. 이곳에 댐을 막아서 마을 옆으로 제법 큰 뱅사 호수도 있고, 워터파크도 갖추어져 있었다. 호수 건너편 산 중턱의 언덕에는 마르스볼 수도원이 덩그렇게 자리 잡고 있다. 좀 더 산속으로 들어가면 쁘하드(Prades)는 더 큰 마을이 나온다. 오늘은 이동에 주안점이 있어서 별다른 상황이 없으면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이다.
<피레네 산을 넘다>
점점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고도(高度)도 높아지고 세르디냐(Serdinya)를 지나 카탈루냐 피레네 공원 지역에 진입한다. 피레네 산속의 계곡 경치가 장관이다. 생장 삐에드뽀르에서 걸어서 스페인으로 넘어갈 때는 산 능선을 따라 넘었는데, 초원과 양 떼, 말 목장 등으로 이곳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굽이굽이 돌아서 충북 보은의 12 구비 말티고개를 오르는 것 같다. 중간중간 경치가 좋은 곳에서 뷰를 볼 수 있도록 전망 포스트도 있다.
언덕은 어느 정도 올라가면 기스클라르 다리(Pont Gisclard)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있다.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전망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곤 한다. 기스클라르 다리는 철도용 다리인데 현수교로 지어졌다. 철도는 세르다뉴(Cerdagne) 노선의 노란색 기차가 빌프랑슈 드 콩플랑에서 라투르 드 카롤까지 간헐적으로 지나간다. 푸른 하늘과 푸근 산속을 가로질러 가는 노란 기차의 모습이 이채롭다. 이 철로가 건설된 지가 120년이 넘었단다. 이 다리의 설계자가 기스클라르이고 전망지점에 그의 얼굴 형상의 동판을 만들어 우리의 비석처럼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계곡 저 멀리로 꾸불꾸불한 도로가 마치 지렁이가 기어가듯이 보인다. 이곳의 해발 고도는 그리 높지는 않고 400m 정도이다.
언덕을 다 올라오면 넓은 마을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몽루이(Mont Louis)이다. 이곳은 17세기 경에 지어진 요새화된 성벽이 있는데, 이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아비뇽에서 오후에 출발해서 안도라까지 장장 6시간을 운전하여 저녁 무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도라는 계곡 속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라기보다 마을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면세지역이라서 유럽의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