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 피레네를 넘어 산속 나라 안도라로(8/30)
다시 스페인 쪽으로 가려는 여정
아비뇽을 둘러보고 오늘은 피레네 산맥 속에 있는 세계에서 17번째로 작은 나라인 안도라(Andorra)로 이동한다. 아비뇽에서 안도라까지는 약 420km 정도로 자동차로 5시간 이상을 줄곧 달려야 한다. 물론 교통사정이나 중간에 구경하면서 쉬는 것을 포함하면 7시간은 잡아야 할 것이다. 20여 년 전 5월 초에 피레네를 넘어 안도라에 갈 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교통경찰에게 잡혀서 넘어가지 못할 뻔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8월이라 이런 사건은 없다. 안도라는 나라 이름이고 정작 가는 목적지는 수도인 안도라라베야(Andorra la Vella)이다. 전 국토가 467㎢인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나라이지만 모나코에 비하면 엄청 큰 나라다. 아비뇽에서 님(Nimes)을 지나 몽펠리에(Montpellier)를 거쳐서 나르본(Narbonne)과 페르피냥(Perpignan)을 지나면 서서히 산골 마을로 접어든다. 피레네 산맥의 골짜기마다 형성된 시골 마을이다. 처음으로 마주한 동네가 뱅사(Vinca)이다. 이곳에 댐을 막아서 마을 옆으로 제법 큰 뱅사 호수도 있고, 워터파크도 갖추어져 있었다. 호수 건너편 산 중턱의 언덕에는 마르스볼 수도원이 덩그렇게 자리 잡고 있다. 좀 더 산속으로 들어가면 쁘하드(Prades)는 더 큰 마을이 나온다. 오늘은 이동에 주안점이 있어서 별다른 상황이 없으면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이다.
점점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고도(高度)도 높아지고 세르디냐(Serdinya)를 지나 카탈루냐 피레네 공원 지역에 진입한다. 피레네 산속의 계곡 경치가 장관이다. 생장 삐에드뽀르에서 걸어서 스페인으로 넘어갈 때는 산 능선을 따라 넘었는데, 초원과 양 떼, 말 목장 등으로 이곳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굽이굽이 돌아서 충북 보은의 12 구비 말티고개를 오르는 것 같다. 중간중간 경치가 좋은 곳에서 뷰를 볼 수 있도록 전망 포스트도 있다.
언덕은 어느 정도 올라가면 기스클라르 다리(Pont Gisclard)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가 있다.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전망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곤 한다. 기스클라르 다리는 철도용 다리인데 현수교로 지어졌다. 철도는 세르다뉴(Cerdagne) 노선의 노란색 기차가 빌프랑슈 드 콩플랑에서 라투르 드 카롤까지 간헐적으로 지나간다. 푸른 하늘과 푸근 산속을 가로질러 가는 노란 기차의 모습이 이채롭다. 이 철로가 건설된 지가 120년이 넘었단다. 이 다리의 설계자가 기스클라르이고 전망지점에 그의 얼굴 형상의 동판을 만들어 우리의 비석처럼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계곡 저 멀리로 꾸불꾸불한 도로가 마치 지렁이가 기어가듯이 보인다. 이곳의 해발 고도는 그리 높지는 않고 400m 정도이다.
언덕을 다 올라오면 넓은 마을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몽루이(Mont Louis)이다. 이곳은 17세기 경에 지어진 요새화된 성벽이 있는데, 이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아비뇽에서 오후에 출발해서 안도라까지 장장 6시간을 운전하여 저녁 무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도라는 계곡 속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라기보다 마을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면세지역이라서 유럽의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