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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산속의 작은 나라 안도라공국(8/31)

국가 원수가 두 명인 나라

by 금삿갓

어제 저녁에 이곳 안도라 라 베야에 도착하여 인스티튜트 유로 호텔에 투숙했다. 작은 호텔이라서 주차장이 별도로 없단다. 대략난감이다. 각종 짐을 호텔 로비에 부리고, 주차장을 찾아 나섰다. 구글 지도 앱으로 찾았지만 대부분 만차여서 빈 곳을 찾아 삼천리다. 호텔에서 한참 떨어진 공용 주차장을 발견해서 겨우 주차를 하고 걸어서 호텔까지 가는게 고역이다. 800Km를 발로 걸었는데도 꾀가 나는 모양이다.

<안도라의 야경>
<우측주차 로트 표시 건물이 호텔>
<밤의 호텔>
<호텔 뒷편 계곡>

대서양의 엉데(Hendaye) 근처에서 시작된 피레네 산맥은 지중해 연안 페르피냥(Perpignan) 근처까지 500km로 이어지면 이베리아 반도를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갈라놓고 있다. 산맥 안에는 아네트(Aneto)산이 해발 3,404m로 최고봉이다. 이 산맥의 동남쪽 사면(斜面)의 약 1,400m 정도 고지 계곡에 안도라(Andorra) 공국(公國)이 있다. 면적이 468 평방 km이라서 서울 크기의 77% 정도이고, 인구는 8만 명이 채 안 되는 정말 작은 나라다. 이 작은 나라에 쓰이는 언어는 카탈루나어가 공용이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가 제2공식 언어이다. 무려 3개 국어를 공식으로 쓰는 나라니 어학을 잘 못하는 금삿갓으로서는 꽤 심각한 곳이다. 이곳은 EU국가들과 달리 면세 정책이라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러 많이 찾는다. 그래도 정식으로 유엔 회원국이다. 가장 특이한 것이 이 나라의 정치제도이다. 이 나라의 수도는 안도라 라베야(Andorra la Vella)인데 국명과 자주 헷갈린다. 원래 이 나라는 프랑크왕국 시대에 샤를대제가 스페인을 지배하던 이슬람 세력을 막기 국경선에 우르헬(Urgell) 백작령으로 건설했다. 우르헬이 먼 산골짜기 나라를 다스리기 귀찮았는지 교황청과 딜을 해서 세르디냐(Serdinya)과 교환해 버렸다. 그래서 통치권이 우르헬 교구장에게 있었다. 교회는 군대가 없으니 군사력을 카보(Caboet) 가문에 위탁했고, 이것이 다시 프랑스의 푸아 백작에게 넘어갔다. 1278년에 우르헬 주교와 푸아 백작이 공동 통치 하기로 합의를 해서, 지금까지 750여 년간을 공동 통치를 하고 있다. 푸아백작의 통치권은 나바라왕국으로, 부르봉 가문으로, 다시 프랑스 앙리 4세로, 다시 나폴레옹을 거처 현재의 프랑스 대통령으로 이어진다. 우르헬 주교의 통치권을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럼 외국인 국가 원수에 대한 안도라공국의 예우는 어떨까? 안도라는 1993년까지 1년씩 번갈아가며 홀수해는 프랑스 대통령에게 현금 960프랑(약 14만원)을 조공했으며, 짝수해는 우르헬 주교에게는 현금 460페세타(약 3,000~4,000원)와 6개의 햄, 6개의 치즈 그리고 12마리의 닭을 보내 조공했다. 이와 같은 조공은 1993년 안도라가 입헌공동군주제가 되어 독립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폐지되었다.

<안도라 수도의 이모저모>
<안도라 시내>
<안도라 라 베야 전경>
<현대자동차 매장>

세상에 이런 나라는 없을 것이다. 영연방(英聯邦) 즉 캐나다나 호주 등이 국가 원수가 영국 여왕이라서 외국인인데, 안도라는 그것도 두 명의 외국인이 공동 원수이다. 물론 이들이 직접 안도라의 정치에 간여하지는 않고, 자신들의 대표자를 파견해서 정무를 처리한다. 국내 정치는 7개 선거구에서 2명씩 선출된 의원들과 같은 수의 비례대표들로 구성된 의회에서 처리한다. 국방을 위한 국인은 자원봉사자로 20명 정도 있단다. 안도라가 면세국가이다 보니 다른 나라의 부호들이 세금 도피처로 활용한다. 기업들의 페이퍼 컴퍼니가 많다. 금융과 보험 산업이 발달했다. 전체 GDP의 80%의 관광, 금융이 15% 정도이다. 금삿갓이 과거 20년 전에 5월에 갔을 때, 그때도 스키장이 개장하고 있었다. 면세점의 쇼핑 천국이다. 그 당시 다른 나라, 특히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 쇼핑하러 차를 끌고 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국경 입국지역에서 프랑스나 스페인 경찰이 트렁크를 열어서 물건을 확인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행위를 하지 않더라.

유럽인들에게는 쇼핑도 좋지만 이곳에 칼데아(Caldea)라고 하는 전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온천 스파가 있다. 20년 전에 금삿갓이 갔을 때도 있었는데, 여전히 인기였다. 마치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 앞의 유리 건물같이 생긴 높이 80m, 18ro 층의 유리 건물이 번쩍거리고 있다. 안의 면적이 6,000 평방 m 란다. 고층빌딩이 별로 없는 계속 지형이라서 멀리서 금방 보인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절벽 같은 언덕을 깎아서 지었기 때문이다. 스파에는 기포탕(氣泡湯), 증기탕(蒸氣湯), 야외탕(野外湯), 사우나,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고, 간헐적으로 공연행사도 한다. 면세 쇼핑이라고 하니 금삿갓의 동반자는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띤다. 사람들이 물가를 잘 비교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곳의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면세라고 해도 다른 지역의 할인마트의 가격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살 우려가 많다. 개별 상품의 가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20년 전에는 유럽의 고급 스포츠카나 하이 엔드급 자동차 매장이 즐비했는데, 지금은 그런 매장이 많이 들었고, 도리어 현대자동차 매장과 서비스센터가 눈에 보여서 고향 까마귀 만나듯이 매우 반가웠다.

<칼데아 온천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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