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가 가벼운 나그네가 여행을 하다보면 가격이 저렴하면서 구도심에 위치하여 유적지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금삿갓도 인터넷을 찾아서 무르시아(Murcia)의 호텔을 Legazpi Hotel로 예약했다. 미겔 드 세르반테스 가(街)에 있는 조그만 호텔이었다. 주차장은 당연히 기대도 안 했지만 다행이 바로 근처 공원에 공영주차장이 있었다. 짐을 내리고 대로변에 차를 마냥 정차시켜 놓을 수가 없어서 우선 공영주차장에 주차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체크인을 하려했더니, 프런트 직원이 예약은 되어 있는데 결제가 되지 않았단다. 스마트폰으로 예약과 결제를 한꺼번에 진행할 수 밖에 없는데 무슨 이야기냐고 따지면 결제 내역을 보여주어도 막무가내이다. 현금으로 선결제하고 내일 은행이 열리면 체크를 해서 환불해 주겠단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무슨 착오가 있었나 하면서, 도착 시간이 저녁이라서 어쩔 도리가 없어서 현금 결제를 또 했다.
체크인부터 기분을 잡쳤는데, 방도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호텔 직원의 불친절에 항의를 하고, 책임자와 대화하겠다고 하니까, 30분 정도 기다려서 호텔 오너의 부인이 나타났다. 결제 시스템을 문제를 얘기하고, 내일 우리는 빨리 출발하니까 출발 전에 환불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환불해주는데, 은행 계좌 확인을 한 후에 가능하다고 계속 고집이다. 아니 선진국 스페인의 결제 시스템이나 은행 업무가 인터넷으로 확인 가능하지 않다는 게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우리의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말만 되풀이다. 금삿갓이 도리어 지쳐서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무르시아의 밤이 무너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 오너까지 출근했는데 도무지 개선된 안은 없었다. 짐을 모두 싸서 로비에 두고 프런트에서 옥신각신한지 1시간을 끌었는데도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조선의 금삿갓이 행패를 부릴 수는 없고, 사장이랑 대화를 통해서 약속을 하고 계좌번호를 적어주고 호텔을 떠났다. 비는 부슬부슬 오고 호텔에서 기분이 나빠서 무르시아에서 계속 머물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결국의 이틀이 지나서 호텔비가 환불되어 금삿갓의 계좌에 들어 외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