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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May 17. 2023

50) 移秧(이앙) / 모내기

漢詩習作 (220515)

移秧(이앙) / 모내기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村夫蟹步畓增靑

촌부해보답증청

○○●●●○◎

시골 사람 게걸음으로 논에 푸름 더하고


越畔農謠隱隱聽

월반농요은은청

●●○○●●◎

논두렁 너머로 농부 노래가 은은히 들리네.


大裕今年誰不願

대유금년수불원

●●○○○●●

올해의 큰 풍년 누가 원하지 않을까


酸醪解渴暮望亭

산료해갈모망정

○○●●●○◎

신 막걸리로 갈증을 풀며 저무는 정자를 바라본다.

봄의 막바지에 이르러 모내기 철이 돌아왔다. 移秧(이앙)이란 모내기를 의미한다. 옮길 이(移) 자에 모 앙(秧) 자로 모를 옮겨 심는 것이다. ○ 표시는 평성(平聲)이고, ● 표시는 측성(仄聲)이다. 절구의 4 구절을 기승전결(起承轉結)로 나누므로, 첫 구절은 곧 기구(起句)이다. 기구의 2번 자인 夫(부) 자가 평성이라서, 이 시는 칠언절구(七言絶句) 평기식(平起式)이다. ◎ 표시는 압운(押韻)으로 靑(청), 聽(청), 亭(정)이고, 청운목(靑韻目)이다. 시어(詩語) 중에서, 蟹步(해보)는 게 해(蟹) 자에 걸음 보(步) 자가 합한 것으로 게걸음을 의미한다. 畔(반)은 밭이나 논의 두둑을 말하고, 隱隱(은은)은 소리의 은근하게 들리거니 정경이 희미하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大裕(대유)는 큰 여유로움이니까 풍년을 의미한다. 酸醪(산료)는 산화되어 신 막걸리를 말한다. 막걸리는 탁주(濁酒)이지만 평측(平仄)을 맞추기 위해서 평성 글자인 산료(酸醪)로 바꾸어 쓴 것이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농경지가 반듯하게 정리가 되지도 않았고, 높낮이도 달랐으며, 더구나 농기구가 보급되지 않아서 농사는 모든 걸 농부의 손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논밭을 갈 때 소의 힘을 빌려서 쟁기로 갈고, 모를 심기 위해 논에 물을 대서 써레질을 할 때만 소의 힘을 빌리고 나머지는 그야말로 온몸으로 고생을 해야 쌀 한 톨을 수확할 수 있었다. 요즘이야 경지 정리가 되었고, 트랙터, 이앙기(移秧機), 콤바인 등 농기계를 활용하여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그 시절의 힘든 모내기를 추억하며 이 시를 지었다. 모내기 날이면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공동으로 작업을 했다. 모판에서 어린 모를 뽑아서 모내기할 논에 못줄을 튕겨 놓고 여럿이 일렬로 늘어서서 각자의 맡은 간격 사이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모를 심는다. 한 줄을 다 심으면 다시 못줄을 뒤쪽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옮겨 다시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농부들이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게걸음 치는 것 같다고 묘사한 것이다. 힘든 일을 할 때는 으레 농요(農謠)를 부르면서 힘든 과정을 견디었다. 힘든 일을 할 때는 배도 쉬 꺼지므로 새참을 자주 먹게 되는데, 이때 막걸 리가 농주(農酒)로서는 최고였다. 커다란 고무 다라이(일본말인데, 盥)에 음식과 반찬, 그릇, 수저들을 담아 보자기로 덮어서 여인들이 이고, 한 손에는 물주전자와 다른 손엔 술주전자를 들고 들녘에 가져와서 모두 둘러앉아 참을 먹는 것이다. 어릴 때 그 맛이 꿀맛 같았던 기억이 요즘 등산이나 야외에 나가서 싸 온 도시락을 먹는 기분과 비슷하리라. 모내기는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지고, 어두워지는 논들에서 손발에 묻은 진흙을 씻어내고 남은 막걸리로 목을 추이며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부들의 간절한 소망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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