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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un 05. 2023

54) 金公 賢九 作號 德隱 詩(김공현구작호 덕은 시)

漢詩習作 (220604)

聞韶處士孰無稱

문소처사숙무칭

○○●●●○◎

의성 김 처사에 누가 칭호 없겠는가.


故友艱難第一應

고우간난제일응

●●○○●●◎

오랜 벗 어려울 때 제일로 응하고


味食施人如積德

미식시인여적덕

●●○○○●●

맛있는 음식을 사람에게 베푸는 게 적덕인데


相親不覺隱宣弘

상친불각은선홍

○○●●●○◎

친한 이도 못 깨닫게 남몰래 널리 베푸네.

40여 년 이상 식품(食品) 업계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오랜 친구의 아호(雅號)를 지어 보았다. 없는 실력에 압운(押韻 : 稱, 應, 弘)을 따라 평측(平仄)을 맞추려니 여간 난감(難堪) 하지 않다. 그래도 수 십여 년간 곁에서 지켜본 그 친구의 성품과 성격 등을 감안하여 단 두자의 글자로 나타내려니 수월하지 않았다. 다만 필자의 천학비재(淺學菲才)함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그는 옛 문소(聞韶) 즉 의성 김씨의 후손이다. 안동 지방의 항간(巷間)에 이런 말이 있다. 하류청청(河柳靑靑) 천김쟁쟁(川金錚錚) 즉 하회의 류씨들은 늘 푸르고 푸른데, 천전의 김씨들은 쇳소리가 쟁쟁하다는 말이다. 버드나무가 물가에서 자라니 늘 푸르게 잘 살 듯이 풍산 하회 류씨들이 대대로 잘 번창함을 말하고, 천전리 즉 내 앞의 의성 김씨 들은 김(金)이 쇠금(金) 자이므르 두드리면 쇳소리가 쟁쟁하게 나듯이 아직 가문이 건재하다는 뜻이다. 임진란 때는 하회의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이 나라를 잘 건사하였고, 한말 일제 강점기에는 내 앞의 김씨들이 줄줄이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국난을 극복했다. 위의 말이 그른 소리가 아니다. 전국에서 시 단위 행정 구역에 독립운동가가 제일 많은 곳이 안동이다. 안동에서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가문이 진성 이씨와 의성 김씨이다. 그래서 경북독립운동기념관이 천전리 즉 내 앞에 건립되어 있다.


이 친구는 한평생 식품업을 운영하면서 국가의 간성(干城)인 군부대에 좋은 식품을 보급하여 병사들의 건강을 돌보았고, 비록 사업이지만 양질의 식료품을 공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기여하는 것이라서 덕(德)을 쌓는 것이다. 박사·판사·의사 위에 여사(女史)가 있고, 여사를 능가하는 감사와 봉사가 있지만, 그 보다 더 위에는 밥사와 술사가 있다. 가끔 밥과 술도 잘 사니 최고위다. 사회생활에서도 어려운 처지의 형편을 잘 헤아리고, 친구들 사이에 어디를 가더라도 본인의 수고를 아랑곳하지 않고 Door to door 택배(宅配) 봉사를 잘하는 아주 흔하지 않은 성품을 가졌다. 그런 봉사를 하면서 생색을 내거나 스스로 공치사(空致辭)를 하지 않고 은연중에 아무도 모르게 소리 없이 잘 처리한다. 요즘같이 각박한 현실에서 아주 보기 드문 친구의 기품(氣稟)과 성격을 감안하여 호를 덕은(德隱)으로 하였다. 덕을 베풀되 드러나지 않게, 받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것이 정말로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덕행으로 늘 건강하고 오래도록 우정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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